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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의 조건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0
사사키 조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6년 6월
평점 :

패전 직후의 도쿄에서 시작되는 3대에 걸친 장편소설 ‘경관의 피’는 부모자식 삼대에 걸쳐 경찰관이 된 세 남자의 삶의 음영을 그린 3부로 구성된 작품이었죠. 나오키상 후보로 거론되어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에서 1위, 2007년 일본 모험 소설 협회 대상 수상, 또한 보지는 않았지만 한번 찾아 볼 작품인 드라마로도 제작된 엄청난 작품이죠.
‘경찰의 피’의 재미는 범인을 찾아가는 수수께끼 스토리는 당연히 있지만 가장 눈여겨 봐야 할 백미는 전후의 혼란기였던, 쇼와 43년 ~ 50년대와 1995년에서 현대라는 세 시대의 세태를 반영한 범죄사건에서 아버지와 자식이 경찰관으로서의 자세와 삶을 통해 <경찰의 전후사>로서의 측면도 그려져 있는 작품으로 당시의 시대상과 조직과 가정에서의 큰 고뇌를 하는 세대를 거듭해서 동종의 직업을 갖고 임하는 남자의 어깨를 그려가고 있는 작품으로 그 속을 들여다 보는 것이 이 작품을 보는 자세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 엄청난 작품의 후속편인 바로 이 경관의 조건이죠. 사사키 조는 ‘경관의 피’의 연재가 끝났을 때 ‘경찰 소설 쓸 소재는 전부 소진하여 작품에 내놔서 쓰지 않으려고 했다.’고 했다죠. 그런데 출판사의 담당 편집자가 아직‘경관의 피’는 완결되지 않았다.고 채근을 했다죠.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 카즈야와 가가야의 이야기 등.... 이런 저런 이유와 풀리지 않은 의문과 궁금증을 이유로 내세워서 사사키 조를 움직이도록 만든 작품이 이 ‘경관의 조건’이라고 합니다. 정말 이 작품이 나온 가장 큰 일등공신은 출판사 편집자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경관의 조건’의 이야기는 형기를 마치고 출소 한 가가야 전 경부가 복직하면서 이야기는 시작이 됩니다. 안조 카즈야와 라이벌 관계로 마약조직 루트에 진입하는 정체불명의 범죄조직 소탕에 서로 대립각을 세우면서 임무에 임하게 되죠. 경부로 승진한 카즈야는 조직범죄 대책 부 제1과이며, 복직한 가가야는 제5과 특별 수사대 계장, 게다가 마약수사계와 총기수사계 등 세세한 부분이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상태에서 둘과 두 수사팀의 마찰은 불을 보듯 뻔한 상태에서 일부러 이렇게 배치를 했나 싶을 정도로 파란을 예고한 상황에서 수사가 진행하게 됩니다. 그 속에서 경찰조직의 뿌리깊은 관료주의와 첩자를 이용한 범죄조직과의 정보교환 및 불법수사에 의한 내부범죄에 대한 은폐와 내부조직갈등 등이 크게 부각되고 있어 이번편은 더욱 흥미가 엄청난 작품입니다.
경찰과 갱단과 첩자의 3파전속에서 가즈야와 가가야 두 사람이 만남속에서 이야기는 거침없이 휘몰아치게 되죠. 어린시절에 아버지를 잃은 카즈야에게 상사였던 가즈야의 존재는 그 수사 방법에 의문을 품으면서도 어딘가에서 심취한 아버지 같은 존재이기도 하죠. 또한 가가야는 카즈야의 고발에 의해 체포되었지만, 아들에 대한 부모같은 마음이 내심 속에 자리잡고 있었던지라 자신을 고발한 것에 크게 개의치 않는 듯 하고요. 오히려 대견하게 생각하는 듯 합니다. 그래서 마지막을 향하면서 두 사람의 마음의 움직임이 이야기의 바닥에서 솟아올라 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경관의 피’ 라스트처럼 카즈야가 휘파람을 부는 장면은 사뭇 감동을 자아내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죠. 동네 파출소의 제복차림의 경찰관으로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을 사명으로하고 있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유지를 계승한 카즈야의 모습과 동시에 가가야의 기골있는 행동이야말로 카즈야에게 풀리지 않은 무언가를 풀어낸 듯한 만족감이 느껴지면서 휘파람 소리는 긴 여운을 남기게 합니다.
‘경관의 피’로 그려진 부자 삼대에 걸친 ‘경찰의 임무는?’, ‘경찰의 조건이란?’이라는 질문은 이 ‘경관의 조건’에서 마침내 해답을 찾게 된 가즈야. 그가 바라고 그가 알고 싶었던 경찰과 자신의 가정사와 그리고 얽힌 가즈야와 본연의 임무에 대한 고뇌속에서 그의 질문의 해답을 찾아가게 되는 대망의 경찰소설 경찰의 피에서 경찰의 조건으로 완결된 안조집안의 3대에 걸친 이야기. 진짜 이대로 끝나기엔 너무 아쉽지만 그래도 정말 무척 재미있었던 최고의 경찰소설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너무 재미있고 훌륭했던 작품으로 사사키 조의 다른 작품들도 꼭 나와서 읽어보고 싶은 간절함이 들게 한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