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절

임신중절 - 어떤 역사 로맨스 ㅣ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리처드 브라우티건 지음, 김성곤 옮김 / 비채 / 2016년 10월

세상을 등지고 도서관에 사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로맨스소설.

31살의 주인공인 ‘나’의 시점에서 쓰여져 나가는 이 작품에서 나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어느 작은 도서관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이 도서관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나’ 혼자입니다. 게다가 그 도서관은 일반적인 도서관이 아니라 유아부터 노인까지 나이와 직업을 가리지 않고 흔히 누구나 자신이 쓴 책(그림을 끄적여 놓은 책도)을 인수해 책장에 가지런히 그리고 나란히 진열을 해놓은 특수한 도서관이죠. 소설속에서는 이 도서관에 대해서 당연하다는 듯이 아무렇지 않게 그려나가고 있고, 이상하리만치 당연하다는 듯이 특수한 곳으로 보이지 않게 그려보이고있습니다. 저는 이 도서관에서 24시간 풀로 근무하고 한밤중이든 크리스마스와 같은 연휴에도 책의 반입과 같은 찾는 사람이 있으면 언제든 문을 열어놓고 있는 그런 곳입니다. 월급도 받을 곳 없는 그곳에서 시도때도 없이 장서를 정리하고(너무 늘어난 책은 마치 책장이 아닌 동굴과 같다고 하죠) 간간이 포스터라는 사람으로부터 식량과 같은 생필품을 공급받아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매우 이상한 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작품의 주인공 ‘나’입니다. 이런 곳에서 이런 환경에서 그는 약3년여간을 그 도서관에서 단 1걸음도 밖에 나와 보지 않았다고 합니다.

어느 날 바이다 크레이머라는 한 여자가 찾아와 책을 반입하러 오게 됩니다. 그녀는 약 20세 가량의 나이의 여성으로 마치 플레이보이 잡지에서 빠져 나온 것 같은 완벽한 미모를 겸비하고 있는 여성으로, 그녀가 가져온 책은 그녀의 고민을 담은 책으로 그 고민은 관능적인 자신의 육체가 가져올 재앙들에 대한 이야기와 그 몸을 미워하는 자신의 심란한 마음과 기분들이 적혀있는 책이었죠. 그리고 그런 그녀에게 ‘나’는 순간 아찔할 정도로 마음을 빼앗기에 됩니다. 그런 나와 바이다는 그대로 도서관에서 함께 살게 되고, 몇 달 후 바이다는 임신을 하게 됩니다. 두 사람은 심각한 고민과 생각 끝에 낙태하기로 결정을 하게 되고, 멕시코로 낙태 수술을 위한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좀 현실 세계와는 거리감이 있는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현실세계를 무대로 도서관이라는 그야말로 은유적인 무대속에서 있을 수 없는 여성을 둘러싼 있을 수 없는 에피소드속에서 무엇인가의 경계를 넘는 모험과 같은 이런류의 작품은 흡사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듯한 분위기의 작품으로 하루키의 그 특유의 작풍과 문체들은 아마도 이 브라우티건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한 브라우티건의 대표적인 작품중 하나입니다.

초반의 분위기와 일련의 사건들은 매우 은근하게 쓰여져 나가기 때문에 읽다보면 흡사 연애소설과 같은 느낌을 많이 받게 되지만 후반은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무거운 주제를 안고 진행이 되다가 로드무비처럼 쑥 끝나 버리기 때문에 얇은 두께의 작품만큼이나 뭔가 시원섭섭한 감이 느끼게 되는 작품이지만 어째든 그럼에도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매력이 진하게 느끼게 되는 작품으로 원제인 ‘The Abortion’ 낙태라는 뜻을 가진 이 작품에서 도서관이라는 곳에서 틀어박혀 폐쇄적으로 살아가고 있던 나에게 여성이 찾아와 같이 도서관 안에서 살아간 그는 형편상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상황을 알고 낙태를 결심하게 되면서 세상으로 처음 발을 딛고 나오게 되는 것을 그려가는 과정속에서 저자가 그리고 싶었던 것은 낙태 그 자체가 아닌가... 생각합니다만, 내용을 잘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입니다만, 낙태는 새롭게 싹튼 생명을 어둠에 매장 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는 것이니... 이상한 도서관의 장서는 곧 물을 비유하는 것으로 그리고 이상한 동굴같은 도서관은 어쩌면 거의 찾는 이가 없는 도서관이니 책에게 있어서 찾는 이 없는 동굴속에 빛도 못보고 죽을 운명인 사형선고 받는 책으로 이것을 낙태에 적용시켜 생각하면, 책을 거둔 사람들은 자신 속에 싹튼 가능성을 스스로 말살한 사람이라고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을 하게합니다. 아무튼 동굴같은 이상한 도서관과 어느날 나타난 여신같은 여인과 임신과 낙태... 반체제 아니 더 나아가서 탈체제로서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싶었던 한 사람에게 주어진 대가는 항상 죽음에 대한 유혹, 죽음에 대한 동경이지 않았는지... '은둔형 외톨이'의 주인공이 여자를 만나 그녀의 임신 낙태로 외부 세계에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그 상황은 브라우티건이 의미하는 바의 '탈 체제'에서 '체제'의 유혹인가 싶기도 하고, 임신 그리고 낙태는 '삶과 죽음'의 가장 상징적 인 사건으로 상당한 상상력이 요구되는 브라우티건의 작품으로서 다소 쉽게 이해하기는 어려운 소설임은 틀림없어서 해석하기에 따라서 많이 갈릴 수 있는 작품임에는 틀림없는 작품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