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작별의 나날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알랭 레몽 지음, 김화영 옮김 / 비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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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작별의 나날>은 프랑스의 작가 알랭 레몽의 자전적 소설이죠.

왜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사랑하는 모든 것과 작별을 해야 하는 것일까? 왜 모든 것은 사라져버리는 것일까?'를 생각하며 그가 작품의 화자가 되어 아련한 유년의 어린시절을 회상하며 쓴 작품입니다.

지금은 파리에서 '텔레라마'라는 주간지 편집국장을 하고 있는 중년의 주인공은 트랑의 옛 집이 팔리고 꽤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친구가 우연히 옛 집이 있었던 고장을 방문하여서 주인공에게 질문함으로서 잊고 있던 과거의 회고가 시작됩니다. 자신이 태어났던 고장과 몇 번의 이사,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 했던 참혹한 전쟁의 몇몇 기억들, 그리고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몇몇은 뚝뚝 끊어지지만 교묘하게 이어져나가서 이야기는 진행되어가죠. 가장 소중하고 동시에 애증이 교차되는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친누나 야네스의 묘지가 있는 트랑의 집까지 그의 과거 회고의 여정은 숨가쁘면서도 고통스럽게 그러면서도 회상하면서 아련하고 희미하게 잊혀졌던 과거의 기억을 되새기면서 이제는 옛날과 다른 기분으로 느껴지는 기분에 대해서 이상하면서도 묘한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어려운 경제적 상황속에서도 부모와 10남매가 부대끼며 살았던 기억속에서 부모의 불화와 아버지의 죽음, 누이의 병 등등 행복과는 거리가 있음에도 그는 그 때를 그리워하고 있는 현재의 자신의 모습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죠. 또 그 당시에는 왜 그런 힘겨운 상황을 불행하다고 생각을 해 본적이 없었는지도 묘하게 느끼게 됩니다. 그것은 분명 상황이 어렵지만 부대끼며 살면서도 현재의 자신의 모습과는 대비되는 것은 외로움때문이라 여겨지는 장면이죠. 현재의 자신은 그만큼 외로워서 더욱 그때가 그리운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 작품의 제목 하루하루가 작별의 나날이라는 말은 작자처럼 디낭에서 공부를 했었던 낭만주의 작가 샤토브리앙이 어린시절을 보냈던 콩부르의 숲을 떠날때 가슴을 찢어지는 듯한 아픔을 표현한 대목에서 나온 말이라고 합니다. “나의 모든 하루하루는 작별의 나날이었다.”

"왜 어린 시절부터 사람은 사랑한는 모든 것과 작별을 해야 하는 것일까? 왜 모든 것들은 허물어지고 마는 것일까? 왜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리는 것일까?"

이제는 나이가 지긋한 쉰세살의 작가는 정말 이러한 것들이 궁금했는지도 모릅니다. 이미 되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리고 다시는 그시절의 행복과 그 때로 돌아갈 수 없기에 마음속에 간직하고 묻어둘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 슬프고 그 시절을 회상하면서 눈물로 그리고 유년의 그 자신에게 작별을 고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더욱 아프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인지도 모르죠.

특히, 작가가 묘사한 어린시절의 '놀이'의 상실은 가장 슬프고 가슴 아프게 와 닿았던 부분으로,

"아네스는 어느 날 놀이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자크도. 어느 날 문득 놀이를 할 줄 모르게 되는 것이다. 비밀을 잊어버린다. 그것이 무얼 의미하는지, 그걸 어떻게 하는지 알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온갖 삶들을 마음속으로 지어내고 그것을 굳게 믿는다. 그러다가 어느 날, 그게 끝나버린다. 그냥 그렇게 갑자기 딱 멈춰버린 것이다. 놀이의 상실, 놀이의 망각, 나는 그게 바로 일생 중 최악의 날이 아닌가 한다. 누구나 그런 날을 거치게 마련이다. 어느 날 내 차례가 되었다. 그렇지만 나는 마지막까지, 마지막 날까지, 마지막 순간까지 남김없이 즐겼다. 내가 기록을 세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가장 오랫동안 즐긴 것이다. 하늘이 내린 선물이다. 생생하게 기억난다. 어느 날 내 또래의 친구 하나가 나를 찾아서 마당으로 왔다가 내가 마들렌, 베르나르와 하께 놀고 있는 것을 보고는 내게 쏘아붙였다. <아니 그 나이에 아직도 이런 놀이를 하는 거야?> 그렇다. 나는 아직도 그런 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솔직히 나는 그런 놀이를 할 줄 모르게 된 그를 동정했다. 나중에, 그 울타리를, 그 경계를 넘어와리면 끝이다. 다시 뒤로 돌아갈 수는 없는 것이다. 결코. "

작가가 이 작품을 통해서 자신과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것은 어쩌면 "우리의 삶은 얻어가는 것이 아니라, 있던 것을 잃게되는 과정이다."라는 상실의 아픔을 전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영원하리라 생각한 그시절의 기억과 장소들의 사라짐은 어른이 되어가면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이자 아픔속에서 성숙해나가는 인간의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꾸밈없이 진솔하게 자신의 아픔과 슬픔, 그리고 유년의 회고를 통해 깊은 여운을 안겨준 처음만나게 된 알랭 레몽, 정말 읽으면서 깊은 울림가 감동과 먹먹함을 느끼게 한 감동적인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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