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쓰는 것은 대체로 검소하고 과묵한 작업이다. 일찍이 조이스 캐럴 오츠가 "조용하고 단정하게 작업을 하는 사람은 그다지 뉴스거리가 되지 못한다"라고 말한 것처럼.
그런데 마라톤에 참가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상당히 불가사의한 체험이다. 이를 경험하는 것과 경험하지 않는 것과는 인생 그 자체의 색깔도 조금은 달라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 정도다. 종교적인 체험이라고까지는 말할 수 없지만, 거기에는 뭔가 인간 존재에 깊숙이 와 닿는 것이 있다.
인간에게는 이따금 자신을 알 수 없는 극한 상황까지 몰고 가 보려는 내재된 욕망 같은 것이 있는 것일까?
단편소설은 인간의 존재 자체에 깊이 의존해오는 압도적인 것, 죽음에 이를 만큼 치명적인 것은-물론 어디까지나 나에게 그렇다는 얘기지만- 없다. 그만큼 ‘좋은 점과 안 좋은 점이 반반‘을 차지하는 면도 장편소설에 비하면 훨씬 적다.
예술이라는 것은 다 그런 건지도 모르지만, 그 작품의 작품성이 높다는 것과 마음속에 걷잡을 수 없이 불을 댕기게 한다는 것은 완전히 별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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