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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만드는 인간의 미래 - 노동과 지능, 권력과 창작이 다시 정의되는 시대
정인호 지음 / 로드북 / 2026년 9월
평점 :
어제 매불쇼 방송을 보다가 수학자와 인공지능 전문가가 나누는 대화를 듣고 깊은 충격을 받았다. 인공지능이 600여개에 달하는 수학 난제들을 풀어버려 오랜 세월 매달려온 수학자들이 큰 좌절감에 빠졌다는 이야기였다. 수년 동안 밤을 지새우며 연구하고 논문을 준비해 온 학자들 입장에서 기계가 단기간에 정답을 쏟아내는 광경은 말할 수 없는 허탈감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정인호 저자가 쓴 AI가 만드는 인간의 미래는 바로 이러한 기술의 급변 속에서 인류가 마주한 거대한 분기점을 정리해 주는 책이다. 단순히 프로그램을 다루는 기술이나 장밋빛 환상을 늘어놓는 대신 기술 발전이 인간의 노동과 권력 그리고 존재의 의미를 어떻게 뒤흔들고 있는지 현실적인 시선으로 짚어준다.
책 속에서 다루는 여러 내용 가운데 3장에 실린 우리 모두는 모자무싸의 황동만이다라는 파트가 유독 머릿속에 오래 남았다. 드라마 속 인물의 처절한 고군분투를 빌려와 압도적인 기계 지능 앞에서 인간이 느끼는 무력감과 무가치함을 들여다보는 시선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과거에는 지식을 많이 외우거나 정답을 빨리 찾아내는 능력이 인간의 뛰어난 실력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동안 갈고닦아 온 성실함과 전문성이 한순간에 무력해지고 일자리의 사다리가 흔들리는 냉혹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기계가 사람보다 더 효율적으로 판단하고 결과를 내놓는 세상에서 내 존재의 쓸모를 증명하기 위해 애써야 하는 상황은 누구에게나 공포로 다가온다.
병원에서 환자들의 아픈 몸을 직접 만지고 치료하는 물리치료사로서 이번 책에 담긴 고민들은 남일 같지 않게 다가왔다. 손과 몸을 직접 쓰는 직업의 특성상 화면 안의 데이터나 글자를 다루는 일에 비해 당장은 인공지능이 쉽게 대체하기 힘들 것이라는 안도감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수학자들의 오랜 연구가 단숨에 추월당하는 현실을 보면서 육체 노동이나 치료의 영역 역시 결코 영원한 안전지대가 될 수 없음을 깨달았다. 피지컬AI가 상용화되고 발전하면 의료분야도 순식간일 것이다. 그렇기에 방심하거나 안일한 마음을 품지 않고 인공지능의 발전 상황과 기술의 변화를 항상 예의주시하며 살아가는 긴장감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환자와의 따뜻한 교감과 인간적인 손길을 지켜내기 위해서라도 세상의 변화를 부지런히 공부해야 한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AI가 만드는 인간의 미래는 기계의 속도에 쫓겨 막연한 불안에 빠진 사람들에게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는 책이다. 기술이 인간을 어디로 끌고 갈지 두려워하기보다 무엇을 기계에 맡기고 무엇을 내가 직접 선택하며 책임질 것인지 삶의 기준을 세우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가르침을 얻었다. 앞으로 인공지능이 세상의 수많은 규칙을 바꾸더라도 내 삶의 주인으로서 당당한 주체성을 잃지 않고 묵묵히 내 자리를 지켜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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