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쇼핑몰 2 -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킬러들의 쇼핑몰> 원작 소설 새소설 13
강지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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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들을 위해 각종 도구와 서비스를 판매하는 머더헬프 쇼핑몰은 주인공 지안의 삼촌 정진만이 설립한 것이다. 고아가 된 지안을 돌보며 겉으로는 잡화상, 표면 밑에서는 범죄상을 하며 부족함 없이 안전하게 지안을 키웠지만 최근 등장한 경쟁사 "바빌론"이 문제다. 바빌론은 '당근마켓'과 비슷하게 의뢰를 올리면 주변 실행자와 매칭 해주는 "수스Sus앱" 이라는 스마트폰 어플을 개발해 서비스한다. 여기 지안이 올라온다. 누군가가 지안의 시체에 10억원의 보수금을 걸었고, 눈 깜짝할 사이에 100명이 넘는 킬러가 매칭된다. 길 모퉁이의 나물 파는 할머니도 킬러인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지안의 운명은?

이번 권도 200페이지 살짝 넘는 한 입 거리였는데, 지난 소설보다 훨씬 더 탄탄해진 액션 씬에 200페이지가 2시간짜리 블록버스터 영화처럼 느껴졌다. 호불호가 약간 갈릴 장면도 있긴 있었다. 애초에 한국 바닥에서 독극물과 총기류 등 무엇이든 살인과 관련 된 물품이라면 밀매 밀수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인 만큼 전투 장면에도 총기가 등장하고 온갖 묘기와 차력이 난무한다. 사실 영화나 영상물로 봤으면 재미있게 봤을 설정들이지만 텍스트로 읽으면 느낌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살인자의 쇼핑몰 1>이 드라마화 되고 나서 작가가 영상화를 염두에 두고 소설을 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평소에 즐겨 읽는 본격 (클래식) 미스터리처럼 끝에 엄청난 반전이 있는 책은 아니다. 물론 반전이야 있긴 있는데 반전이 어쩐지 잔잔하다. 소설을 읽는 내내 빠져들어 삼촌 진만의 기전에 익숙해진 독자라면 모든 것을 다 의심하는 버릇이 생겨 이 '반전'도 눈치 채기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마지막 20여 페이지가 굉장히 가슴 아리고 불편한 결말이었다. 왜 그렇게 일이 끝나야 했는지는 독자는 물론 주인공조차 납득하지 못 했을 것 같다. 그리고 여운이 남는 것이 반드시 <살인자의 쇼핑몰 3>, 그리고 그 이후 4, 5, 6까지도 나올 수 있을 것 같고 그 때가 되면 망설임 없이 집어들고 읽을 예정이다. 사실 다음 권이 빨리 나왔으면 하는 기대감이 크지만 이제 갓 2편이 나온 마당에 작가가 천천히, 느긋이, 더욱 뛰어난 작품을 보여주기를 기대하는 마음도 없지 않아 있다.

이번 권의 아주 중요한 인물 중 하나가 동성애자라는 설정이 있다. 자연스럽게 등장하지는 않는다. 커밍아웃이니 뭐니 하는 설레발 다 치고 불필요한 집중선을 달고 등장한다. 미국 소설처럼 읽다보니 '어 이 커플은 둘 다 남자였구나' 정도로 생각하고 마치 눈이 파랗다거나 머리가 금발이라거나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치킨이라는 것 처럼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서 조금 아쉽긴 했지만, 한국 소설에서, 주요한 인물의 특징임과 동시에 동성애이기 때문에 소설에서 바뀌는 것이 하나도 없고 당사자 "다나"가 여자여야 할 필요도 하나도 없는데 그런 생뚱맞은 요소를 끼워넣었음에도 어색하거나 억지스럽지 않은 점은 대단히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리고 이런 점 때문에 의문이 남는다. 퀴어를 극혐하는 모 종교 집단의 애독가들은 이런 소설을 읽고 소설의 내용과 관련 없는 퀴어의 등장에 어떻게 반응 할 것인지.

강지영 작가도 마음에 들었다. <살인자의 쇼핑목록>, <살인자의 쇼핑몰>, 그리고 이번 책 까지 단점이 없다. 읽을 책이 산더미고 이 생에 다 못 읽을 정도의 독킷리스트가 있지만 강지영 작가의 나머지 작품 전부는 물론 자음과모음 출판사의 새소설 시리즈도 전부 장바구니로 들어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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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얼 - 전건우 장편소설
전건우 지음 / 래빗홀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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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한 것은, 페이지가 저절로 넘어가듯 독자인 나를 이야기로 빨아들여 다음 장면을 궁금해하게 만드는 책이었다는 것이다.

