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한 것은, 페이지가 저절로 넘어가듯 독자인 나를 이야기로 빨아들여 다음 장면을 궁금해하게 만드는 책이었다는 것이다.이쯤되면 난 전건우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게 아닌가 싶다. 기억할 사람들은 기억하겠지만 전건우 작가의 작품을 처음 읽었을 때 "쏘쏘" 정도의 평가를 했던 것 같다. 이 작가는 가벼운 청소년 단편부터 쉽게 훌훌 넘어가는 스릴러 단편, 그리고 다소 무게감 있는 앤솔러지 참여작과 장편까지 팔방미작가다. 정해연 작가나 우타노 쇼고처럼 눈에서 침 흘리며 달려들지는 않겠지만 그 바로 다음 단계에 있는 만큼 신뢰도가 아주 높은 작가다. 이번 소설은 <신체 강탈자들> 이라는 몸과 영혼을 바꾸는 주제의 앤솔러지나 테러범이 몸을 옮겨다니는, 최근에 읽은 <마스터마인드>와 일맥상통하는 가닥이 있는 소설이라고 듣고 골랐다. 물론 어떤 해괴한 주제를 갖다 붙여도 로맨스나 정통 중세 유럽 판타지만 아니면 전건우 이름 석 자 보고선 골랐을 확률이 99%지만.소설에서는 주된 장치를 "환생"이라고 지칭했으나 읽다 보면 "환승"에 가깝다. 연쇄살인마 리퍼ᐞ¹는 최대한 가학적인 방법으로 살해하는 것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는다. 그리고 그와 그를 쫓아 다니던 형사 최승재는 리퍼와 대치중에 그와 함께 번개에 맞아 죽는데, 최 형사는 비슷한 시기에 죽어 영안실에 실려온 시체의 몸으로 의사와 무관하게 영혼이 갈아 타고 다시 생명을 얻는 경험을 하게 된다. 다만 첫 환승지가 옥살이 중이던 또 다른 흉악 살인마였던 것이 문제다. 우여곡절 끝에 예전에 같이 일 하던 다른 형사에게 자신의 환생에 대해 설득한 형사는 곧 리퍼 역시 같은 기적의 운명에 휩싸여 환승했다는 것을 깨닫고 추적을 계속한다.이 소설을 읽음으로 새로 알게 된 것이 있었다. 자동차 추격 장면 같은 액션 넘치는 전개를 활자로 적었는데 손에 땀을 쥐도록 생생할 수 있다는 것. 솔직히 지금까지 전건우 작가의 작품을 보며 어느 정도는 고개를 갸웃갸웃 하며 읽었는데 이번 [듀얼]에서 그가 완전체가 된 것 같다. 전건우 작가가 지금까지 쓴 소설 중 최고다. 게다가 판타지 요소는 있지만 주로 다루던 호러 요소가 없는 순수한 미스터리 형사물인데도 이렇게 잘 쓰이고 재미있는 것을 보면 이쪽 장르도 마스터 한 것으로 볼 수 있겠다.전건우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