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이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남들처럼 분명하게 이해하기 어려웠다. 가끔은 가슴이 꽉 막힌 것 같았고, 가끔은 머릿속이 따끔거리기도 했지만 그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마음이란 건 하도 걸어 물집투성이가 된 발바닥 같았다. - P141

하지만 자신의 내면만큼은 그분들의 간섭이 미치지 않는다는 걸 해주는 믿음을 얻으며 알게 되었다. 자신에게도 내면이 있었다는 사실을, 그곳에서만큼은 자유로울 수 있다는 걸 해주는 조용한 성전에 앉아서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의 채반 같은 마음을 알게 된 것도 그때였다.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허기를 인정하게 된 것도. 아무리 바가지로 물을 떠서 담으려고 해도 채반 같은 마음에는 조금의 물도 머무를 수 없었다. 신을 받아들였다는 건…… 무려 신의 사랑을 체험했다는 건 채반에 더는 물을 붓지 않고 깊은 물속에 채반을 던지는 일 같았다. 그건 입을 열어서 누구와 나누고 싶지 않은 혼자만의 소중한 경험이었다. 설명할 수도, 묘사할 수도 없는 일이기도 했다. 적어도 해주에게 믿음이라는 건 누군가에게 내보이고 싶지 않은 가장 사적인 영역이었다. - P146

참는 건 지겹고 아픈 일이었으니까. - P152

나는 사랑과 하느님을 다른 말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 - P164

어릴 때 꾸는 꿈은 바뀌기 마련이지만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꺾인 꿈은 다른 의미일 것이었다. - P165

산다는 건 좋은 건데 말이야. 내가 나로 산다는 건 좋은 일인데 말이야. 그래서 살아보고 싶었지. 내가 나라는 게 왜 죽을 이유가 되어야 했지. - P167

살아남기 위해서는 나를 감춰야 하는구나, 나를 숨기고 나를 고치고 나를 세상에 맞게 바꿔야 하는구나. 짓밟히지 않기 위해서 짓밟아야 하는구나. 다르다는 말과 틀리다는 말을 섞어 쓰면서 말이야. - P169

세상 어디에나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다른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지 - P177

왜 좋은 마음이 언제나 좋은 결과가 될 수 없는지 연희는 초조한 슬픔을 느꼈다. - P182

인간이 다른 동물을 먹는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공장식 축산 시스템은 그 어떤 부분도 자연스럽지 않았다. 결국 도살당할 생명이라고 하더라도 살아 있는 한 최소한의 삶을 누려야 한다고 그녀는 믿었다. 그런 생각을 위선이라고 지적한다고 할지라도. 적어도 지금의 방식은 옳지 않다고 말할 수 있었다. - P259

부부 싸움하고 매번 먼저 사과하는 사람이 먼저 죽는대. - P264

우리는 모든 게 꼭 당연하고 영원하다고 믿는 사람들처럼 살지만 그런 건 아무것도 없다고. - P265

이유가 있는 호평은 결코 믿지 않았고 가장 잔인하고 혹독한 평가에만 진실이 있는 것처럼 귀를 기울였다. 그런 태도가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상처를 준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 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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