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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는 미스터리와 함께 ㅣ 코이가쿠보가쿠엔 탐정부 시리즈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유머 미스터리'를 표방, 추리 미스터리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며 등장한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신작 <방과 후는 미스터리와 함께>. 2011년 서점대상 수상작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를 필두로 이번 <방과 후는 미스터리와 함께>까지 국내에 번역, 소개된 그의 작품들은 모두 읽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히가시가와 도쿠야가 무겁고 진중한 추리 미스터리와 극히 가벼운 라이트 노벨스러운 분위기 사이를 절묘하게 파고들어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읽어나갈 수 있는 유쾌한 추리 미스터리 작품을 만들어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히가시가와 도쿠야 작품들의 진정한 강점은 가볍고 유쾌해서 가독성이 훌륭하다는 것 뿐 아니라 '추리 미스터리 요소가 결코 허술하지 않다'는 데 있다. 지극히 가볍고 즐겁지만 추리 미스터리 요소마저 엉성하고 어설프면 이도저도 아닌 망작신세가 되어버릴테지만 꼼꼼한 복선회수는 물론 곳곳에 놓은 덫과 트릭, 결정적 반전 등 말 그대로 추리 미스터리 소설에 적합한 요소들을 착실하게 갖추고 있다. 일본에서의 인기와 판매량이 이를 방증한다.
<방과 후는 미스터리와 함께>는 탐정역의 주인공이 고등학생인 청춘 학원 추리 미스터리물이다. 말 그대로 학교를 무대로 한 각종 사건들과 해결이 이루어지는데, 코이가쿠보가쿠엔 고교 탐정부 부부장인 '키리가미네 료'가 사건을 추리하고 해결하는 연작단편 형식이다. 키리가미네 료의 캐릭터가 조금은 특이한데 야구와 스포츠에 능한, 힘있고 박력있는 학생이지만 그의 정체에 대해 살짝쿵 반전(?)이 있다. 직접 확인해 보시길.
총 8편으로 이루어진 이번 작품 역시 작가 특유의 유머가 있고 재미있는 상황들이 연달아 발생하며, 주변 인물들과의 투닥투닥거림이 읽는 이로 하여금 절로 미소짓게 만든다.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유머에 대해 서평을 쓸 때마다 늘 강조하는 것이지만, '크게 박장대소 할만큼 재미있다기 보다는 피식피식 은근히 올라오는 깨알같은 개그'라는 것.
또 한가지 이번 작품만의 특징은 살의가 있고, 범행이 이루어지지만 결코 죽어나가는 사람은 없다는 것. 아무래도 고교생이 주인공이고 등장인물들이 대부분 학생들이거나 선생님들이며, 죽은 사람이 없다는 것 등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전작들보다는 훨씬 다양한 연령층에 맞을 법한 작품이 아닐까 한다. 비슷한 느낌으로 <인사이트 밀>로 유명한 요네자와 호노부의 청춘 미스터리 <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을 들 수 있겠는데, 그래도 그 작품보다는 좀 더 사건성이 짙다. 적어도 죽을 뻔한(?) 피해자들이 등장하므로.
이 작품 역시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도 나름의 트릭과 복선, 추리와 반전 등이 나쁘지 않다. 개인적으로, 2중, 3중으로 꼬아놓은 '키리가미네 료의 역습', 의외성에 의외로 놀라운 '키리가미네 료의 방과후', 우연에 방점이 찍혀있지만 결정적 장면이 가장 인상깊었던 '키리가미네 료의 옥상 밀실' 등이 재미있었다.
<방과 후는 미스터리와 함께>를 펴낸 '씨엘북스' 출판사에서 이 시리즈의 다른 작품들인 <살의는 반드시 세번 느낀다>, <초보 탐정들의 학교>도 곧 출간한다고 하니 히가시가와 도쿠야 특유의 유머와 재미를 계속 맛볼 수 있을 듯 하다.
지난 해 4분기에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가 사쿠라이 쇼, 키타가와 케이코 주연으로 드라마화 되어 후지TV에서 인기리에 방영되었는데, 이번 <방과 후는 미스터리와 함께> 역시 영상화 해도 충분히 재미있을 법한 작품이다. 아니, 이보다 더 적합한 원작이 없다고 생각된다. 발랄하고 통통 튀는 탐정 키리가미네 료의 모습을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