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화면 너머로 날씨를 전하던 오수진 기상캐스터의 밝고 건강한 미소를 기억하고 있다. 매일 전국의 날씨를 전하며 사람들의 하루를 열어주던 그 환한 얼굴 뒤편에 이토록 생사의 고비들이 숨어 있었을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오수진 저자의 내 심장을 줄게는 서른 살에 찾아온 갑작스러운 암과 확장성 심근병증 그리고 심장이식 수술을 거쳐 또다시 닥쳐온 두 번째 암인 악성 림프종까지 이겨낸 눈물겨운 생존 기록을 담아낸 책이었다. 죽음의 문턱을 몇 번이나 넘나들면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씩씩하게 다시 일어선 저자의 단단한 의지는 첫 장부터 깊은 존경심과 함께 감동을 안겨주었다.주변을 둘러보거나 뉴스를 보다 보면 오직 목표만을 바라보며 누구보다 성실하고 치열하게 달려온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암이라는 커다란 시련을 마주하는 안타까운 경우를 종종 목격하곤 한다. 과거 내가 일했던 유상호정형외과의 원장님 모습이 머릿속에 깊이 겹쳐 떠올랐다. 당시 원장님 역시 쉼 없이 밀려드는 환자들을 돌보며 오직 병원 일에만 온몸을 갈아 넣을 정도로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오셨던 분이었는데 갑작스러운 암투병으로 오랜 시간 극심한 고생을 겪으셔야 했다. 공교롭게도 원장님이 앓으셨던 질환 역시 저자가 심장이식 후 마주해야 했던 것과 같은 혈액암이었기에 책 속에 묘사된 항암 치료의 메스꺼움과 피폐해져 가는 몸의 고통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고 생생한 아픔으로 다가왔다.물리치료사로서 병원 현장에 몸담으며 수많은 환자들을 치료해 오면서 가장 뼈저리게 느낀 진실 중 하나는 바로 사람이 너무 아등바등 살아가면 결국 몸이 먼저 고장 난다는 사실이었다. 성공이라는 신기루를 좇아 잠을 줄이고 끼니를 대충 챙기고 내 안의 에너지를 한계까지 쥐어짜내는 삶은 결코 오래 지속될 수 없다. 몸과 마음이 보내는 작은 피로의 경고 신호들을 무시한 채 앞으로만 내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가장 소중한 건강의 기둥이 힘없이 무너져 내리고 만다. 저자가 두 번째 심장을 선물 받고 다시 걸음마를 배우며 매일 주어진 오늘 하루를 충실히 살아내는 법을 배웠다고 고백했듯 나 역시 저자의 치열했던 투병기를 거울삼아 이제는 삶의 조급한 욕심을 조금 내려놓고 살아야겠다는 깊은 다짐을 하게 되었다.타인의 고귀한 희생과 사랑으로 얻은 두 번째 심장을 품고 다시 세상 밖으로 걸어 나와 라디오 부스와 강단에 서기까지 저자가 겪어냈을 고독한 싸움에 박수를 보내게 된다. 생과 사의 아득한 경계선에 서 본 사람만이 건넬 수 있는 담담한 위로는 막연한 불평을 늘어놓던 나 자신의 일상을 부끄럽게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살아서 숨을 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눈을 맞출 수 있는 평범한 오늘 하루야말로 그 어떤 성공과도 바꿀 수 없는 기적이라는 것을 깊이 새기게 되었다.내 심장을 줄게는 고난이라는 짙은 먹구름 속에서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삶의 햇살을 마주하게 만드는 참으로 따뜻한 책이다. 죽음의 문턱을 딛고 기적처럼 다시 피어난 저자가 앞으로는 부디 무리하지 않고 건강을 잘 유지하며 평온한 삶을 살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많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과 위로를 전하는 강사 일과 방송 활동 역시 조급한 마음에 쫓기지 말고 부디 몸을 아끼며 쉬엄쉬엄 이어가시기를 응원한다.#내심장을줄게 #소소사 #오수진기상캐스터 #투병기 #에세이추천
