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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없다면
애덤 해즐릿 지음, 박산호 옮김 / 은행나무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이야기는 눈이 수북이 쌓인 겨울의 한적한 오두막에서
지금 일어난 일을 도저히 믿을 수 없어
갈팡질팡하다 이웃집 남자에게 도움을 청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도대체 이 외딴 오두막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정해진 학교, 부모가 정해준 결혼.
남들과 똑같은 인생이 싫어 영국으로 떠난 미국여성 마거릿은
미국남자와 달리 반듯해 보이는 영국남성 존과 만나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이 결혼한 지 얼마 후
갑작스레 존이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고
마거릿은 선택의 기로에서 결국 존과 함께하기로 한다.
두 사람 사이에서 세 자녀가 태어난다.
의례 나이차가 있는 손위형제들이 그렇듯
형 마이클과 누나 실리아는 막내인 앨릭을 따돌려 언제나 그를 슬프게 한다.
마거릿은 둘째와 셋째와는 어울려주지만
첫째를 불편해하는 남편이 못마땅하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항상 괴물의 존재를 느끼고 있는
비슷한 존재인 서로를 멀리하던 아빠와 아들.
상태가 점점 안 좋아지던 존은
가족의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자살하고
이를 계기로 아빠를 피해 떠나있던 마이클은
다시 집으로 돌아오지만 그 역시 존과 같은 상태에 이른다.
처음으로 약을 처방받고 난 이후로
과다복용에 따른 만성과 새로운 약처방이 이어진다.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으면
참을 수 없는 불안에 빠지는 마이클.
기억과 판단력에도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세월이 흘러 오빠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돕는 상담사가 된 실리아와
정치저널리스트가 된 앨릭.
서서히 중년이 되어가는 이들 형제지만
마이클 문제에 있어서만은 언제나 제자리상태다.
정체성에 따른 깐깐한 어른으로 자란 앨릭은 마이클이 자립은커녕
홀로 사는 엄마의 재정까지 위험에 빠뜨리는 상황이 참을 수 없다.
실리아는 몇 년을 함께하는 애인이 있지만 현재 상황에선
결혼은 생각할 수도 없다.
실리아와 앨릭,
마이클이라는 짐을 함께 나눠지고 있는 두 사람은
그들 중 누구 하나가 먼저 발을 빼게 될까 항상 두려워한다.
마이클과 앨릭,
사랑하는 이를 찾지 못하고 외로운 사이라는 것에 안도한다.
좀 더 나은 세상으로 내보려던 마이클이 몇 달 만에
최악의 상황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왔을 때
걱정이 많은 엄마도 앨릭의 계획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최소한의 약만 챙겨 떠난 두 형제만의 오두막 여행.
앨릭은 하루하루 형을 독려하며 약을 줄여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잘 숨겨뒀다 생각한 술을 마시는 형을 외면한 다음 날 아침.
동생은 서늘한 주검이 되어버린 형을 발견하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괴물을 품고 사는 이의 처절한 생존의 몸부림이자
그를 괴물에게서 빼앗기지 않으려는 한 가족의 연대기이다.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은 사라지고
끝없이 상황은 점점 악화되는 가운데
그런 가족을 외면할 수도, 혼자만 행복해질 수도 없는 나머지 가족들.
정상이 아닌 상태에서도 가족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기 위해
발버둥친 그가 남기고 간 흔적들 속에서
가족들은 새로 살아갈 힘을 얻는다.
결국 떠난 이는 모든 짐을 짊어지고 떠났다.
남겨진 가족들은 슬픔과 동시에 평안도 찾아왔다.
그리고 유난히 자신의 행복에 엄격했던 앨릭의 행보에 안도한 나를 발견한다.
w.125:16 나는 살인자다. 그게 내 정체다. 난 삶을 훔치고 있다. -마이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