이쯤되면 난 전건우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게 아닌가 싶다. 기억할 사람들은 기억하겠지만 전건우 작가의 작품을 처음 읽었을 때 "쏘쏘" 정도의 평가를 했던 것 같다. 이 작가는 가벼운 청소년 단편부터 쉽게 훌훌 넘어가는 스릴러 단편, 그리고 다소 무게감 있는 앤솔러지 참여작과 장편까지 팔방미작가다. 정해연 작가나 우타노 쇼고처럼 눈에서 침 흘리며 달려들지는 않겠지만 그 바로 다음 단계에 있는 만큼 신뢰도가 아주 높은 작가다. 이번 소설은 <신체 강탈자들> 이라는 몸과 영혼을 바꾸는 주제의 앤솔러지나 테러범이 몸을 옮겨다니는, 최근에 읽은 <마스터마인드>와 일맥상통하는 가닥이 있는 소설이라고 듣고 골랐다. 물론 어떤 해괴한 주제를 갖다 붙여도 로맨스나 정통 중세 유럽 판타지만 아니면 전건우 이름 석 자 보고선 골랐을 확률이 99%지만.

소설에서는 주된 장치를 "환생"이라고 지칭했으나 읽다 보면 "환승"에 가깝다. 연쇄살인마 리퍼ᐞ¹는 최대한 가학적인 방법으로 살해하는 것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는다. 그리고 그와 그를 쫓아 다니던 형사 최승재는 리퍼와 대치중에 그와 함께 번개에 맞아 죽는데, 최 형사는 비슷한 시기에 죽어 영안실에 실려온 시체의 몸으로 의사와 무관하게 영혼이 갈아 타고 다시 생명을 얻는 경험을 하게 된다. 다만 첫 환승지가 옥살이 중이던 또 다른 흉악 살인마였던 것이 문제다. 우여곡절 끝에 예전에 같이 일 하던 다른 형사에게 자신의 환생에 대해 설득한 형사는 곧 리퍼 역시 같은 기적의 운명에 휩싸여 환승했다는 것을 깨닫고 추적을 계속한다.

이 소설을 읽음으로 새로 알게 된 것이 있었다. 자동차 추격 장면 같은 액션 넘치는 전개를 활자로 적었는데 손에 땀을 쥐도록 생생할 수 있다는 것. 솔직히 지금까지 전건우 작가의 작품을 보며 어느 정도는 고개를 갸웃갸웃 하며 읽었는데 이번 [듀얼]에서 그가 완전체가 된 것 같다. 전건우 작가가 지금까지 쓴 소설 중 최고다. 게다가 판타지 요소는 있지만 주로 다루던 호러 요소가 없는 순수한 미스터리 형사물인데도 이렇게 잘 쓰이고 재미있는 것을 보면 이쪽 장르도 마스터 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전건우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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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가장 위험한 곳, 집 앤드 앤솔러지
전건우 외 지음 / &(앤드)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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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솔러지는 참 매력적인 형식이다. 같은 주제를 가지고 여러 작가들이 어떻게 다른 생각을 하는지 보는 것도 흥미롭고 책 한 권에 내로라하는 작가들의 단편을 어렵지 않은 짧은 호흡으로 만나볼 수 있다. [당신이 가장 위험한 곳, 집] 에서는 Jaeng쟁한 4J 작가들 - 전건우, 정명섭, 정보라, 정해연 - 이 가장 안전해야 하지만 안전하지 않기에 그만큼 더 무서운 '집' 이라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펼친다.

🏚 누군가 살았던 집 - 전건우 △
내가 읽은 전건우의 부동산 스릴러만 이번이 세 번째다. 이전에 중개업을 했나 싶을 정도로 집단 주택의 주인이 바뀌어가는 생태계를 잘 묘사한다. 그리고 그는 클리셰의 제왕이다. 전건우의 소설을 읽고 있자면 힘이 잔뜩 들어간 괴담에 대한 집착이 느껴진다. 분명 유치하기는 하다. 그런데 얼마 전에 5천원짜리 괴담 책을 사서 30페이지.가량 넘겨보다가 진지하게 재활용 지류로 내놔야 하나 고민하면서 깨달았다. 대리석으로 조각한 티라노사우르스 상은 되지 못 해도 레고 수백 블럭으로 만든 입체 Yoshi는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어서 자꾸 보고 싶어진다는 것을.

이 단편에서 주식에 손 잘못 댔다가 사기 당한 주인공은 여자친구와 함께 야반도주한 끝에 이상하릴만치 저렴한 오피스텔을 임차하게 되고 거기서부터 이상한 일을 겪기 시작한다. 개인적으로 화장실 바닥과 하수구멍 포비아가 심해서 읽기 아주 힘들었던 단편.