복잡하고 난해한 철학을 평범한 일상의 질문으로 쉽게 전해지는 것이 중요하다. 크리스토프 크바르히 저자의 일상의 질문에 답하는 짧은 철학책은 고리타분한 연대기나 박제된 이론을 늘어놓는 대신 우리가 살아가면서 매일 마주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물음들에 대해 32명의 철학자들이 전하는 지혜를 담은 책이었다. 가다머의 제자이자 플라톤 전문가인 저자의 내공 덕분에 첫 장부터 철학 이론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일상을 살아가며 누구나 한 번쯤 품어보았을 질문들을 철학자들의 시선으로 가늠해 보는 과정이 흥미롭다. 특히 세네카의 철학을 빌려 "내가 하는 일을 꼭 사랑해야 할까"라고 묻는 대목 직업과 삶의 의미를 고민하던 나에게 큰 해결방안을 알려줬다. 세상은 언제나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열정적으로 사랑해야만 성공한 인생이라고 부추기지만 일과 나 자신 사이에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자연스러운 삶의 결을 지켜내는 태도야말로 지치지 않고 오래 걸어갈 수 있는 지혜임을 배울 수 있었다.또한 최근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쇼펜하우어의 사상을 다룬 "이유 없이 사람을 미워해도 괜찮을까"라는 질문은 대단히 현실적으로 와닿았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가 발달할수록 보이지 않는 익명의 그늘 뒤에 숨어 타인을 향해 무차별적인 혐오와 악성 댓글을 쏟아내는 악플러들이 넘쳐나는 오늘날 한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과 정확하게 맞닿아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 내면 밑바닥에 깔린 적개심과 질투의 실체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짚어낸 대목은 타인을 향한 혐오가 결국 스스로의 영혼을 갉아먹는 독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반려견 빵글이와 매일 눈을 맞추며 살아가는 나의 입장에서는 알베르트 슈바이처의 생명 외경 사상을 다룬 부분이 감동으로 다가왔다. "병든 반려동물 치료에 큰돈을 써도 될까"라는 질문은 단순히 경제적인 손익 계산의 문제를 넘어 작은 생명의 무게와 인간의 책임을 어디까지 두어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사람보다 수명이 짧은 빵글이를 곁에 두고 늘 언젠가 찾아올 이별을 걱정하던 나에게 한 생명을 끝까지 책임지고 아끼는 행위 자체가 인간다운 존엄을 지켜내는 숭고한 도리임을 슈바이처의 생명윤리를 통해 확신할 수 있었다.일상의 질문에 답하는 짧은 철학책은 정답 없는 세상 속에서 나만의 단단한 기준을 세우도록 도와준다. 타인의 시선이나 세상의 통념에 맹목적으로 끌려가지 않고 일상의 수많은 선택 앞에서 스스로 질문을 던지는 힘을 얻었다. #일상의질문에답하는짧은철학책 #크리스토프크바르히 #갈매나무
인공지능 기술이 국가의 명운을 좌우하는 패권 경쟁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다툼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아메리칸대학교 이관후 교수의 초번영은 글로벌 인공지능 패권 경쟁의 한복판에서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생존 전략을 국가 단위로 입체적으로 보여준 시의적절한 책이었다. 반도체 실무와 글로벌 연구 경험을 두루 갖춘 저자의 이력 덕분에 첫 장부터 국제 정세와 기술 패권을 보여준다.평소 데이터 주권과 국가 단위 인프라 구축을 뜻하는 국가 주도의 소버린 인공지능에 대해 깊은 관심을 두고 지켜보아 왔다. 거대 빅테크를 보유한 미국에 기술적으로 종속되지 않기 위해 세계 각국이 왜 독자적인 컴퓨팅 클러스터와 자국 모델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는지 그 현실적인 이유가 늘 궁금했다. 이 책은 소버린 인공지능이 단순한 산업 육성을 넘어 국가의 안보이자 디지털 생존의 절대적인 방패가 되는 메커니즘을 짚어주었다. 