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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유통기한
레베카 설 지음, 금도희 그림 / 모모 / 2026년 4월
평점 :
만남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 사랑이 언제 끝날지 미리 알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보았다. 로맨스 유통기한은 이처럼 독특한 상상력에서 출발하는 소설이다. 연애를 시작할 때마다 상대방의 이름과 함께 데이트 기간이 적힌 쪽지를 받는 다프네의 이야기는 첫 장부터 흥미를 자극했다. 마틴 3일 노아 5주 휴고 3개월처럼 끝이 너무나 선명하게 정해진 연애를 매번 반복해야 하는 주인공의 상황이 신선하면서도 어딘가 슬프게 다가왔다.
이 매력적인 이야기를 쓴 레베카 설 작가는 동시대 로맨스 소설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라고 한다.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문예창작 석사까지 마친 탄탄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이미 전작들로 수백만 부의 판매고를 올리며 탄탄한 팬층을 다진 베테랑 작가다. 이번 책 역시 출간되자마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엠마 로버츠 주연으로 영화화까지 확정되었다고 하니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은 셈이다. 책을 읽는 동안 마치 한 편의 로맨스 영화를 머릿속으로 그리며 읽는 듯한 흡입력을 느꼈다.
만약 나에게도 연애의 유효 기간이 적힌 쪽지가 배달된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생각해 보았다. 끝이 뻔히 보이는 사랑이라면 아예 시작조차 하지 않는 편이 덜 상처받는 길이라고 믿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인공 다프네는 단 3일짜리 데이트 쪽지를 받고도 기꺼이 그 사람을 만나러 나간다. 비록 이별은 정해져 있을지라도 그 기간 동안 서로가 나눌 수 있는 온기와 감정만큼은 진짜라는 사실을 믿기 때문일 것이다. 이 모습을 보며 늘 완벽하고 영원한 관계만을 바라며 상처받지 않으려고 계산기만 두드리던 과거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관계의 가치는 유효기간의 길이로만 측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작가의 메시지가 기억에 남는다.
어느 날 다프네에게 기한이 없이 이름만 적힌 특별한 쪽지가 찾아오며 이야기는 새로운 반전을 맞이한다. 진실을 말하라는 책 속 문구처럼 소설은 단순히 달콤한 로맨스에 머물지 않고 나 자신과 타인에게 솔직해지는 법을 조용히 일깨워준다. 가볍게 읽기 시작했다가 사랑과 삶의 진짜 본질에 대해 묵직한 고민을 안겨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