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공기와 그림자 한 점 없는 쨍한 햇살 속에서 여자들은 서로의 이름을 불렀고 그들의 목소리는 햇볕에서 바짝마르는 빨래 냄새와 섞이며 이 열린 공간의 다양한 질감과 색감을 만들어냈다. - P23
창문 바깥쪽 삶에 대한 엄마의 끊임없는 평가는 내가 처음으로 맛본 지성의 열매라 할 수 있었다. 엄마는 세간에 떠도는 말을 정보로 변형시킬 줄 알았다. - P24
엄마가 그 골목에서 일어나는 세상사를 직감적으로 이해하고 평가하는 걸 듣고 있으면 인생은 조금 더 풍부해지고, 다채로워지고, 더 흥미로워졌다. 나는 우리 모녀와 창문 밖의 세상이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곤 했다 - P25
우리 부모님은 내가 생각해도 행복한 부부였고 서로를 대하는 태도는 품위 있으면서도 애정이 넘쳤다. 결혼의 행복이야말로 천상의 행복이라는 엄마의 이상은 엄마와 내가 숨 쉬는 공기마다 들어차 있었고 엄마는 그로 인해 엄연히 있을 수 있는 현실을 절대 있을 수 없는 일로만 들어버렸다. 문제는 엄마가 당신의 결혼 생활에 내려진 축복에 대해 거의 종교적인 믿음을 갖는 바람에 그에 조금이라도 못 미치는 세상의 모든 결혼을 무시하고 폄하했다는 점이다. 엄마가 나에게 백 가지 방식으로, 천가지 방식으로 가르쳐 준 유일무이한 교훈이란 여자의 삶에선 사랑만이 가장 중요한 가치라는 점이었다. - P36
우리 엄마의 존재감은 강력했지만 커너 아줌마의 존재감은 부드러웠다. - P41
얘들아, 감정이 모든 걸 좌우한단다. 무엇을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 인생이 풍족할 수도 빈곤할 수도 있어. 감정을 고양시키면 큰 재산이 되기도 하고 그게 싹 사라져버리면 길가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인생이 되기도 하는거야 - P44
나는 애착이 절대적이지 않고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속성을 지녔다는 걸 아주 어린시절에 알게 되었다. - P51
엄마가 바라는 것들은 단순하지만 절대 타협할 수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엄만 그것들을 물이나 공기처럼 필수 불가결한 무언가로 여긴다. - P64
엄마는 당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안다. 세상 살면서 늘 혼란스러운 건 엄마가 아니라 나다. - P68
"요즘에는 사랑도 노력해서 얻어야 한다고 말하는 거야. 아무리 부모 자식 간이라 해도"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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