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존중 주식회사
김철영 지음 / 미문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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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 한국형 조직문화 변화전략

 

뭔가 진하게 아이러니가 묻어나는 제목이다.

이런 건 원래 사장들이 읽어야하는데

사장 절대 이런 단어 근처에도 안간다는 사실.

직원존중 주식회사라니

과연 그런 곳이 존재할 수 있나 싶지만

혹시나 싶어 집어드는 것도 일개미요,

이런 걸 쓰는 사람도 일개미라는 사실ㅎㅎㅎ

그래도 뭐 일단 희망사항이라도 공유해봅시다.

 

책의 앞부분에는

어딜가나 꼭 있을 법한 직원군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영업사원인데 술 못하는 신입.

너무 잦은 야근과 회식으로 맨날 외박하는 대리.

밥그릇을 볼모삼은 성희롱에 노출된 계약직.

성차별 기본옵션에 육아독박 선택옵션의 여직원 등의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그들을 괴롭게 하는 문제적 상사가 등장하는데 이게 압권이다.

퇴근시간인데 자리 지키고 안가기.

퇴근시간 다 되서 전원참석 회식통보하기.

빨간 날 워크숍이라고 술 먹이고 산행하기.

답정너 릴레이 회의 등

짧다면 짧고 길기면 긴 내 직장생활 중

책에 소개된 내용 중에 더하면 더했지

안 겪어 본 상사가 없다는 게 씁쓸하다.

 

마침 이 책이 도착했을 때가

회사에서 전체회의 겸 송년회 일정을 잡을 무렵이었는데

회식이야 밥 먹는 거니까 그렇다쳐도

2차에 참석안하면 벌금 오만원, 노래안하면 집에 못감

꼰대아줌씨한테는 진저리가 쳐졌다.

어쩌다보니 당일에 책에도 소개된 회식사각지대에 앉게 되어

느긋하게 마이고기를 구우며

꼰대아줌씨가 밑장빼다 걸려서 사방의 적들에게 함몰되는 광경을

흐뭇하게 바라봤다ㅋㅋㅋ

 

술을 못하는 사람이 접대나 회식에서 끝까지 살아남기 위한

회차별 자리선정방법부터 중간에 표 안나게 잘 빠져나가기 같은

방법들이 나오는데 언제나 마지막엔 눈도장 혹은 애교문자로 끝이 난다.

하위직원들이 살아남는 방법이라는 것이

결국 일의 능력보단 상사의 눈 밖에 안나는 것,

꼼수와 눈치싸움 귀결되는 것이 안타깝다.

 

하위직원이 직장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이쯤하고

책의 중반부터는 관리자의 바람직한 자세가 소개되어있다.

평소의 강압적인 회식몰이와

계약직 성희롱으로 인사경고를 받은 상사의

개과천선 이야기는 솔직히 공감하기 어려웠다.

그런 인종들은 반성없음, 적반하장이 보통이다.

사람은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는다.

그 사람이 짤리거나 내가 짤리거나 둘 중 하나만이 살 길이다.

 

회사는 일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사람 사는 곳이기에 인간관계가 중요하긴 하다.

그러나 위처럼 업무외적으로 개인의 자유와 사생활이 침해받는다면

업무에 무리가 있는 것보다 상태가 심각하다.

이러다보면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는데

그곳에 가면 장소만 바뀌었을 뿐

본인의 문제를 끌어안고 가는 한 같은 일이 반복된다고 봐야한다.

내가 싫어하는 그 상사의 도플갱어는 어딜가나 존재하며

어지간한 회사는 문제적 시스템을 공유하고 있다.

 

일개미들이여, 거침없이 각자도생各自圖生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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