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와 결별하기
도종환 지음 / 한길사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종환 시인의 따뜻한 문장들은 언제 읽어도 마음에 깊은 감동을 남긴다. 이번에 마주한 산문집 역시 상처받고 흔들리는 일상을 조용히 다듬어주는 책이었다. 특히 머리말에서 저자가 우리 안의 상처를 불타는 집인 화택으로 비유한 대목이 유독  와닿았다. 끝없는 욕망과 고통으로 뜨겁게 타오르는 화택 속에서 어떻게 스스로를 구하고 진정한 평온을 찾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저자의 깊은 성찰이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나는 책장을 넘기는 내내 그 화택이라는 단어를 머릿속에 계속 담아두고 글을 읽어 내려갔다.

반가웠던 대목은 ‘요즘도 시를 쓰세요’ 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사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에게 도종환이라는 이름은 한동안 국회에서 치열하게 일하던 정치인의 모습으로 강하게 각인되어 있었다. 한 시대를 위로하던 서정 시인이 정치라는 거칠고 험난한 세계로 들어갔을 때 과연 그의 내면에서는 시가 어떻게 남아있을까 늘 혼자 궁금해하곤 했다. 국회의원이라는 무겁고 치열한 책임 속에서도 여전히 아름다운 시를 쓸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내 질문이 이 글을 통해 해결되었다.

저자는 참 담담하고 솔직하게 자신의 속마음을 꺼내놓았다. 정치인으로 바쁘게 살아가던 순간에도 자신을 버티게 한 것은 결국 시였고 복잡한 현실 속에서도 마음속 깊은 곳에는 늘 시를 품고 살았다는 고백을 읽으며 고생하셨구나라는 감정이 들었다. 시는 그에게 단순한 창작 활동이 아니라 삶을 지탱하는 호흡 그 자체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니 시인 도종환이라는 존재가 훨씬 가깝고 친근하게 느껴졌다.

아픔과 결별하고 새로운 몸과 마음으로 거듭나는 것이 바로 회복이라는 책 속의 메시지처럼 이 책은 상처를 억지로 숨기거나 외면하는 대신 그것과 마주하고 조용히 내려놓는 지혜를 일깨워준다. 바쁜 일상 속에서 마음이 화택이 될때마다 이 산문집을 꺼내 읽으며 내면을 다듬어가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돈의 미래는 이미 시작되었다 - 2,100만 개 비트코인이 바꾸는 새로운 신뢰의 질서
문장문 지음 / 메이킹북스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뉴스나 인터넷을 보면 비트코인이나 암호화폐에 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처음에는 그저 일부 사람들의 투기 수단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문장문 저자의 돈의 미래는 이미 시작되었다 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는데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이 책은 단순히 복잡한 기술적 지식을 늘어놓는 딱딱한 경제 서적이 아니라 돈의 근본적인 역사와 신뢰에 대해 다루는 인문학 책에 가까웠다.

책의 초반부에서 기존 화폐 시스템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는 현상을 설명하는 대목이 충격적이면서도 흥미로웠다. 우리가 매일 당연하게 쓰고 있는 종이돈이 사실은 아무런 담보 없는 국가의 약속일 뿐이라는 점을 역사적 사건들과 함께 생생하게 짚어준다. 특히 은행조차 믿을 수 없게 된 세계적인 금융 위기 속에서 사람들이 국가의 통제를 벗어난 새로운 대안을 왜 찾게 되었는지 풀어내는 대목은 흥미진진했다.

어려울 수 있는 코인 기술의 발전 과정을 일반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설명해 준 점도 참 좋았다.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이 왜 거짓말이 불가능한 장부인지 설명하는 부분은 마치 온 동네 사람들이 똑같은 장부를 나눠 갖고 감시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해서 단번에 이해가 갔다. 전문 지식이 전혀 없는 평범한 사람이라도 비트코인의 탄생 원리나 채굴 과정을 이해 할 수 있을 정도로 저자의 설명은 명쾌했다.

