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자의 반야심경 해설 - 엔지니어 수행승의 35년 통찰
현오 지음 / 메이킹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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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오 작가의 공학자의 반야심경 해설은 오랫동안 반야심경을 읽고 마음의 평안을 찾아온 나에게 매우 신선하고 깨달음을 도와주게 해주는 책이다. 불교 경전 중에서도 가장 짧지만 우주의 모든 진리를 담고 있다는 반야심경은 읽을 때마다 그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워 늘 새로운 해설서를 자주 찾아봤다. 보통 스님이나 불교 철학자들의 해설서를 주로 읽어왔는데 원자력 발전소와 최첨단 가속기를 설계한 엔지니어가 35년간 화두를 들고 정진하며 쓴 책이라는 소개는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했다.

세상을 만드는 가장 단단한 논리 공학과 세상을 비우는 가장 완전한 지혜 공이 교차한다는 문장은 이 책의 정체성을 완벽하게 설명한다. 반야심경이 말하는 스스로를 해체하는 과정과 머무름 없음의 지혜가 단순히 산사에서만 통용되는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니라 치열한 공학 프로젝트 현장에서도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실질적이고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작가의 고백이 흥미로웠다. 세속적인 삶과 수행의 길이 결코 분리되어 있지 않음을 온몸으로 증명해 낸 작가의 궤적은 일상 속에서 불교의 지혜를 실천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깨달음으로 다가왔다.

제법공상이나 불생불멸에 대한 해석은 무척 명쾌했다. 파도는 일어나도 바다는 변치 않는다는 비유를 통해 끊임없이 요동치는 내 마음의 풍파 속에서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 본래의 텅 빈 자리를 바라보게 해주었다. 특히 심무가애와 무유공포 즉 마음에 걸림이 없고 두려움이 소멸하는 경지를 이성적이고 체계적인 공학자의 언어로 풀어내니 그동안 추상적으로만 느껴졌던 깨달음의 단계들이 손에 잡힐 듯 선명하게 다가왔다. 이성적인 논리와 직관적인 통찰이 완벽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기분이었다.

또한 부록으로 수록된 심화 해설 파트는 반야심경을 진지하게 공부하려는 독자들의 지적 갈증을 시원하게 해소해 준다. 독경과 사경의 올바른 수행법부터 오안과 사구계 그리고 무득과 정식에 이르는 깊이 있는 교리 해설은 불교를 공부해 온 나에게도 아주 훌륭한 길잡이가 되었다. 일과 수행의 통합을 꿈꾸는 현대인이나 팍팍한 현실 속에서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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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실격 시즌 1 - 이걸 영화라고 찍었냐
Zinn 지음 / 9월의햇살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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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inn 작가의 감독실격은 제목부터 감독의 뼈를 때리게 만드는 연재 소설이다. 시즌 1 이걸 영화라고 찍었냐라는 부제를 보는 순간 왠지 모를 짠한 마음이 밀려왔다. 그리고 몇몇 영화 감독들이 떠올랐다. 망한 영화감독의 웃프고 처절한 이야기라는 문구처럼 이 책은 화려한 레드카펫 뒤에 숨겨진 영화판의 잔인한 민낯을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가장 잔인한 건 다음이 없다는 사실이라는 고백이 책을 펼치기도 전부터 안타깝게 만들었다.

책의 주인공인 최감독은 마흔을 넘긴 40대 중반이다. 영화과를 졸업하고 서른 중반에 꿈에 그리던 감독 데뷔를 했지만 결과는 처참한 흥행 실패와 바닥을 친 평점뿐이었다. 그 후로 무려 10년째 차기작을 준비하며 이리저리 뛰어다니지만 이미 B급 감독으로 낙인찍혀 영화판에서 실격 처리된 그의 현실은 너무나도 가혹하다. 지인들의 아이디를 총동원해 평점을 조작해 보려는 그의 찌질하고 처절한 몸부림을 읽다 보면 헛웃음이 나오다가도 어느새 짠한 씁쓸함이 밀려온다.

