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누가 당신이 여자로 태어남은 결국 남자의 씨받이를 하고 시가족의 하녀 역할을 하고 가계를 책임짐에도 불가촉천민 취급을 당하고 여생을 보내기 위함이 당연하고 마땅하다고 하면 어떤 생각이 들겠는가? 이 책은 그러한 '각본'처럼 정형화된 '가족'의 모습, 그리고 성 역할의 정의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저자의 다른 책은 독자를 달래고 독자와 공감하고 독자가 이해하게끔 인도한 반면 이 책은 정면충돌이며 저자의 곧은 의견을 아낌없이 피력한 책이다.동성끼리 결혼하고 아이를 만드는 대신 입양해서 동성 부모 밑에서 자라게 하는 것이 아이의 발달에 악영향을 끼치고 가족과 국가를 파괴하는 짓이라면 애초에 입양된 그 아이를 0 부모 밑에서 자라게끔 버린 남녀는 무슨 벌을 받나? 저자 김지혜는 처음 <선량한 차별주의자>라는 책에서 "모욕 한 사람은 없지만 모욕 당한 사람은 있다"며 우리가 무심코 하는 행동이나 내뱉은 말이 누군가에게 왜 모욕적인지 설명해주고 불편함으로 뒤흔들면서도 결국엔 방어를 뚫고 독자의 수긍을 쟁취해냈다. 무생물인 책과 활자, 그리고 살아있는 독자라는 불공정한 대립임에도 말이다. 그때 필자도 생각의 전환을 겪으며 이 작가가 보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번 [가족 각본]에선 그 논리 피력이 한층 더 굉장해진 것 같다. 조목조목 작가는 모든 각도에서, 그리고 깊이, 가족 각본에서 요구하는 각 역할의 진정한 의미를 분리해 내고, 각본이 달라지고 구성원이 바뀌었을 때 왜 "가족이 무너지고 국가가 무너지는"일이 일어날 수 없는지 그대로 보여준다. 필자는 작가의 다른 책을 읽었기 때문에 비교 대상이 있어 저자가 이 책에서는 이해시키기 보다는 이빨을 드러내고 "싸우자" 태도로 나온 것 같이 느껴졌지만 그래도 인자한 선생님처럼 독자를 깨우쳐 주는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