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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는 책들
구채은 지음 / 파지트 / 2023년 9월
평점 :
이 책은 직장에서 겪을 수 있는 각종 힘든 상황에 대해 위로를 건네고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그럴 때는 어떤 책을 읽으면 더욱 공감이 되고 공감을 통해 더 많이 위로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은 하지만 자기계발서는 아니고 양산형 에세이는 더더욱 아니다. 거만하게 '내 조언이 다 맞다'고 지시하는 대신 작가 본인이 겪었던, 혹은 생각해봤던 상황과 그와 연관지어 읽었던 책의 내용을 제시하며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토론의 장을 여는 책이다.
순문학은 정말 손이 가지 않는 나에게 '이런 괜찮은 책도 있다'며 줄거리 요약까지 포함시켜 놓았다. 최소한 교양 수준 제고를 위해 이 유명한 책의 내용이 뭔지 알고는 있을 수 있고, 내용을 보고 나의 내면과 공명이 느껴진다면 책을 찾아서 직접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수도 있는 것이다. 누구나 다 읽었을 것 같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포함한 대부분의 작품이나 나쓰미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등은 읽지 않았다. 관심도 없었고 굳이 읽지 않아도 교양 수준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인간 실격>은 내용이 궁금해져버렸다.
작가의 눈을 통해 새로이 보게 된 시점도 있었다. 얼마전, 인터넷에 어떤 움직이는 그림을 보았는데 <작품명: 중소기업>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이미지 속에는 벨트를 두른 톱니바퀴 비슷한 원통 사이로 무수히 많은 사람 모양 인형이 이리 쓸리고 저리 쓸리는 그림이었다 세상은 참 넓고 다채로운데 쳇바퀴 같은 일상 속에서 저녁시간 조금 가지고 맛있는 것을 먹고 SNS에 접속해 보이는 면이 예뻐야 한다는 프로파간다에 현혹되어 아까 먹은걸 찍은 사진을 올리고, 어제 달린 "좋아요" 갯수에 따라 울고 웃는 값싼 만족감으로 살아가는 생활은 나와 상관 없다며 손가락질 해오곤 했는데 작가가 거울을 디미니 나 역시 똑같은 모습이더라. 같이 추천한 솔 벨로의 <오늘을 잡아라>를 읽고 싶어졌다.
뻔한 자기계발서의 억지 공감을 위해 지어내고 끼워맞춘 상황극 대신 여기서는 내향적인 작가가 생계를 위해 기자 생활을 하며 직접 겪은 직장생활의 설움이 자세히, 깊이, 내면까지 묘사되어 있어서 직업의 분야는 다르지만 작가와 비슷한 내향인인 나의 지난 직장 생활 시절의 분노를 되새기게 되니 무척 공감이 되었다. 누구나 다 한번쯤은 겪었을 법한 불편함이지만 깊이, 길게 생각하는것은 왠지 쪼잔한 것 같아서 마음 한 켠으로 밀어두고 참을 '인'자 새기며 꾹꾹 눌러두었던 설움들을 이제 탁자 위에 풀어놓고 곱씹어보자고 제안하고 있다. 책이 안주로 어울린다는 생각을 한 것은 처음이지만 낮은 조명 곁에서 독주 한 잔 벌룬 글래스에 담아 천천히 핥아가며 음미하고 싶은 책이다. 그렇게 읽다가 많이 공감되는, 크게 분노했던 기억을 상기시키는 대목이 나오면 콸콸콸 벌컥 벌컥 취해버리면 그만이다.
이 책은 파지트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