이 책은 블랙유머로 포장되어 있지만 결코 마냥 웃고 넘길 수 없는 우리 모두의 현실을 담고 있다. 세상은 늘 성공한 사람들의 빛나는 이야기만 주목하지만 사실 현실에는 최감독처럼 단 한 번의 실패로 영영 기회를 잃고 외면당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나 역시 살아가면서 내 능력을 증명하지 못해 사회로부터 실격 판정을 받을까 봐 전전긍긍하며 살아왔다.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보이지 않는 희망을 붙잡고 재기를 꿈꾸는 최감독의 미련한 열정이 왠지 모르게 서툰 인생을 다독여 주는 기분이 들었다.

감독실격은 화려한 성공담과 자기계발서에 지친 사람들에게 바치는 아주 현실적이고 시린 위로다. 보란 듯이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뻔한 인간 승리의 드라마가 아니라서 오히려 더 진한 공감이 간다. 한때 가슴 뛰는 꿈을 품었지만 지금은 차가운 현실의 벽 앞에서 초라하게 좌절하고 있는 모든 어른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감독실격 #9월의햇살 #Zinn작가 #서평단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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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세종의 나라 1~2 세트 - 전2권 (양장)
김진명 지음 / 이타북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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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작가의 세종의 나라는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쓰고 있는 한글이 얼마나 처절하고 외로운 투쟁 끝에 탄생했는지 보여주는 아주 몰입감 높은 역사 소설이다. 평소 흡입력 있는 전개로 유명한 김진명 작가의 책을 좋아해서 신간이 나오면 챙겨보는 편인데 이번 책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백성을 섬기지 않는 나라는 나라가 아니다라는 문장이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그저 세종대왕이 집현전 학자들과 평화롭게 연구해서 만든 글자라고만 생각했던 얄팍한 역사 상식이 완전히 깨지는 순간이었다.

훈민정음은 글자가 아니라 조선의 운명이었다는 말이 나온다. 명나라의 사대주의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우리의 소리를 담은 독자적인 글자를 만든다는 것은 단순히 문자를 발명하는 것을 넘어 거대한 제국을 향한 치명적인 선전포고와 같았다. 목차를 살펴보면 죽음의 열쇠나 집현전의 변고 그리고 명 조정의 분노 같은 심상치 않은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글자 하나를 지켜내기 위해 왕과 신하들이 목숨을 걸고 벌이는 치밀한 외교전과 숨 막히는 두뇌 싸움이 마치 한 편의 스릴 넘치는 첩보 영화를 보는 것처럼 긴장감 있게 펼쳐진다.

책을 읽는 내내 송강호 주연의 영화 나랏말싸미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기득권 세력인 사대부들의 눈을 피해 은밀하고도 치열하게 글자를 만들던 세종의 고독한 얼굴이 소설 속 묘사와 완벽하게 겹쳐지며 더욱 깊은 몰입을 이끌어냈다. 영화 나랏말싸미가 신미대사와의 협력이라는 낯선 시각에 집중했다면 이 소설은 명나라와의 숨 막히는 외교전과 조정 내부의 암투를 거대한 스케일로 엮어내어 한글 창제의 숨겨진 서사를 훨씬 더 입체적으로 확장시켜 준다. 위인전에 나오는 박제된 성군이 아니라 고립 속에서도 끝내 백성을 포기하지 않았던 인간 이도의 깊은 고뇌를 담아냈기 때문에 그 감동이 남다르다. 내가 무심코 쓰고 있는 이 글자들이 얼마나 숭고한 희생 위에서 지켜진 것인지 느끼게 된다.

단순히 재미있는 픽션을 넘어 지금 내가 숨 쉬듯 누리는 이 언어의 자유에 대해 벅찬 감사함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방대한 역사적 사실에 작가 특유의 압도적인 스토리텔링이 더해져 1권과 2권이 순식간에 읽힌다. 매일 스마트폰으로 짧고 가벼운 단어들만 소비하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세종의나라 #김진명 #이타북스 #세종대왕기념사업회 #한글창제 #훈민정음 #서평단 @eta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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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 파도 트리플 35
이서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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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아 작가의 방랑, 파도는 신성과 세속이라는 양극단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처연하고 아름다운 삶의 모습을 그린 소설이다. 책의 뒷면에 적힌 생은 예측할 수 없고 통제할 수 없으며 확고하게 규정하기 어렵다는 문장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우리는 늘 계획대로 완벽하게 통제되는 삶을 꿈꾸지만 현실은 예고 없이 밀려오는 파도처럼 늘 우리의 예상을 빗나간다. 직선적으로 굴러가지 않는 예측 불가능한 삶이 오히려 기쁘다는 작가의 독특한 고백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 좌절하던 나에게 안도감을 주었다.