일반 독자 입장에서 특히 재미있게 읽을 만한 부분은 월스트리트의 거대 자본들이 왜 결국 비트코인을 선택했는지 보여주는 장이었다. 한때는 투기 세력이라며 무시하던 거대 금융 기관들이 이제는 비트코인을 새로운 자산으로 인정하고 대규모 투자를 시작하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가 기억에 남는다. 코인ETF에 대한 설명도 나와있어서 나도 투자해보고 싶을 정도로 관심이 갔다. 단순한 코인 투자 열풍을 넘어 우리 삶의 기준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느낌이었다.

이 책은 비트코인을 단순한 투자 대상으로만 보았는데 돈의 정의가 새롭게 쓰이고 있다는 점을 확실하게 깨닫게 해주었다. 결국 돈의 미래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신뢰의 형태를 선택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는 마지막 메시지가 깊은 여운을 남긴다. 경제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앞으로 다가올 세상의 변화를 미리 준비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번 읽어볼 만한 책이다.

#돈의미래는이미시작되었다 #문장문저자 #메이킹북스 #비트코인 #투기자산 #투자자 #화폐 #경제학 #경제역사 #책추천 #서평단 @_makingbooks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나무 여자
선요 지음 / dodo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림책은 아이들이 주로 읽는 책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우연히 선요 작가의 나무여자를 펼치기 전까지는 그랬다. 연둣빛 가득한 표지 속에서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한 인물의 모습이 시선을 끌었다.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이 책은 아이들보다 오히려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는 어른들을 위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주인공 나무여자는 마른 나뭇가지처럼 마르고 긴 팔다리를 가졌지만 정작 몸에는 힘이 없다. 세상의 시선 속에 갇힌 채 자신만의 방에 머물며 외롭고 고단하게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매일 똑같은 일상에 갇혀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하고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무기력한 날들이 겹쳐 보였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나무여자가 좁은 방을 벗어나 밖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좋았다. 초록빛 가득한 숲속을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장면은 단순히 길을 나선 것이 아니라 억압되어 있던 스스로를 해방시키는 행동이었다. 이 모습을 보며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거창한 성공이 아니라 내 마음대로 숨 쉬고 달릴 수 있는 자유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스스로를 옭아매던 수많은 시선과 의무에서 벗어나 나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는 자유의 공간이 누구에게나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선요 작가의 섬세한 연필선과 풍성한 색채는 글자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건넸다. 자연과 인간의 정서적 연결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작가의 소개처럼 책 속의 수풀과 나무들은 모두 주인공을 위로하고 지지해 주는 든든한 친구들이었다. 굳어버린 마음에 맑은 바람을 불어넣어 주고 나 역시 어딘가로 훌쩍 자전거를 타고 떠나고 싶게 만든다.

#나무여자 #선요작가 #dodo #dodo그림책 #그림책 #서평단 #책추천 @dodo.picturebook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로맨스 유통기한
레베카 설 지음, 금도희 그림 / 모모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만남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 사랑이 언제 끝날지 미리 알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보았다. 로맨스 유통기한은 이처럼 독특한 상상력에서 출발하는 소설이다. 연애를 시작할 때마다 상대방의 이름과 함께 데이트 기간이 적힌 쪽지를 받는 다프네의 이야기는 첫 장부터 흥미를 자극했다. 마틴 3일 노아 5주 휴고 3개월처럼 끝이 너무나 선명하게 정해진 연애를 매번 반복해야 하는 주인공의 상황이 신선하면서도 어딘가 슬프게 다가왔다.

​

이 매력적인 이야기를 쓴 레베카 설 작가는 동시대 로맨스 소설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라고 한다.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문예창작 석사까지 마친 탄탄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이미 전작들로 수백만 부의 판매고를 올리며 탄탄한 팬층을 다진 베테랑 작가다. 이번 책 역시 출간되자마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엠마 로버츠 주연으로 영화화까지 확정되었다고 하니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은 셈이다. 책을 읽는 동안 마치 한 편의 로맨스 영화를 머릿속으로 그리며 읽는 듯한 흡입력을 느꼈다.

