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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소녀 - 개정판
델핀 드 비강 지음, 이세진 옮김 / 비채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지적조숙아인 루는 2년을 월반해서 13세에 고등학교 1학년을 재학중인 아이입니다. 그렇게 높은 IQ를 가진 아이이지만, 자신의 신발끈조차도 잘 맺을 수 없는 아이이죠. 어쩌면 그런 것이 그 나이때의 당연한 것이겠지만 그런 그 아이에게도 지적 능력과는 별개로 가정환경은 정신이 온전치 않은 어머니와 억지로 밝게 행동하면서 엄한 아버지와 살고있는 현실입니다. 그렇게 가면의 모습으로 살아가다 보니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선뜻 말이나 행동으로 표현하는데는 무척 서툰 모습을 보여주죠. 클레스메이트가 뒤에서 자신을 험담하며 놀리는 것을 이미 익히 알고 있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는 그녀에게 어느날 자신의 기존의 사고와 생각과 일상을 바꾸게 하는 엄청난 만남을 갖게 되는데, 루는 노라는 젊은 노숙자인 여성과 역에서 만나게 됩니다. 자꾸 신경쓰이고 보면 볼수록 자꾸만 노를 알고 싶고 왠지 구원해주고 싶은 그런 마음에서 시작된 둘의 만남은 루가 노를 만나서 구원을 하게 해주는 것이 아닌 노와의 만남을 통해서 결국엔 루 자신을 변화하고 성장하게 되는 계기가 되게 합니다.
이 책은 델핀 드 비강이라는 프랑스 작가의 4번째 작품으로 이미 비채에서 09년도에 출간된 작품으로 이번에 새로 단장하고 개정판으로 나온 작품으로 작가의 이 작품으로 프랑스 서점대상을 수상하는 영애를 안겨준 작품이라고 합니다.
등장하는 아이들에게 공통되는 것은 자신을 왜면하거나 버린 어머니에 대한 갈망과 애정이 눈물겹다고 할까요? 한결같은 모습속에서 특히, 노는 어머니가 노숙자들에게서 강간되어 태어난 아이로 원치않게 태어나게 된 노는 어머니로부터 버림받게 되죠. 루도 마음을 앓고 있는 어머니의 애정을 갈망하고 기다리고 있지만 자꾸만 지쳐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고, 두 사람을 돕는 소년의 어머니도 그를 내박치려고 하고 있죠. 이는 어쩌면 여성이자 저자 자신이 부모의 이혼을 경험하고, 슬프게도 13세에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배경이 있는 저자의 경험과 슬픔과 그 애틋함을 이 루와 노를 통해서 투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서로 어울리고 만나고 대화를 하면서 루도 노도 서로를 이해하고 좋아하게 되면서 행복해 졌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해지지만 현실은 이 어린 아이들을 그저 행복하게 놔둘정도로 만만치 않은 것이 이 현실입니다.
비관적인 글도 많이 보이지만 루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비극적인 현실과 노에 대한 그 어렵지만 가만이 있을 수 없기에 생각을 넘어 행동에 옮겨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렇다 할 무엇이 보이진 않았지만 나름은 밝고 희망찬 해피엔딩을 결말로 암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하죠.
어느나라나 다 그렇겠지만 관광과 문화 예술 그리고 유럽대륙의 중심부에 있는 멋의 나라 프랑스에서의 노숙자에 대한 문제는 생각이상으로 심각하다고 하죠. 특히, 20만명 이상의 노숙자 중 40%가 여성으로, 그중 16~18세에 한정하면 70%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그런 아이들 속에서 또 다른 노와 같은 아이들이 이름없이 태어나고 존재가 불분명해지고 악순환이 반복되어 간다고 합니다. 그런 상황속에서 이 소설은 사회문제에 대한 고발적인 소설에 중점을 둔 것이 아닌 서로 다른 환경속의 두 소녀가 어느 한가닥의 공통점을 찾고 서로의 아픔과 상처를 만남과 대화와 우정속에서 성장의 궤적을 이루어 나가는 과정을 아름답게 그려나가고 있어서 ‘우리는 언제나 함께야.’라고 확인하고 서로의 대화속에서 어두운 고독을 끌어안고 보듬어주면서 두 사람의 애틋한 마음이 잘 그려져 나가고 있어서 읽어나가다 보면 가슴을 찌르는 울컥하게 하는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모두에게서 부정된 소녀 노와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는 소녀 루와 부모에게 버림받은 소년 뤼카를 통해서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알아가는 나(루)의 성장을 잔잔하면서도 강렬한 울림을 통해서 그려나가고 있는 이 작품은 읽고난 후에도 깊은 여운과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작품으로 앞으로 더 추워질 이 가을과 다가올 겨울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의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