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렇게 아픈데, 왜 그대는 그렇게 아픈가요 - 시가 먹은 에세이
김준 지음 / 글길나루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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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처음부터 끝까지 아픔과 슬픔과 구구함과 절절함이 짙에 배어 있습니다. 김준 시인의 에세이 『내가 이렇게 아픈데, 왜 그대는 그렇게 아픈가요』.

 

 쓰여진 문장 문장들이 너무나 시적이이어서 제목 앞에 '시가 먹은 에세이'라는 말이 왜 붙었는가를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김준 시인의 글 자체를 처음 접하는데, 그의 이런 감성어린 에세이를 보니, 그가 쓴 시들도(이 에세이 중간중간에 그의 시들도 제법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찾아서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다섯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여의고 한없는 그리움과 슬픔과 아픔에 절여진 채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내는 그 아이. 세상 그 무엇에도 견줄 수 없는 거대하고 지대한 상실감이, 세상 그 어떤 말로도 도저히 표현할 길 없는 그 무섭고 커다란 아픔이, 그 경험이 없는 제게도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것 같습니다.

 

 19년 넘게 군인이셨던, 재가한 아버지에 대한 마음, 새엄마로 인한 서러움과 괴로움, 서글프고 안좋은 추억 가득한 학창시절, 후에 찾아 오는 사랑과 이별에 대한 기억들.

 

 고등학교 3학년 여름, 종로의 국수집 주방에서 한 아르바이트에 대한 부분에서, 무심한 표현들로 늘어 놓는 자세하고 세세한 조리법이 어쩐지 재미있기도, 인상적이기도 합니다. 전체적으로 서글프고 아프기만한 분위기 속에서, 여름의 한 줄기 미풍마냥 환기 시켜주기도 합니다. 그 여름의 찌는 듯한 주방에서 사방에서 끓는 거대한 솥의 물에 국수를 넣어 휘적휘적 휘저으며 여름의 숨막히는 더위를 붓고 젓고 말아 넘긴다...
 

 사실, 이 부분에 더욱 집착했던 것은 읽고 있는 지금이 바로 숨막히는 날씨와 계절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 에세이를 머리 멍하고 숨 턱턱 막히는 지금이 아니라 스산한 가을 밤이나 시린 겨울 밤에 읽었더라면 어땠을까... 하긴, 그랬더라면 오히려 지나친 감수성으로 지나친 감상에 빠져 허우적대고 밑바닥까지 가라앉는 늪에 빠져 허우적댔을지도 모를 일이지요.

 

 시가 먹은 에세이, 『내가 이렇게 아픈데, 왜 그대는 그렇게 아픈가요』. 뜨겁고 힘겨운 이 계절이 지나고 서늘하고 아련한 바람 불어올 때가 되면 다시 꺼내어 그 감성을 재확인 해 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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