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고를 때 블루홀식스라는 출판사가 공신력 있는 미스터리 전문 출판사라 평타 이상은 칠 것을 예상하는 정도에 그치고 책을 골랐는데 이렇게 재미있을 줄은 몰랐다.내가 모 대기업의 신입 교육생 사원일 당시 교육실 자리마다 뭔가 하나씩 있었다. 금속으로 된 마카로니를 열다섯 알 실로 꿴 듯 한 장난감은 손을 풀어 창의성에 시동을 거는데 쓰고 나면 자리에 무심히 내려놓는 것 만으로도 예술적인 오브제가 되었다. 오늘 택배를 까서 [너의 퀴즈]를 집어 들었을 때의 느낌이 그 마카로니 목걸이를 보는 느낌이었다. 신기한 판형에 독특한 레이아웃, 도발적인 표지에 혼을 쏙 빼놓는 내용이 책을 장난감 같게도, 예술품 같게도 했다. 책은 이렇듯 가지고 노는 물건인 형태가 최고급이다. 표지로 눈이 즐겁고, 손에 부담스럽지 않은 판형의 크기로 촉감이 즐겁고, 재미있는 내용으로 뇌가 즐겁게 자극받는 물건인 것이다.그리고 그 내용이라는 것도 회오리처럼 흡입력이 있었다. 주인공은 퀴즈에 대한 강박증을 병적으로 겪으며 사는 사람이고 시작은 그가 자신있게 우승할 것이라 생각했던 퀴즈쇼의 마지막 6:6 상황의 타이 브레이커 문제다. 상대방은 질문을 한 글자도 듣지 않고 정답을 맞추고 우승했고, 그 우승은 인정이 되었다. 어떻게 일어난 일이고 어떤 트릭이 있었고 왜 인정이 되었는가?💬 p.41 "혼조 기즈나 수준이면 문제를 듣지 않아도 답을 맞힐 수 있을 것이다"💬 p.67 "그 시절 내가 상상한 가장 장대한 '안나 카레니나' 이야기는 안나가 전설의 '살아있는 카레'를 찾아 인도를 여행하는 이야기였다."💬 p.132 "알파벳 네 자. PPAP 피코타로가 떠올랐지만 [...]"소설은 퀴즈에 강박증이 있는 주인공이 이해할 수 없는 마지막 승부의 각 문제를 떠올리며 자신이 맞힌 문제를 맞힐 수 있었던 과거의 경험을 회상하는 장으로 이어진다. 그 과정에서 소설의 감정선이 움직이고 다양한 맛의 추억으로 독자는 재미를 느낀다. 마치 <슬럼독 밀리어네어>에서 주인공 람이 자신이 퀴즈를 어떻게 풀 수 있었는지 증명하려고 풀어놓는 썰 같았다. 차이는, 회상 뿐만 아니라 [너의 퀴즈] 에서는 상대방이 퀴즈에 어떻게 반응했냐를 되씹으며 그의 성향등을 분석하고 결과적으로 조작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판단해내려는 시도를 한다는 것이다.여태껏 겪었던 추리소설의 '반전 결말'과 정말 색다르고 새로운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왠만큼 화각이 넓은 독자가 아니면 짐작조차 못 했을 것이었다. 올해 초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읽다가 반 정도에서 중단했었는데 이 다음에 그것도 이제 마저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