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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아이
장용민 지음 / 엘릭시르 / 201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가볍게 잠시 읽으려고 책장을 펼쳤다가, 이거 생각했던 그런게 아닌 듯한 느낌인데 계속 읽을까 말까 잠시 고민하다가, 이윽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하루가 꼴딱 지나있었다. 얼마전 인터넷상에서 유행했던 '문명하셨습니다~'라는 표현이 '궁극하셨습니다~'로 대체될 수 있지 않을까 싶을만큼 엄청난 가독성과 흡입력을 보여준 작품, 급작스레 찾아온 더위에 지쳐서 멍하니 책장도 잘 넘어가지 않던 힘겨움을 가뿐히 씻어내려준 작품, 바로 《궁극의 아이》다.
한국인 청년 신가야와 엘리스의 운명적인 슬픈 사랑, '궁극의 아이'의 비밀과 정체, 세계를 움켜쥐고 쥐락펴락하는 막후의 통치자들에 대한 음모론 등. 쉬운 문장과 빠른 전개, 차곡차곡 맞춰지는 퍼즐조각, 소재로 사용된 단편적 지식들이 채워주는 깨알같은 지식욕 등 정가 13,800원으로 누릴 수 있는 최대, 최고의 엔터테인먼트가 아닌가 한다. 요즘 영화 한 편 보는데 8~9천원, 어지간한 오락 영화 두세 편 보는 것 보다 이 작품 한 권 사 읽는 게 훨씬 더 큰 만족과 효용을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영화감독을 꿈꾸었던 작가이기도 하고, 이미 작가가 쓴 작품이 영화화된 전력도 있고(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 이 작품 역시 영화화하기엔 그만인 소설이지만 웬만해선 영상화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애절하면서 슬프고 한없이 맑은 눈의 신가야를 누가 분扮할 것인가는 차치하더라도, 원작보다 뛰어난 영화는 본 기억이 없기에. 꼭 해야만 한다면, 정신없이 책장을 막 덮은 이 여운이 어느 정도 가신 먼 훗날에.
전체적으로 상당히 재미있는 작품이고, 흥미진진한 소재와 얘깃거리, 애타는 슬픈 사랑도 담겨져 있기에 주변에 손쉽게 권할 수 있는 재미지고 멋진 소설임에 틀림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다.
일단 문체. 우리나라 작가가 쓴 작품이지만 흡사 번역투처럼 다가오는 느낌. 덕분에 영미 대작을 읽는 기분이 물씬 들기도 했지만 분명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 전체적으로 세련되지 못한 표현과 문장들이 조금씩 거슬렸다. 좀 더 적확하고 깊은 표현, 곱씹을 만큼 멋지거나 감동적인 문장의 부재가 아쉽다.
그리고 특이하면서 흥미로운 소재와 이야깃거리들로 가득하지만 좀 더 본연적인, 가슴 깊이 파고드는 철학은 없었다는 점. 철저한 오락 소설에서 뭘 더 바라냐 하기도 하겠지만, 지극히 헐리웃스런 장면들과 대사들이 지나치게 재미있기도, 지나치게 아쉽기도 했다.
그 밖에 인물들이 겪는 위기가 생각보다 손쉽게 풀려가서 가슴 졸이는 시간들이 길지 않았다는 것과, 신가야 이 자식, 'O OO OOOO', 왜 이렇게 불친절해서 사람들 고생시키는거야~ 싶은 귀여운 불만 정도(?!). (동그라미 땡땡땡은 혹시라도 책을 읽거나 구매하기 전에 다른 사람 서평 읽어 보는 분들을 위해...)
생각지도 못한 소재들. 작품에 써먹으려고 준비한 여러가지 이야기들. 취재와 자료준비에 들인 공이 티가 나는 대목들이 많다. 그리고 그것들을 잘 꿰고 엮어서 이 보배롭고, 재미있고, 멋진 작품으로 빚어낸 솜씨 역시 찬란하다. 딸려온 홍보 팜플렛에서 작가가 차기작 두 가지 정도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를 봤는데, 부지런히 바지런히 써서 세상에 내놔주길 손꼽아 기다려본다. 어지간해선 '궁극의 아이'를 뛰어넘는 작품이기가 쉽지 않을 것 같지만, 여러모로 '궁극의 아이'를 떠올리지 않게 만들만 한 작품이길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