🏚 죽은 집 - 정명섭 ✓
특이하게 정명섭 작가와 전건우 작가는 세트처럼 거의 항상 앤솔로지에 같이 수록된다. 개인적으로 정명섭 작가의 <기억 서점>을 그리 좋게 읽은 편이 아니라 아직도 선입견이 조금 있었다. 죽은 집 이란 특수청소부 주인공들이 고독사 현장을 부르는 말이다. 클린어벤져스나 클린쿵푸등의 유튜브 채널도 보고 <흔적을 지워드립니다: 데드모닝> 이나 <죽은 자의 집 청소>등의 소설을 읽을 정도로 특수청소에 비위는 약해 하면서도 흥미를 느끼는지라 이런 주제를 "집"이라는 큰 주제의 하위 주제로 택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특수청소와 고독사 현장, 그리고 빌라왕과 전세 사기라는 너무 많은 주제 중 한 가지만 고르지 못 하고 전부 다 사용한 것이 흠이라면 흠이겠지만 장편이었다면 그 나름대로 괜찮았을 것 같다. 무엇보다, 그냥 재미 있었다. <기억 서점>이나 <육식주의자 클럽>을 읽었을 때 내내 느끼던 것이었는데 정명섭 작가의 소설은 허술한데 재미는 있다. 그래서 계속 읽고 또 읽게 되나보다.

🏚 반송 이유 - 정보라 △
피사체가 뭔지 모르겠는데 각종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그림들이 있다. 살바도르 달리가 그러하고, 제이슨 폴락이 그러하다. 정보라 역시 <저주 토끼>에서 독자의 감정을 마음껏 가지고 노는 역량을 보여준 작가인데, 실제로 오디오북을 들으며 익숙한 우리 동네를 저녁에 걷고 있는데 온 몸이 뒤틀릴 정도로 두렵고 불편해져서 귀가 걸음을 재촉했던 기억이 있다.
<반송 이유>는 이메일 형식으로 되어 있고, 교수 임명을 앞둔 남자와 부인이 취업길을 열으려 외딴 지역의 더욱 외진 집으로 이사를 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부인의 정신이 풀려가는지, 그걸 보고 왜 남자는 별 반응이 없는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결말도 없고 전개는 독자 상상에 맡기고 있는데 정말 으스스하고 무서웠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딱 깔끔하게 떨어지는 전통 추미스를 좋아해서 여기에 결론이나 설명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 그렇게 살아간다 - 정해연 ✓✓
정해연 작가의 <홍학의 자리>를 읽고 홍학의 상징성을 알게 되었을 때 가슴 속 태풍이 불고 폭우가 내리는 것을 느끼며 이 작가는 먹먹하고 애달픈 감정을 지휘하는 마술사라는 생각이 들어 첫 책에 홀딱 반했다. 스릴러 장르에서도 이 스타일은 어김없이 빛을 발휘하는데, 식도암에 걸려 시한부 인생이 된 아버지의 임종과 그를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가족 구성원의 삶에서 무언가 이상하고 소름끼치는 정황을 발굴해 내는 식이다. 솔직히 개인적인 욕심으로 꼭 이 단편이 장편화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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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의 집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민현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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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의 집]을 전통적인 추리소설을 생각하고 읽으면 거의 <익명작가> 급으로 천천히 타들어가는 촛불이다. 총 5개의 챕터 중 2챕터의 마지막 대여섯 장에 이르러서 본격적인 미스터리가 시작된다. <익명작가>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가시의 집]의 서두는 실제로 재미가 있었다는 것. 앞부분은 사회적 소설에 뒷 부분은 추리소설인데 그 전환이 눈치채지 못 할 정도로 매끄럽게 이루어졌다.

주인공들은 일본의 평범한 4인 가족. 아빠 호카리, 엄마 사토미, 중학교 2학년 오빠 슌, 초등학교 6학년 막내딸 유키. 소설은 그 역시 교사인 호카리가 학교폭력에 대한 학생 상담을 하며 사건을 무마하는 쪽으로 이끌어가는 장면으로 시작되어 그의 딸 유키가 집단 따돌림으로 인한 자살 시도를 하는 것으로 이어간다.

아이를 키워 본 적도, 학교폭력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적도 없지만 '유키의 유서가 없는 상황에서 집단 따돌림과 그녀의 자살 시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없다'는 대목에서 울컥했다. 실제로 이런 B급 수사물에서도 등장하지 않을 억지가 충분히 일어나고 있을 법 하기에 더욱 화가 치밀었다.

