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욱(2013)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가 한창 사랑받고 주목받을 때 한 권도 읽지 않았었다. 광고인지 추천인지 기억나지 않는 포털 사이트 글에서 `천국보다 낯선`을 알게 되고 혼자만의 의리를 간직하면서 말이다. 누가 순서를 정해준 것도 아닌데 `천국보다 낯선`을 먼저 읽어야할 것만 같았다.

`천국보다 낯선`은 A의 장례식에 가는 김, 정, 최 세 사람의 하룻밤의 이야기가 큰 줄기이다. 세 사람이 일인칭 시점으로 과거 대학생 시절부터 최근 A와의 만남과 그녀의 영화, 현재 도로에서의 그들까지 말한다. 책을 읽으며 반복되는 이야기 주체 변화에 연관성도 없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가 생각났다.

사건보다 분위기나 감정 위주의 표현과 이야기 흐름은 나의 집중을 흐리기도 묶어두기도 했다. 어긋나는 그들의 진술아닌 진술을 정답을 맞추자는 생각으로 보다 금세 이게 아니구나 했다.

A의 장례식으로 가는 길을 로드무비로 만든 작가의 의도는 마지막 장, 염을 삼인칭 시점으로 소개하며 절정에 달한다. 카메라로 멀리서 그들을 바라보는 장면은 오히려 좋은 마무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은 스릴러인 듯 현실적인 듯 그 사이를 왔다 갔다하며 삐걱대는 느낌이다. 영화 `천국보다 낯선`을 보지 않아 작가와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것은 아쉬웠다. 다만 다른 공간으로의 초대는 이질적이고 낯설어 특유의 분위기만은 살아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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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해스켈 스미스(2002, 영미)

`문신 속 여인과 사랑에 빠진 남자`라는 제목과 코믹소설이라는 책 소개에 궁금증이 생겼다. 얼마나 웃길까하며 와다다다 읽을 생각이었다. 스마트폰으로 보는 E-Book이라 아무래도 보기 편하지는 않았겠지만 소설은 썩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너무 초장에 별로라고 했나.

배경은 LA이다. 많은 나라에서 다양한 이들이 모여들어 번잡스럽고 활기차며 공기는 따듯하다.
요런 로스엔젤레스에서 어느 날 시체 한 구와 함께 팔 한쪽이 발견되며 일이 시작된다. 팔은 증거물 선 처리를 위해 밥이 일하는 곳으로 온다. 팔에 새겨진 문신 속 여인에게서 굉장한 희열과 뜨거움을 느낀 밥은 경찰서로 팔 배달에 나서고 납치된다.

멕시코 출신 마피아 무리는 밥에게 팔 바꿔치기를 명한다. 문신 속 여자를 소개시켜 주겠다는 말도 안되는 제안을 받아들인 밥은 로베르토라는 새로운 이름과 함께 이를 수행한다.

일은 이렇게 저렇게 꼬인다. 보스 에스테반과 함께 다니는 그링고 마틴이 아마도의 팔을 빼돌려 경찰의 손에 들어가게 한다. 다음 단계로 넘어간 마틴은 만만하게 봤던 로베르토(밥)에게 삽으로 얻어 맞고 경찰에 잡힌다.

마피아 보스 에스테반 잡기에 혈안이었던 경찰 돈은 밥의 전 여친 모라와 함께 마틴을 취조하러 간다. 그 곳으로 에스테반과 로베르토(밥), 해결사로 보낸 마피아 똘마니까지 모여드는데...

영화화 결정이라는 평소라면 혹할 만 한 사실은 소설을 읽기로 마음먹고 알게 되었다. 읽으며 상상해보니 멕시코 마피아들의 나쁜놈 전성시대 테마나 배경 느낌이 풍성할 듯도 하다. 소설로는 그럭저럭 만족했던 이야기 말미까지 도달하는 길이 지지부진해서 아쉬웠다.

다만 아마도는 굉장히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졌다. 마피아이자 팔을 잃은 후에도 태연함과 특유의 당당하면서도 어두운 느낌, 새로운 직업 발굴까지도. 최종 승리자를 꼽자면 그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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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6-10-02 12: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신 속 여인과 사랑에 빠진 남자라니 제목이 참 재밌습니다.
멕시코 마피아가 얽힌 이야기라 더욱 흥미진진하네요.

피아 2016-10-02 12:25   좋아요 0 | URL
저는 막 재미있게 읽은 것은 아닌지라 추천드리기가 애매하네요.
가벼운 느낌의 코미디가 괜찮으시면 시도해보시길. ^-^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2012, 나이지리아)

여성혐오에 대한 이슈와 함께 페미니즘에 관한 책들이 많이 보인다. 그 중 북플에서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를 알게 되고 읽게 되었다. 얇은 책 두께에 접근하기가 쉬웠다.

책은 작가의 테드x유스턴 강연을 글로 옮긴 것으로 짧은 글과 인터뷰도 추가되어 구성되었다. 강연에 걸맞게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페미니스트를 주제로 말한다. 그렇다고 그 속 내용이 가벼운 것은 아니다. 알고 있었고 인식한 듯도 했던 여성에 대한 이미지나 태도를 다시 생각하게 해준다.