덕분에 국가 주도 인공지능의 필요성과 그 이면에 따르는 대가를 전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주요 국가들의 현재 인공지능 발전 상황과 미국과 중국의 거대한 패권 전쟁을 비교 분석한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압도적인 자본과 민간 빅테크 생태계로 기술을 선도하는 미국과 막대한 데이터와 인력을 무기로 맹렬하게 추격하는 중국의 양강 구도는 냉혹한 국제 질서의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여기에 거버넌스를 앞세운 영국과 유럽의 가치를 지키려는 프랑스 그리고 풍부한 자본력으로 미래를 선점해 나가는 아랍에미리트의 전략까지 한눈에 비교해 볼 수 있어서 세계 기술 지형도를 입체적으로 그릴 수 있었다.저자가 제시한 인재와 전략 그리고 연구 개발과 투자와 벤처 생태계와 인프라와 거버넌스와 글로벌 협력이라는 8가지 핵심 조건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는 든든한 기준점이 되어주었다. 기술 경쟁에서 이기는 것과 국민의 삶이 함께 나아지는 성장을 이루기 위해 이 조건들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하는지 깨달았다. 이번에 배운 8가지 기둥을 머릿속에 잘 기억해 두었다가 앞으로 시시각각 변해갈 글로벌 인공지능의 발전 상황과 우리나라의 정책 흐름에 차분하게 대입해 보며 미래를 읽는 안목을 계속 만들어 나갈 것이다.초번영은 기술의 거대한 급류 속에서 막연한 두려움이나 환상에 사로잡히지 않고 객관적인 현실을 직시하게 만들어 준 책이다. 반도체 제조 역량과 특허 경쟁력을 지닌 우리나라가 미중 패권의 사이에서 기술 종속을 피하고 주체적으로 도약하기 위한 모습을 취해야 한다. #초번영 #이관후저자 #매일경제신문사 #매경출판 #서평 #AI시대
모든 것이 돈의 논리로 평가되는 차가운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아픈 몸을 치료받는 일조차 누군가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일이 되곤 한다. 김아란 작가의 보보의 일요일은 돈과 국경의 벽에 가로막혀 병원 문턱조차 넘지 못하는 의료 소외 계층의 현실을 다루면서도 그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 존엄과 숭고한 인도주의의 가치를 다정하게 담아낸 참으로 따뜻한 그림책이었다.시민증이 없다는 이유로 치료비 폭탄의 두려움에 떨며 발길을 돌려야 했던 다람쥐 보보 가족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 사회 어두운 그늘에 실존하는 이주민과 빈곤층의 아픔을 보여준다. 아픈 아이를 안고 발을 동동 구르던 이들에게 휴일인 일요일마다 기적처럼 문을 열어주는 라파엘 진료소의 존재는 단순한 무료 병원을 넘어선다. 국적이나 인종 그리고 종교의 차이를 묻지 않고 오직 고통받는 환자의 생명 그 자체에 집중하는 의술의 손길은 병든 몸뿐만 아니라 상처 입은 마음까지 어루만져 준다.어린 시절 어머니의 손을 잡고 찾아갔던 한 병원의 풍경이 머릿속에 겹쳐 떠올랐다. 당시 우리 집은 병원비 몇 푼을 내기 힘들 정도로 집안 형편이 가난했고 몸이 아파도 선뜻 동네 일반 병원에 가지 못했다. 그때 어머니와 찾아갔던 곳이 수녀님들이 간호사로 일하시던 은평구에 있는 병원이었다. 진료비가 굉장히 저렴해서 형편이 어려운 이들이 길게 줄을 서서 진료를 기다리곤 했는데 차가운 세상의 시선과 달리 우리를 다정하고 따뜻하게 맞아주던 수녀님들의 미소는 지금도 잊히지 않는 깊은 위안으로 남아 있다.질병과 고통 앞에서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며 최소한의 치료를 받을 권리는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가장 기초적인 생존의 조건이다. 그러나 오늘날 의료는 점점 더 상업화되고 이윤을 좇는 시장의 논리에 휘둘리며 힘없고 가난한 이들을 사각지대로 밀어내고 있다. 