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연암의 소설보다도 산문을 좋아한다. 원래 한 시대의 빛나는 지성은 어느 장르보다도 산문정신에 나타난다. 그 점에서 산문은 그 시대 문화의 척도이기도 하다. 연암의 산문은 높은 상징과 밑모를 깊이의 은유로 가득하다. 그 상징과 은유의 오묘함 때문에 『연암집』은 아직껏 한글완역본이 출간되지 못하고 있다. 연암의 글이야말로 독자에 따라 "아는 만큼 느낄 뿐이다." - P35

연암의 정신은 스스로 부르짖은 단 한마디의 말, 법고창신(法古創新)으로 요약된다. 옛것을 법으로 삼으면서 새것을 창출하라. - P36

내가 본 바에 의하면 영남의 들판은 호남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호남의 산등성은 여리고 안온한데 영남의 능선들은 힘차고 각이 있다. 그래서 호남의 들판은 넓어도 아늑하게 감싸주는 포근한 맛이 있지만, 영남의 들판은 좁아도 탁 트인 호쾌한 분위기가 서려 있다. 그래서일까, 호남의 마을에서는 거기에 주저앉게 하는 눅진한 맛이 있는데, 영남의 마을에선 어디론가 산굽이 너머 달려가고 싶은 기상이 일어난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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