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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hH
로랑 비네 지음, 이주영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11월
평점 :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6/1207/pimg_7027751331536927.jpg)
뭐니뭐니해도 우선 가장 인상깊은 것은 작품의 기발한 제목입니다. H가 무수히 박힌 이 책의 제목인 HHhH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증을 먼저 유발하기에 충분한 작품이죠.
우선 이 HHhH라는 제목은 ‘히믈러의 두뇌는 하이드리히로 불린다.’라는 ‘Himmlers Hirn heißt Heydrich’라는 독일어의 앞머리만 빼놓은 이니셜이죠.
그러고 보니 2차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상징성에는 항상 이 H가 의미하는 것이 많은 듯 합니다. 히믈러와 하이드리히뿐만 아니라, 히틀러(Hitler), 홀로코스트(Holocaust) 그리고 독일육군(Heer)도 그렇고 모두 H로 시작된다는 것은 우연은 아닌 듯 합니다.
작품은 엄밀히 따르면 나치 독일을 다룬 역사소설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소설을 쓰는 저자 화자자신의 이야기로 저자의 기억과 역사적인 사실이 교대로 오고가면서 한편의 멋진 중첩구조형식으로 이야기가 진행이 되어가고 있는 방식으로 작품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죠.
전반부의 순서도 처음엔 모두가 제각각으로 진행이 되어, 이야기의 무대가 되는 1930년대와 화자가 서술하는 현대를 왔다갔다하고 있어서 처음엔 혼선을 느껴서 읽어나가기 어려운면이 있습니다. 다루어지고 있는 역사적인 면은 세계사의 특히나 이 2차대전에 대해서 어느정도 알고 있는 분들에겐 그냥 지나칠수 있는 면이 없지 않은 면이 있지만 도입부 부분과 지나친 설명이 있어서 좀처럼 읽어나가기 더뎌지게 하는 부분이 있죠.
그러나 그런 각자 뿔뿔이 흩어 졌던 지식이 점차 하나의 형상을 이루어 나가면서 후반부에는 가속도가 붙어서 후반의 200여페이지 정도는 거의 단숨에 읽어 나가게 하는 가독성이 일품인 작품이었습니다.
소설의 화자인 ‘나’인 그가 쓰려고하고 있는 것은 1942년 프라하에서 실제로 일어난 유대인 대량 학살의 발안자이면서 책임자이며, ‘금발의 야수’라고 악명을 떨친 나치의 고관인 하이드리히의 암살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언뜻 보면 옛날 토요명화에서 많이 방영된 ‘세벽의 7인’을 모티브로 다룬 작품과도 유사하다고도 할 수 있는 작품이지만 그와는 다른 형식으로 접근한 작품이죠. 이 엄청난 작전을 실행하기 위해서 체코 망명 정부에서 '요제프 가브치크'중사와 '얀 쿠비시'하사를 작전지에 투입하면서 이야기는 진행이 됩니다. 프랑스인이면서 이 사건을 저술하여 역사에 남기기로 결심한 '나'는 가능한 한 조사를 더해서 이 역사적 사건을 재현하려고 부단히 노력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죠. 하지만 곧바로 많은 벽이 그의 앞을 가로 막기에 이릅니다. 하이드리히라는 괴물의 생애와 암살 계획의 경위는 상당 부분 많은 대화와 이야기를 통해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설명에 반대로 쿠비시와 카브치크의 대화와 심경이 어떠했는지 그들을 도왔던 많은 이름 없는 사람들의 초상화 등등 자료도 증언도 남아 있지 않은 부분은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게 합니다.
그럼에도 이 소설의 독창성은 무엇보다도 ‘역사를 말해주는 것’ 자체를 주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나름 의미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유명한 사실을 로랑 비네는 소설로 재현하려고 시도합니다. 그러나 "죽은 꼭두각시처럼 움직이는 것은하지 않겠다"고 자신의 신념에 의해 철저하게 자료를 읽어 들여, 같은 주제의 다른 작품을 섭렵하고 신빙성있는 사실만을 기술하는 방식을 채택하는 하여 다각적 인 시점에서 사실을 비추고, 정밀한 묘사가 일품이죠. 그 결과, 나치 독일과 각국의 상황과 하이드리히를 포함한 나치 내부의 권력 다툼, 망명 체코 정부의 의도와 당시에 진행이 된 유대인 말살 계획의 진척 등 당시의 상황이 극명하게 그려지면서 한편으론 하이드리히에의한 유대인이나 상대에 대한 살육의 묘사는 너무 잘 표현이 되어서 다소 읽기가 힘들어 지게 할 정도입니다. 그러면서 종반에 도달하면 서로 다른 방식으로 흘러간 두 가지 흐름이 하나로 합류하면서 손에 땀을 쥐게하는 긴박감에 이르게 되죠.
결국 암살계획은 실행에 옮겨져 절정을 맞이합니다만 더 이상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앞에 화자는 비통한 마음을 억누를 수 없게 하죠. 결국엔 실패한 이 모든 노력들속에서도 그들의 당시의 하이드리히 및 나치에 의해 생명을 끊어 졌던 사람, 희생적인 정신으로 저항한 이름없는 사람들의 무모한 노력은 헛된 것이 아니었음을 다시한번 그들의 희생이 헛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사건을 재현하는 가운데 역사의 그늘에서 쓰러져 간 사람들에 대한 저자의 그들에 대한 깊은 경의와 애도의 마음이 이 작품에 그대로 녹아들어가 있음을 알 수 있고, 다만 이런 슬픈 시대의 역사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며 더욱더 그렇기에 역사에 대해서 슬픈 역사를 외면하기보단 그것을 거울삼아서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작가가 이 작품을 쓴 진정한 의도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게한 의미있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