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러진 달 - 달의 공전(公轉)에 관한 고찰
이태형 지음 / 메이킹북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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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는 존재가 참 멀게만 느껴졌었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시를 읽는 일은 사치라고 느껴지기도 했고 퇴직 후에 마음의 여유가 없어 서평 때 읽을 시집이 다였다. 그러다 이태형 시인의 이지러진 달이라는 시집을 읽었다. 달의 공전에 관한 고찰이라는 부제처럼 우리의 삶도 저녁에 떠올랐다가 우리의 눈에서 사라지는 달의 운명을 닮아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시집을 읽는 내내 얼마 전 몰입해서 보았던 드라마 모자무싸가 떠올랐다.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는 제목의 드라마 속에서 주인공 황동만의 형 역할이 시인이었다. 한때는 시를 사랑하고 문학을 꿈꿨지만 결국 현실의 벽에 부딪혀 막노동을 하며 묵묵히 삶을 버텨내던 그의 쓸쓸한 뒷모습이 떠올랐다. 거칠어진 손으로 밤마다 홀로 꾹꾹 눌러썼을 시가 바로 이런 느낌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시는 화려한 말장난이 아니라 가장 비루하고 외로운 삶의 구석에서 피어나는 가장 솔직한 고백이라는 것을 그 형을 보며 느꼈는데 이태형 시인의 작품들 역시 비슷한 느낌을 품고 있었다.

시집 속 많은 시들에서 ‘회귀’라는 시가 유독 기억에 남는다. 차가운 현실에 치이고 지쳐서 결국 우리가 돌아가야 할 곳은 어디인가를 조용히 묻는 듯했다. 특히 그 시 속에 담긴 ‘삶이란 환한 꽃밭이구나’ 라는 구절을 소리 내어 읽을 때는 정말 그런 꽃밭 속이라고 상상했다. 돌이켜보면 지독하게 아팠던 순간도 길가에 핀 들꽃처럼 저마다의 색깔을 품고 있었고 결국 이 삶 자체가 하나의 거대하고 환한 꽃밭이었음을 깨닫게 해 주었다.

달은 완전히 사라진 것처럼 보일 때조차 보이지 않는 하늘 저편에서 묵묵히 제 자리를 돌고 있다. 우리의 삶도 때로는 달처럼 불완전하고 어둡지만 결국은 다시 차오를 것이고 그 고단한 여정 끝에는 반드시 따뜻한 회귀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드라마 속 동만이 형에게도 그리고 매일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 애쓰는 나에게도 이 시집은 위로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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