​

만약 나에게도 연애의 유효 기간이 적힌 쪽지가 배달된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생각해 보았다. 끝이 뻔히 보이는 사랑이라면 아예 시작조차 하지 않는 편이 덜 상처받는 길이라고 믿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인공 다프네는 단 3일짜리 데이트 쪽지를 받고도 기꺼이 그 사람을 만나러 나간다. 비록 이별은 정해져 있을지라도 그 기간 동안 서로가 나눌 수 있는 온기와 감정만큼은 진짜라는 사실을 믿기 때문일 것이다. 이 모습을 보며 늘 완벽하고 영원한 관계만을 바라며 상처받지 않으려고 계산기만 두드리던 과거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관계의 가치는 유효기간의 길이로만 측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작가의 메시지가 기억에 남는다.

​

어느 날 다프네에게 기한이 없이 이름만 적힌 특별한 쪽지가 찾아오며 이야기는 새로운 반전을 맞이한다. 진실을 말하라는 책 속 문구처럼 소설은 단순히 달콤한 로맨스에 머물지 않고 나 자신과 타인에게 솔직해지는 법을 조용히 일깨워준다. 가볍게 읽기 시작했다가 사랑과 삶의 진짜 본질에 대해 묵직한 고민을 안겨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이지러진 달 - 달의 공전(公轉)에 관한 고찰
이태형 지음 / 메이킹북스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라는 존재가 참 멀게만 느껴졌었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시를 읽는 일은 사치라고 느껴지기도 했고 퇴직 후에 마음의 여유가 없어 서평 때 읽을 시집이 다였다. 그러다 이태형 시인의 이지러진 달이라는 시집을 읽었다. 달의 공전에 관한 고찰이라는 부제처럼 우리의 삶도 저녁에 떠올랐다가 우리의 눈에서 사라지는 달의 운명을 닮아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시집을 읽는 내내 얼마 전 몰입해서 보았던 드라마 모자무싸가 떠올랐다.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는 제목의 드라마 속에서 주인공 황동만의 형 역할이 시인이었다. 한때는 시를 사랑하고 문학을 꿈꿨지만 결국 현실의 벽에 부딪혀 막노동을 하며 묵묵히 삶을 버텨내던 그의 쓸쓸한 뒷모습이 떠올랐다. 거칠어진 손으로 밤마다 홀로 꾹꾹 눌러썼을 시가 바로 이런 느낌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시는 화려한 말장난이 아니라 가장 비루하고 외로운 삶의 구석에서 피어나는 가장 솔직한 고백이라는 것을 그 형을 보며 느꼈는데 이태형 시인의 작품들 역시 비슷한 느낌을 품고 있었다.

시집 속 많은 시들에서 ‘회귀’라는 시가 유독 기억에 남는다. 차가운 현실에 치이고 지쳐서 결국 우리가 돌아가야 할 곳은 어디인가를 조용히 묻는 듯했다. 특히 그 시 속에 담긴 ‘삶이란 환한 꽃밭이구나’ 라는 구절을 소리 내어 읽을 때는 정말 그런 꽃밭 속이라고 상상했다. 돌이켜보면 지독하게 아팠던 순간도 길가에 핀 들꽃처럼 저마다의 색깔을 품고 있었고 결국 이 삶 자체가 하나의 거대하고 환한 꽃밭이었음을 깨닫게 해 주었다.

달은 완전히 사라진 것처럼 보일 때조차 보이지 않는 하늘 저편에서 묵묵히 제 자리를 돌고 있다. 우리의 삶도 때로는 달처럼 불완전하고 어둡지만 결국은 다시 차오를 것이고 그 고단한 여정 끝에는 반드시 따뜻한 회귀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드라마 속 동만이 형에게도 그리고 매일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 애쓰는 나에게도 이 시집은 위로를 건넨다.

#이지러진달 #이태형시인 #시집 #메이킹북스 #시집추천 #서평단 @_makingbooks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