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수염의 다섯 번째 아내 블랙 로맨스 클럽
제인 니커선 지음, 이윤진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푸른 수염>이 동화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전문을 제대로 읽어 본 적은 없다.

그런 내가 대강의 줄거리를 알고 있는 것은

동화 속 주인공의 모델이 역사 속 실존인물이라고

알려져 있어 여러 차례 주워들은 덕분이다.

프랑스&영국의 백년전쟁 당시

잔 다르크를 보필한 질 드레라는 인물로

연모한 잔 다르크가 프랑스에 토사구팽 당하자

정신이 무너져 엽기살인행각을 벌였다고 전해진다.

다만 현재는 위 이야기가 카더라 통신일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희생자들은 부인이 아니라 금발의 파란눈 소년이었다고 한다.

어쨌거나 <푸른 수염의 다섯 번째 아내>

자연스레 동화의 줄거리를 떠올리며 책장을 펼치게 되는 제목이다.

 

부유하지 않은 변호사의 막내딸 열 일곱 소피아는

얼마 전 그 홀아버지를 여의고

대부호인 후견인의 집으로 들어가 살게 된다.

호화로운 생활에 대한 동경과

매력적인 후견인 드 크레삭의 모습에

그와의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가슴이 설레인다.

하지만 그런 기쁨도 잠시,

가만 돌아보니 빠져나갈 수 없는 끔찍한 곳에 갇힌 것을 깨닫는다.

상냥하고 멋진 후견인은 얼마 지나지 않아

변화무쌍한 감정기복이 심한 히스테리에

알고보니 응석받이 유리멘탈 답정너였던 드 크레삭.

그에게는 소피아 역시 자신의 노예들과 같은 소유물이었으며

서서히 음흉한 속셈을 드러내며 선택을 강요하기를 서슴지 않았다.

소피아는 그의 전부인들의 잇따른 죽음에 대한 의혹이 확신이 되면서

그곳을 벗어나고자 하지만

그때는 이미 드 크레삭의 덫에 걸린 상태였다.

아직 어리고 철 없던 막내동생이었던 소피아는

형제들의 안위와 금전적 지원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기로 한다.

여기에 19세기 미국의 노예제도가 인정되던

남부 흑인노예들의 이야기와

진실한 사랑의 만남이 이어지며 변주되는가 싶더니

마지막에 가서는 다시 동화 속 이야기로 돌아오는 느낌이었다.

소피아가 사건 이후

이야기의 마무리를 지어갈 때 쯤이면

드 크레삭이라는 인물에 궁금증이 남는다.

보지 않아도 될 것을 일부러 보게 만드는 열쇠를 건낸다든지,

그렇게 붉은 머리 여인들에게 집착하면서도

불행한 결말을 설계하는 것 따위가

그에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었던 것인지

아무래도 화자인 소피아의 위치가 매우 고립되고

협소한 시선으로 밖에 바라보지 못하기 때문에

그녀의 시선 밖의 일을 추측하는데 갑갑함이 있다.

어쨌거나 모든 일이 잘 해결되는 분위기 속에서도

드 크레삭의 뻔뻔스러움보다

동생팔아 팔자 한번 펴보려던

소피아 형제자매들의 언행에 찜찜함이 남는 동화 같은 이야기라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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