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어지면 전화해
이용덕 지음, 양윤옥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이자카야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도쿠야마는

가게 선배의 부름에 동료들과 함께 단란주점을 찾는다.

한턱 쏘기로한 선배가 점 찍은 가게 넘버원 아가씨, 하쓰미가

도쿠야마를 보자마자 기분 나쁘게 눈물까지 흘리며 박장대소를 해대더니

눈치 없이 하필이면 도쿠야마에게만 계속 들러 붙는다.

사실 도쿠야마는 생긴 게 번지르하다는 것만 빼면

대학 삼수생에 집에서도 포기한 내놓은 자식에다

아르바이트 하는 곳에서의 평가도 가혹할 정도로 일도 못한다.

거기에 자기연민에 염세주의를 잘 가미하면

도쿠야마라는 인간이 완성된다.

현재 네거티브 최전선에 살고 있는 그는

나름대로 자신의 처지를 직시하고 있다고 할까, 비관하고 있다고나 할까,

남들 보기에 천상의 여인 같은 하쓰미의 관심이 황송한 줄 모르고 귀찮기만 하다.

힘들거나 죽어 싶어지면 전화해주세요. 언제든지

하쓰미가 전해준 명함의 메모를 보고 질겁을 하면서도

아무리 막대하고 심한 말을 해도 매일같이 발랄하게 다시 걸려오는

하쓰미의 리셋 전화를 기대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자신의 무능함을 희석시켜주는 하쓰미와 관계를 맺게 되면서부터

도쿠야마는 빈약한 인간관계에서 점점 멀어진다.

하쓰미의 세계에 점점 동화되어 정신없이 자신을 잃다보니

급기야 하쓰미 외에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된다.

돈도 가족도 친구도 동료도 잃은 도쿠야마는

역설적이게도 그로인해 작은 미래를 꿈꾸게 되지만

그마저도 혼자만의 헛된 희망이었음이 밝혀진다.

“…, 그래서 어쩌라고.”

이 욘도쿠

어설프게나마 외국어를 공부했던 나는 나도 모르게 이용덕이라고 읽게 된다.

욘도쿠재일한국인이라는 작가의 그의 이름은 일본어로 표기가 불가능한 발음이다.

자기이름 석자를 글로 적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그 나라 말과 타협해야만 하는 이방인의 이름. 그런 그의 책이 고국(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한국에서 이 욘도쿠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다.

류토쿠도 용덕도 아닌 그 어느 나라말에도 없는 그 이름 자체가 개똥 같은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분투한 작가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다.

소설종반에 드러난 도쿠야마의 실상과 작가의 모습이 어쩔 수 없이 오버랩되면서 일본에서 세 글자 이름으로 올라선 자의 어둠이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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