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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실격 시즌 1 - 이걸 영화라고 찍었냐
Zinn 지음 / 9월의햇살 / 2026년 3월
평점 :
Zinn 작가의 감독실격은 제목부터 감독의 뼈를 때리게 만드는 연재 소설이다. 시즌 1 이걸 영화라고 찍었냐라는 부제를 보는 순간 왠지 모를 짠한 마음이 밀려왔다. 그리고 몇몇 영화 감독들이 떠올랐다. 망한 영화감독의 웃프고 처절한 이야기라는 문구처럼 이 책은 화려한 레드카펫 뒤에 숨겨진 영화판의 잔인한 민낯을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가장 잔인한 건 다음이 없다는 사실이라는 고백이 책을 펼치기도 전부터 안타깝게 만들었다.
책의 주인공인 최감독은 마흔을 넘긴 40대 중반이다. 영화과를 졸업하고 서른 중반에 꿈에 그리던 감독 데뷔를 했지만 결과는 처참한 흥행 실패와 바닥을 친 평점뿐이었다. 그 후로 무려 10년째 차기작을 준비하며 이리저리 뛰어다니지만 이미 B급 감독으로 낙인찍혀 영화판에서 실격 처리된 그의 현실은 너무나도 가혹하다. 지인들의 아이디를 총동원해 평점을 조작해 보려는 그의 찌질하고 처절한 몸부림을 읽다 보면 헛웃음이 나오다가도 어느새 짠한 씁쓸함이 밀려온다.
이 책은 블랙유머로 포장되어 있지만 결코 마냥 웃고 넘길 수 없는 우리 모두의 현실을 담고 있다. 세상은 늘 성공한 사람들의 빛나는 이야기만 주목하지만 사실 현실에는 최감독처럼 단 한 번의 실패로 영영 기회를 잃고 외면당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나 역시 살아가면서 내 능력을 증명하지 못해 사회로부터 실격 판정을 받을까 봐 전전긍긍하며 살아왔다.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보이지 않는 희망을 붙잡고 재기를 꿈꾸는 최감독의 미련한 열정이 왠지 모르게 서툰 인생을 다독여 주는 기분이 들었다.
감독실격은 화려한 성공담과 자기계발서에 지친 사람들에게 바치는 아주 현실적이고 시린 위로다. 보란 듯이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뻔한 인간 승리의 드라마가 아니라서 오히려 더 진한 공감이 간다. 한때 가슴 뛰는 꿈을 품었지만 지금은 차가운 현실의 벽 앞에서 초라하게 좌절하고 있는 모든 어른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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