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길을 가다보면 참으로 기발한 이름의 시골닭집이 나온다. 허름한 집에 허름한 글씨로 입간판을 세워놓고는 상호 왈, ‘켄터키 촌닭집‘이다. 아- 어찌하여 시골닭, 토종닭의 상징성을 켄터키가 가져갔는가! 이 이름 속에 서린 오묘한 문화사적 의의를 후대사람들이 어찌 알고 이해할 것인가. - P17
지금 우리는 간판을 사용가치의 측면에서만 보고 말지만 이것은 아주 중요한 문화인류학적 유물들인 것이다. 그것은 우리 시대의 문화상을 아주 정직하게 반영하는 이 시대의 얼굴이기도 한 것이다. 따라서 그것을 면밀하게 읽어내는 것은 답사의 중요한 배움이고 즐거움이다. - P17
영남의 정자들이 이처럼 계곡과 강변의 경승지를 찾아 세운 것이 많다는 사실은, 호남의 정자들이 삶의 근거지에서 멀지 않은 곳, 일종의 전원 생활 현장에 세운 것이 많다는 것과 큰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다. 말하자면 놀이문화의 정자와 생활문화의 정자의 차이가 된다. 때문에 호남의 정자는 자연과 흔연히 일치하는 조화로움과 아늑함을 보여주는데, 영남의 정자는 자연을 지배하고 경영하는 모습을 띠고 있다. - P22
집이란 사람이 살고 있을 때만 살아 있다. 사람이 떠나면 집은 곧 죽는다. -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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