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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들의 탐정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9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6년 5월
평점 :

까칠한 듯 무심한 듯 하지만 속은 뜨거운 열정과 냉철하고 날카로운 포스를 풍기는 차갑지만 따뜻한 도시남자인 사와자키 탐정. 그 사와자키 시리즈의 오랜기다림 끝에 드디어 작품이 나왔죠. 단편모음집이지만 그 한편 한편에 진한 깊이가 있어서 한편 펼쳤더니 바로 읽어버리게 된 무척 재미나고 풍부한 감동과 깊이가 있는 단편집 <천사들의 탐정>입니다. 하라료라는 작가는 참 게으른가 봅니다. 아니면 너무 신중하게 집필을 하시는지... 30여년이 된 작가라는데, 작품이 장편4편, 단편1편 에세이집1권이 전부라고 하니.. 들리는 풍문에 현재 한편을 집필중이라고 하는데 언제 빛을 볼 수 있을는지... 아무튼 6권이 전부인 작가이죠. 그런데 왜 이리 매달리게 되는지.. 아무튼 사와자키의 소소한 일상을 그린 그러나 아주 특별한 나날을 그려가고 있는 이 작품은 제목부터가 특별하죠. 천사들의 탐정.. 이 천사들은 바로 어린 아이들을 지칭하는 말로 아이들에게 비친 어른들의 세계와 그 어른들의 일원인 사와자키를 말하는 것입니다. 어리고 힘없는 아이들이 일그러진 어른들의 야망과 욕망에 의해서 무력하게 휘둘리고 이용당하고 상처받는 그런 마냥 순수해야 할 슬픈 천사들에게 있어서 특별한 어른인 차별화된 어른인 사와자키가 어떻게 비춰지고, 그런 아이들을 사건에서 만나서 바라볼 때 어떤 느낌과 감정의 요동이 치는지 특별한 나날속에서 일어나는 6가지 이야기 속에서 기존의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사와자치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특별한 단편소설이라고 할 수 있죠. 왠만한 장편보단 제대로 만든 단편이 아주 특별하고 깊고 긴 여운을 안겨준다고 하는데 이 작품이 딱 그런 작품들입니다. 위태롭고 깨지기 일보직전인 가정에서 아버지의 비밀을 알게되고 어머니의 위험을 간지한 아이가 5만엔을 들고 사와자키에게 와서 어머니를 지켜달라고 하는 아이, 잘나가는 상임지휘자의 과거 연인의 아이가 자신의 친부에게 협박을 해서 돈을 요구하게 된 사연, 어느 가장이 재혼한 여자의 딸을 감시해 달라고 하지만 알고봤더니 그 딸이 자신을 감시하고 있었던 사연, 자살을 앞둔 아이돌가수가 사와자키에게 잘 못 전화해서 자살하기전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하는 사연, 뒤늦게 알게 된 자신의 혈육인 손자를 찾으려고 하는 할머니와 그 손자와의 만남을 막으려고 하는 가족과 흥신소여직원의 사연, 자신이 살인누명을 덮어 쓸 수 있을거 같아서 종적을 감춘 아이의 엄마가 애원하며 자신의 아들을 찾아달라고 하는 사연의 의뢰들. 서로 다른 사연의 중심엔 아이들이 있습니다. 어린아이들에게 어떤 사연과 슬픔과 애환이 담겨있는지는 그 사연의 종적을 밝아가면서 사건의 진위를 따라가다보면 이들이 다 어른들의 잘못의 희생양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죠. 무력한 이 날개꺾여진 아이들이 왜 일그러지고 뒤틀리게 되었는지는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잘못된 행보의 결실이요 그 거울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런 아이들을 대하고 의뢰을 진행해가면서 사와자키는 묘한 감정의 변화를 느끼게 되면서 기존의 작품과는 사뭇다른 모습을 아이들에게 대하게 됩니다. 결코 그 나이대의 꼰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아이들을 대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자신도 어른으로서 잘못을 느끼고 아이들에게 다르게 대해야 함을 무의식적으로 느끼게 된 것이 아닌지 그런 생각을 하게된 6가지 사건속에서 특별하지 않은 그러나 특별한 날들을 그린 사와자치와 시부야의 특별한 나날을 그린 6가지 색깔의 이야기들을 아주 감칠맛나게 그려가고 있는 것에서 출간이 모음집이 출간된 것은 1997년이지만 전혀 어색하거나 시대적 차이로 인해서 읽어가는데 방해가 되거나 어색함을 느낄 수 가 없었던 것은 작가의 필력이 아주 훌륭하게 한몫하였음을 알 수 있는 작품이죠. 간간이 이야기의 처음이나 중간중간에 80년대와 90년대의 당시의 일본의 모습과 시대상을 알 수 있는 대목들이 있지만 작품전반에 크게 지장을 주거나 문제되는 것들이 아니기에 큰 문제는 없고, 그저 당시를 회상하거나 되새기면서 읽어나가는데 도움을 주죠. 특히 두 번째 에피소드가 국내독자들에겐 아주 의미가 남다른 작품으로 남을거 같은 것이 우리 현대사의 큰 획을 그은 고 김대중대통령과 관련된 사건이 있기에 아주 남다른 작품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당시의 이 엄청난 납치사건에 대해서 당시 일본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당시 그 시대에 그림자속에서 많은 이들이 어떻게 이중활동을 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 여파로 얼마나 많은 이들이 희생하고 고통받고 숨죽이고 살아야 했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작품이죠. 일본작가의 일본작품에서 접하게되는 김대중 대통령의 납치사건에 대해서 접하게 되는 것은 진짜.. 색다른 강렬한 인상을 안겨준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이제 장편하나와 에세이 한편 그리고 현재 집필중에 있다는 또 한편의 장편. 너무 더디지만 기다린만큼 기대이상의 만족과 희열을 안겨주는 하라 료의 사와자키 시리즈. 진짜 이번 단편은 다시한번 제대로 된 단편의 위엄과 진한 여운을 유감없이 느낄 수 있었던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진짜 남은 작품들도 빨리 만나볼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하며 정말 최고의 단편집. 사와자키의 특별한 나날을 그린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