이윽고 학교가 감싸던 가해자 학생이 공원에서 시체로 발견되자 유키네 가족이 용의선상에 오르고 이웃, 언론, 학교, 그리고 가해자 학생의 가족에게서 집중사격을 받는다. 학생이 살해된 사건의 진실은 무엇인지 밝혀 내는 과정이 본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실제로 가해자 아이를 죽인 사람이 유키네 가족 중 한 명인지 아닌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편견으로 인해 유키의 가족이 두 번 죽임을 당한 것이 감정 포인트. 유키가 자살 시도를 했을 때도 프라이버시고 인권이고 창밖으로 던져버리고 언론과 인터넷의 도마 위에서 회자되던 유키는 그 상처가 가시기도 전에 살인자 가족이라는 낙인이 찍혀 더욱 괴로웠을 것이다.

이처럼 사건이 일어난 후에도 소설은 초점이 "누가 왜 어떻게 죽였을까"가 아닌 유키네 가족의 분위기 변화, 특히 호카리를 거의 1인칭으로 따라다니며 그가 가족을 의심하는 과정과 그의 감정 흐름에 대해 서술한다. 살인사건 보다는 이 살인사건이 연관되어 있는 학교폭력이라는 큰 주제 하에 사건이 어떻게 주변 인물들에게 영향을 끼치는가를 더 자세히 보여주었다. 그래서인지 의심하지 못 했던 인물이 진범이었는데도 충격이 크진 않았다.

그렇지만 이 소설을 단순 추리소설로 보는 것은 편협한 시각이고, 추리소설이라는 틀 아래 제 때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학교 내 문제가 어떻게 눈덩이처럼 불어나 주위를 바꾸는지를 보는 것에 의미를 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 거울상을 제공하듯 한 조치가 있다. 호카리는 자신이 학교 교사이고 유키의 아빠임에도 불구하고 유키의 문제를 유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이르를 때 까지 눈치채지 못 했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죄책감의 주요 포인트로 잡는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느냐에 대한 설명으로, 유키네 학교의 상황은 미지로 유지한 채 호카리가 근무하는 학교에 비슷한 학교폭력 사건을 두고 어른들의 이그러진 목적으로 사건을 덮어버리는 관습에 찌든 호카리가 학폭 피해자와 피해자를 돕는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고 결국 그들의 신뢰를 잃어버리는 변화의 과정을 보여준다. 학교폭력이라는 주제가 공감이 많이 되는 주제는 아님에도 가슴이 먹먹했다.

마지막으로 역자 민현주의 번역도 훌륭했다. "반나절"이라는 단어 처럼 현지화가 잘 된 표현이나 학교 내부를 묘사할 때 현대적인 단어를 잘 사용한 점, 그리고 일본어 직역투가 적은 점 덕분에 막힘 없이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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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각본
김지혜 지음 / 창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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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누가 당신이 여자로 태어남은 결국 남자의 씨받이를 하고 시가족의 하녀 역할을 하고 가계를 책임짐에도 불가촉천민 취급을 당하고 여생을 보내기 위함이 당연하고 마땅하다고 하면 어떤 생각이 들겠는가? 이 책은 그러한 '각본'처럼 정형화된 '가족'의 모습, 그리고 성 역할의 정의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저자의 다른 책은 독자를 달래고 독자와 공감하고 독자가 이해하게끔 인도한 반면 이 책은 정면충돌이며 저자의 곧은 의견을 아낌없이 피력한 책이다.

동성끼리 결혼하고 아이를 만드는 대신 입양해서 동성 부모 밑에서 자라게 하는 것이 아이의 발달에 악영향을 끼치고 가족과 국가를 파괴하는 짓이라면 애초에 입양된 그 아이를 0 부모 밑에서 자라게끔 버린 남녀는 무슨 벌을 받나?

저자 김지혜는 처음 <선량한 차별주의자>라는 책에서 "모욕 한 사람은 없지만 모욕 당한 사람은 있다"며 우리가 무심코 하는 행동이나 내뱉은 말이 누군가에게 왜 모욕적인지 설명해주고 불편함으로 뒤흔들면서도 결국엔 방어를 뚫고 독자의 수긍을 쟁취해냈다. 무생물인 책과 활자, 그리고 살아있는 독자라는 불공정한 대립임에도 말이다. 그때 필자도 생각의 전환을 겪으며 이 작가가 보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번 [가족 각본]에선 그 논리 피력이 한층 더 굉장해진 것 같다. 조목조목 작가는 모든 각도에서, 그리고 깊이, 가족 각본에서 요구하는 각 역할의 진정한 의미를 분리해 내고, 각본이 달라지고 구성원이 바뀌었을 때 왜 "가족이 무너지고 국가가 무너지는"일이 일어날 수 없는지 그대로 보여준다. 필자는 작가의 다른 책을 읽었기 때문에 비교 대상이 있어 저자가 이 책에서는 이해시키기 보다는 이빨을 드러내고 "싸우자" 태도로 나온 것 같이 느껴졌지만 그래도 인자한 선생님처럼 독자를 깨우쳐 주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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