바다에 엎드린 거대한 신의 형상 앞에서 손톱만큼 작아진 주인공의 독백은 거대한 운명 앞에 선 인간의 나약함을 대변하는 듯하다. 살아가면서 도저히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거대한 슬픔이나 무력감을 마주할 때면 나 역시 한없이 작고 어린아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작은 바닷가 마을을 배경으로 신을 흉내 내는 여섯 명의 아이들이 등장하는 세 편의 이야기는 방랑 파도부터 빗금의 논리 그리고 향자로 이어지며 여운을 남긴다. 각기 다른 상처와 결핍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들의 서사는 책을 다 읽은 후에도 어째서인지 계속 이야기가 이어질 것 같아 다시 첫 장을 펼치게 만드는 흡입력을 가지고 있다.

이서아 작가는 그들의 아픔을 함부로 위로하려 들지 않고 그저 누구보다 능숙하고 섬세한 소설의 문체로 보여준다. 이제 곧 무언가를 보게 될 것이고 그것은 무척이나 아름다울 것이라는 추천사처럼 이 책은 슬픔 속에서도 반짝이는 삶의 아름다움을 조용히 발견하게 해 준다. 소설의 끝에 수록된 슬픔에 관한 소회라는 에세이는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깊고 따뜻한 시선을 온전히 느낄 수 있게 해 주어 소설의 감동을 더욱 진하게 만든다.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오는 인생의 시련 앞에서 한없이 작고 볼품없게 느껴지는 날 이 책을 펼쳐 보기를 권한다.

#방랑파도_이서아 #이서아작가 #연작소설 #서평단 #자음과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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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무릎 꿇어야 하는 회개의 여정 - 100일 작정 기도의 응답
박사랑 지음 / 하움출판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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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랑 작가의 홀로 무릎 꿇어야 하는 회개의 여정은 바쁘다는 핑계로 습관적인 신앙생활에 머물러 있던 내 모습에 반성하라고 하는 책이다. 조용히 십자가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이 예전의 신앙생활을 하던 내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우리는 모두 애굽에서 나왔지만 여전히 애굽의 사고방식과 우상을 품고 살아간다는 문장이 내 마음에 와닿았다. 겉으로는 신앙인이라고 하면서도 실제 삶에서는 세상의 성공과 물질이라는 우상을 여전히 꽉 쥐고 놓지 못하고 있었다. 광야가 버려진 장소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나를 다시 세우시기 위해 부르신 은혜의 자리라는 저자의 고백은 고난 속에서 환경만 원망하던 얄팍한 믿음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9장 치유의 무릎과 10장 소망의 무릎이라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돌이켜보면 고등부와 청년부 시절에는 수련회나 철야 예배에서 눈물을 쏟으며 회개 기도를 참 많이 했었다. 그때는 순수하게 내 잘못을 뉘우치고 하나님과 가까워지고자 하는 영적인 갈망이 뜨거웠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현실의 무게에 치이다 보니 그 간절했던 회개의 무릎은 어느새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그동안 나는 기도를 단지 내 소원을 이루기 위한 도구로만 사용했을 뿐 내 삶의 방향을 돌이키는 진짜 회개는 애써 외면하고 살았다. 누구도 대신 꿇어 줄 수 없는 회개의 자리에서 홀로 하나님을 대면하는 100일간의 기록은 그 자체로 치열한 영적 전투이자 상한 마음이 회복되는 따뜻한 여정이다. 회개는 일시적인 감정이 아니라 삶의 방향이라는 책 속의 깨달음이 전달될었다.

이 책은 화려한 세상 속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조용히 골방으로 들어가 무릎을 꿇으라고 초대한다. 내 힘으로 아등바등 살아보려다 지쳐버린 사람이나 습관적인 예배에 갇혀 영적인 갈급함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홀로무릎꿇어야하는회개의여정 #100일작정기도 #박사랑저자 #서평단 #하움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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