춘희야, 너의 이 굵은 다리로는 누구보다도 단단하게 진흙을 이길 수 있고 이 두꺼운 팔로는 누구보다도 벽돌을 많이 들어옮길 수 있으니 그게 다 너의 복이란다. - P19

그리고 바다를 보았다. 갑자기 세상이 모두 끝나고 눈앞엔 아득한고요가 펼쳐져 있었다. 곧 울음이 쏟아질 것처럼 가슴이 울렁거렸다. 그녀는 옆에 있는 바위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 P49

그녀는 언젠가 다시 고향에 돌아간다면 사람들에게 자신의 눈으로 직접 목격한, 믿을 수 없을 만큼 큰 물고기와 마을의 저수지보다 수십 배 더 넓고 거대한 바다에 대해 얘기를 들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소망을 이루기란 어려운 법, 그녀의 인생에서 그런 날은 영영 오지 않았다. - P50

그녀는 이제 자신이 어디론가 다른 세계로 건너왔으며, 따라서 앞으로 펼쳐질 인생도 이전과는 다를 거라는 것을 깨달았다. - P55

그것은 그녀가 이제 막 건너온 세상의 법칙이었다. - P56

어린 나이답지 않게 금복에겐 사람을 설득하는 힘이 있었다. 그것은 그녀가 가진 특별한 능력 가운데 하나였다. - P58

그러나 물화(物貨)의 덧없음이여! 생선장수가 그 모든 것이 한낱 허상임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시간은 모든 것을 바꾸어놓게 마련이다. - P60

몸길이만도 이십여 장(丈)에 가까운 고래는 등에 붙어 있는 숨구멍으로 힘차게 물을 뿜어냈다. 분수처럼 뿜어올려진 물은 달빛 속에서 은빛으로 눈부시게 흩어졌다. 그녀의 배 한복판에서 뭔가 뜨거운 것이 치밀어올랐다. 그것은 죽음을 이겨낸 거대한 생명체가 주는 원초적 감동이었다. - P65

걱정은 뭐든지 쉽게 생각했으며 바로 다음날 닥쳐올 일조차 걱정하지 않았다. 불행히도 그의 뛰어난 육체적 능력은 그를 매우 단순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 P71

금복은 세상이 그렇게 간단치가 않다는 걸 이미 잘 알고 있었다. - P71

그녀가 진정 사랑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녀를 불안하게 만드는 그 단순한 세계였다. 그녀는 그의 육체를 신뢰했으며 그 거대한 존재 안에서 깊은 안도감을 느꼈다. 그래서 행복했다.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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