오콜로마, 친웨 아줌마처럼 작가는 자신이 알고 있는 주변 인물과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메세지를 전한다. 친근하면서 내 주위 인물도 생각하게 한다. 많은 이들이 읽고 혹은 강연을 보면 좋겠다.
젠더에 대한 이야기를 피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이를 말하고 생각했으면 하고 바란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라는 작가의 이름을 이번 기회에 알게 되니 그의 소설이 궁금해진다.
줄지 않는 리스트만 점점 늘어난다, 컹.

P.44
어떤 남자들은 페미니즘이란 개념에 위협을 느낍니다. 내 생각에 그런 반응은 남자아이들이 자라면서 받았던 교육, 즉 그들은 남자니까 "당연히" 우위를 차지해야 하며 만일 그러지 않는다면 그들의 자존감이 훼손될 거라는 가르침이 야기한 불안감 탓입니다.

P.60
그 순간 나는 친웨 아줌마의 성격에 모난 데가 전혀 없는 비결을 알아차렸다. 아줌마는 그것들을 몽땅 뭉개고 있었다. 아줌마는 무한한 아량의 바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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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스타브 플로베르(1857, 프랑스)

고전 시도하기에 선택된 `마담 보바리`다. 고전을 읽을 때 이해하기 어렵거나 그 흐름을 따라가기 벅찬 느낌이 들고는 한다. `마담 보바리`는 그런 면에서 보편적으로 읽을 만 하다. 작가의 스타일이라 표현되는 사실주의 기법도 티나게 느껴져 소설 읽기가 어렵지 않다.

단순 줄거리로 보면 프랑스 소도시 시골의사와 결혼한 엠마가 두 번의 외도와 사치 끝에 자결하는 것이다.
헐, 진짜 단순하다. 소설이 출판되며 법정까지 가야했다는 이유인 자극이나 성은 지금 시대에는 별 거 아니다. 바람난 여편네 이야기가 지금까지 사랑받고 끊임없이 읽히는 이유는 뭘까?

안다하는 사람들의 극찬처럼 소설 곳곳에서 무엇을 느끼고 발견한 건 아니다. 단지 밋밋함을 끌고 가는 작가의 소위 스타일이라는 능력은 얼추 알겠다. 번역 상태이기에 어휘 사용이나 문체는 잘 모르겠지만 사물이나 공간, 인물 묘사의 세밀함으로 그리는 이미지가 충만하다.

엠마의 권태와 욕망, 점점 커져가는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서 기인한 엠마의 삶과 파멸이 소설의 핵심이다. 화려하고 운명적인 사랑을 끊임없이 꿈꾸는 그녀가 두 남자의 정부가 되는데는 빛나는 외모가 있다. 욕망과 사랑을 꿈꿀 때마다 피어나는 그녀의 아름다움이 무기이다.

결국 그녀를 버리는 로돌프와 레옹. 비난해야 겠지만 막무가내로 그럴 수도 없다. 두 남자는 사랑이 식어가며 남녀의 관계가 얼마나 보잘 것 없어지는지 보여준다.
그녀의 남편 샤를르 보바리는 몰취미하고 둔하지만 엠마와 딸을 사랑하는 시골의사이다. 피해자를 고르자면 그이지만 눈치라고는 깨알도 없으니 답답하긴 하다.

용빌 사람들은 요소요소 역할을 한다. 약사 오메와 여관 금사자 사람들, 장사꾼, 공증인, 신부...
결말에서 부각되는 주변인이자 또 다른 주인공인 오메약사는 눈에 띈다. 끊임없이 보바리 부부 곁을 맴돌고 사건 하나하나에 끼어있다. 보바리 부부가 죽고 훈장을 받는 오메약사의 근황으로 소설이 끝난다. 진보 혹은 실리 추구라는 단적인 특징을 갖고 있는 그를 통해 대다수의 사람, 작가 자신까지도 투영한다. 자신 위주의 사고와 행동 그에 걸맞는 약간의 반칙까지도. 부르주아 낭만따위는 이제 찾을 수 없는 시대를 암시했던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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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1996, 일본)

`오사카 소년 탐정단`에 이어 후속 이야기라고 할만 한 `시노부 선생님, 안녕!`을 읽었다.

군더더기없는 문체에서 기인한 가독성은 역시 단숨에 책을 읽게 했다. 시노부 선생님이 휴직을 하고 공부에 매진하며 3년이 지난 후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제 중학생이 된 제자들과 새로운 환경에서 사건을 해결하며 러브라인은 미해결이지만 잠정적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시노부 선생님이라는 캐릭터나 소설의 배경이 추리를 계속해 나가기에 꼭 맞는 것은 아니다. 우연히 사건과 관계되는 추리물의 전형은 이해하더라도 주인공이 수사원이나 범죄자가 아니기에 사건을 속속들이 파헤치는 맛을 살리기 어렵고 현장감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 학생이 등장인물이자 조력자로 나오기 때문에 배경이나 사건을 크게 키우기도 힘들다.

그럼에도 시노부 선생님 캐릭터로 2권의 책을, 그것도 독자에게 사랑받는 작품을 쓴 것은 작가의 능력이라 할 만하다. 요새 많이 보이는 코지 미스터리라는 분류가 딱 맞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시노부 선생님은 폭주족 에피소드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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