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차와 장미의 나날
모리 마리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언제부턴가 유행어가 된 작은 행복이라는 소확행에는

오래 전 모리 마리라는 선두주자가 존재하고 있었다.

왜 그런가에는 그녀의 배경을 설명하지 않을 수 없다.

그녀는 엄청난 부자 엘리트 문호 모리 오가이의 장녀로

시집가기 전까지도 아버지 무릎에 앉을 정도로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는 공주 중의 공주로 자랐다.

엄마 쪽은 자식의 외모에 대해

다소 냉철한 면이 있었던 듯 싶지만

그럼에도 딸의 외모보다 옷을 칭찬한 선생에게

화를 낼 정도는 되었다고 한다

부모의 사랑과 걱정이 너무 큰 탓에

손하나 까딱하지 않을 부자집에 시집을 가나

이후 마리는 두 번의 이혼과

부모의 죽음으로 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해

생계형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글 쓰는 재주라도 있어 어찌나 다행스러운지.

어린 시절 부유했던 이들의 안타까운 점은

그동안 아무렇지 않게 누려왔던 것들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게 되었을 때의 난감함이다.

그 시기가 늦게 찾아올수록

과거에서 벗어나는데 어려움이 커진다.

부유한 집 여식으로 자라 고등교육을 받고

부자집에 시집가 전남편을 따라

프랑스생활까지 경험한 마리는

더욱이 식탐도 강한 미식가였다.

이것은 공용부엌을 사용하는 공동주택에 살지언정

맛있는 음식으로 기운을 차리는 마리의 음식에세이집이다.

독일 위생학에 푹 빠진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 과일도 익인 것만 먹을 정도로

날 것을 경험하지 못한 마리가

외가에서 처음 경험한 수밀도 이야기는

그녀가 경험한 놀라운 식경험의 하나로

수없이 등장하는 에피소드 중 하나다.

저렴한 식당에서 오므라이스에 뿌려 나오는 케첩에 대한

광적인 내적 분노 고백도 여러 번 등장한다.

오랜 기간 길들여진 고급진 입맛과 뛰어난 미각은

그녀를 다른 생활능력은 없어도 요리만은 잘하게 만들었다.

아버지의 독일유학경험과 본인의 프랑스생활 경험 때문에

주로 유럽음식을 소개하고 있는데

열악한 환경에서도 본인 분수에 맞는 재료로

최대한 추억에 가까운 맛을 추구한 노력이 보인다.

요리뿐만이 아니라 어울리는 식기와 소품으로

분위기를 만들 줄 아는 재능이 있었던 것 같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신경쓰지 않고

혼자만의 요리로도 행복한 순간을 만들 줄 알았던 마리.

나이는 먹었지만 언제나 아이같은 사람으로 기억되지만

지인들로부터 사랑받았던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세상이 뭐라하든 본인이 행복해하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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