라파엘 진료소나 어린 시절 내가 만났던 수녀님들의 병원처럼 돈이 없어도 누구나 안심하고 찾아갈 수 있는 다정한 의료 기관들이 사회복지 차원에서 지역마다 배치되어 있어야 마땅하다. 이러한 소중한 진료소들이 몇몇 봉사자들의 희생에만 기대지 않고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적극적이고 제도적인 예산 지원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보보의 일요일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땀 흘리며 타인의 아픔을 덜어주는 수많은 의료 봉사자들의 마음을 확인시켜 주는 책이다. 각박한 현실 속에서도 사람다운 체온을 잃지 않고 소외된 이웃의 손을 먼저 잡아주는 연대의 힘을 가슴 깊이 새기게 된다.'르온서평단(단단한맘&레이첼)을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gbb_mom @lovely_rachel_v @sowonnamu #보보의일요일 #김아란 #소원나무출판사 #단단한맘_레이첼서평단
바쁜 일상 속에서도 하루를 마무리하며 저녁 시간은 우리 부부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시간이다. 평소 건강한 먹거리에 관심이 많아 임혜나 저자의 유안맘마의 원물 간식 레시피라는 책을 발견했을 때 호기심이 생겨 서평을 신청하게 되었다. 비록 서평 신청은 내가 먼저 했지만 책이 집에 도착하자마자 책장을 넘겨보며 눈을 반짝인 사람은 평소 베이킹과 요리를 유독 좋아하는 아내였다. 인공색소나 설탕 같은 자극적인 첨가물을 덜어내고 자연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원물 간식이라는 콘셉트는 책의 첫 장부터 아내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돌아와 아무리 바쁘고 피곤하더라도 저녁식사만큼은 꼭 마주 앉아 함께 먹는 것이 우리 부부의 오랜 철칙이다. 식사를 마친 뒤에도 아내는 손수 정성껏 반죽을 빚어 디저트를 굽거나 건강한 요리를 만들어 식탁에 올리곤 한다. 이번 책을 보며 아내는 곧바로 주방으로 향하더니 책 속에 실린 레시피를 따라 버터연유볼과 고구마깨찰빵을 직접 구워냈다. 갓 구워져 나온 빵을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은은하게 퍼지는 고구마의 달콤함과 버터의 고소한 풍미가 어우러져 시판 과자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담백하고 맛있었다. 복잡한 베이킹 도구 없이도 에어프라이어나 전자레인지로 뚝딱 완성해 내는 모습을 보며 감탄이 절로 나왔다.특히 책장을 한 장씩 넘겨보던 아내는 캐나다에 살고 있는 조카가 나중에 한국에 놀러 오면 꼭 직접 해주고 싶은 간식들이 너무 많다며 기뻐했다. 성장기 아이들에게 시판 과자의 인공 첨가물이나 과도한 당분이 늘 마음에 걸렸는데 안심하고 먹일 수 있는 건강한 대체재들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120개에 달하는 방대한 메뉴들이 핑거푸드부터 브런치와 쿠키까지 다채롭게 수록되어 있는 데다 요리 과정이 6단계 이내로 알기 쉽게 정리되어 있어 초보자라도 헤매지 않고 따라 할 수 있었다.유안맘마의 원물 간식 레시피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뿐만 아니라 소중한 가족을 위해 깨끗하고 건강한 식탁을 차려내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좋은 책이다.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음식을 넘어 좋은 재료로 직접 만든 간식을 가족과 나눠 먹는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을 것이다. 아내 역시 건강하고 맛있는 레시피들이 워낙 많아 앞으로 매주 하나씩 새로운 메뉴를 도장 깨듯 만들어보고 싶다고 한다. #유안맘마의원물간식레시피 #임혜나저자 #유안맘마 #다산북스 #서평단 @dasanboo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