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 개정판
카타야마 쿄이치 지음, 안중식 옮김 / 지식여행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소설이 쓰여진 것은 2001년.
2004년 드라마로 제작되면서 큰 인기를 얻으며
이듬 해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두 작품 모두 주인공을 맡았던
어린 배우들을 일약 스타반열에 올려놓았고
이후 라디오 드라마, 연극화되면서
일본에서 일명 <세중사セカチュ-> 신드롬을 일으켰던 소설이다.
나 역시 그때 당시 부지런히
일본드라마를 공수해보던 시절이라
세중사 개정판이 나왔다는 소식을 접하자
파릇파릇했던 청춘 배우들의 영상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보통 이렇게 영상과 원작소설이 존재할 때
나는 소설 쪽을 먼저 읽고 영상을 보거나
영상을 먼저 봤을 땐 소설을 포기해버리는 편인데
왠지 2004년 여름이 그리운 생각이 들어서
10년이 지난 지금 드라마의 원작소설을 손에 들었다.
p.14:7 그녀가 나를 부른다. 그 목소리도 확실히 귀에 남아 있다. 꿈이 현실이고, 이 현실이 꿈이라면 좋겠다. 하지만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잠에서 깨면 나는 언제나 울고 있다. 슬퍼서가 아니라 즐거운 꿈에서 슬픈 현실로 돌아올 때에 넘어서지 않으면 안 되는 균열이 있기 때문이다. 눈물을 흘리지 않고는 그곳을 넘을 수가 없다. 몇 번을 반복해도 안 되는 일이다.
사쿠가 아키의 유골과 함께
오스트레일리아로 떠나는 비행기에 몸을 싣는 걸로 시작되는 소설은
3년 전 사쿠가 아키를 처음 만났던 중학교 시절로 시간을 거슬러 간다.
같은 반 학급 임원으로 만나 천천히 가까워져
선생님들 표현을 빌리자면 너~무 친하게 지내는 사이가 된 이후로
다른 어디에도 한눈 판 적 없이 오로지 단둘만 알았던 그들.
그 해 여름에는
할아버지의 단 하나의 사랑에 대한 유언을 받았다.
그리고 아키의 강력한 요구로 동물원도 다녀왔다.
또 아키를 노리는 무리들의 이야기를 듣고
무인도에서의 그녀와 단 둘만의 하룻밤을 계획한다.
언제부턴가 사쿠의 머릿 속엔 온통 그 생각뿐이었지만
막상 아키와 단둘이 남자 그냥 이대로도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쿠가 수학여행을 다녀온 사이
아키는 ‘재생 불량성 빈혈’로 쇠약해져 있었다.
아키의 치료는 호전되지 않고 상태는 점점 나빠져
아무리 주변에서 감춰도 아키 본인이 자신의 상태를 예감하게 된다.
사쿠는 마지막엔 오스트레일리아에 가고 싶다는 아키의 소원을 이루어주기 위해
가족과 병원 몰래 아키를 데리고 떠날 준비를 한다.
하지만 몰래 빠져나오는데 성공했지만 공항에 도착한 그들은
결국 비행기에 오르지 못한다.
p.172:12 이상한 기분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좋아한 사람을 태운 연기가 가만히 겨울 하늘로 퍼져 올라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한참 동안 그곳에 서서 연기의 행방을 눈으로 좇았다. 검고 하얀 연기는 높이 더 높이 올라갔다. 마지막 연기가 잿빛 구름에 섞여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내 마음속까지도 완전히 텅 비어버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사쿠는 인생에서 그 무엇보다 친구가 제일인 줄 아는 시기에
그보다 소중한 연인이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을 만났다.
그리고 그 시기가 끝나기 전에,
사랑이 끝나기도 전에 어린 연인은 죽어버린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감정을 다 쏟아 부은
열여덟 소년은 텅빈 껍데기로라도 살아가야 한다.
영상으로 각색될 때는 성인이 된 사쿠가
과거를 회상하게되는 설정과
결혼식 같은 에피소드가 추가되고
선남선녀 같은 배우들의 후광을 등에 업고
아주 아름답게 포장되어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했다면
소설은 어른이 된 사쿠가 짧게 등장하며
아키를 마지막으로 떠나보내는 모든 것이 담담하게 마무리된다.
후회할지도 모르지만
아름다운 벚꽃 눈이 내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