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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꾼
하퍼 리 지음, 공진호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7월
평점 :

더 이상 <앵무새 죽이기>의 그 정의로운 영웅의 모습을 찾을 수 없게 된 애티커스 핀치. 그러나 그것만이 아니다.
앵무새 죽이기(To Kill a Mockingbird)의 저자 하퍼 리가 반세기 이상 봉인했다가 반세기 만에 드디어 세상에 공개되어 지난해부터 화제가 되고 있던 작품이 드디어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낸 작품 <파수꾼(Go Set a Watchman)>입니다.
영미권에선 이미 큰 이슈와 뉴스에 오르내린 작품입니다만, 지금까지 미국 사회에서 차별과 싸우는 백인으로서 사회의 규범처럼 취급되어 미국인들에게 최고의 영웅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던 전작의 주인공 애티커스 핀치의 모습과 이미지가 근본적으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서 많은 이들에게 충격과 배신감에 빠뜨려서 많은 말들이 오간 작품으로 한편에선 나와선 안되는 작품이 나왔다고들 하죠. 그저 반세기 동안 금고에 들어가 있었으니 그냥 계속 금고안에 봉인 되어 있어야 할 작품이라고 하곤 하는데 일단 지어진 작품이기에 그 전개가 무척 궁금하면서도 충격적인 작품이라 양날의 검인 작품입니다.
그러나 그 작품이 지어진 반세기와 오늘의 사회와 풍토와 모습과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은 사실이기에 애티커스가 이 작품 안에서 고백하는 가치관은 약간의 흑인에 대한 동정이 포함되어 있다고는 해도, 2015년의 사회에서는 확실히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단정짓기엔 위화감이 없는 것입니다. 어쩌면 하퍼 리가 이 작품을 앵무새 죽이기보다 먼저 짓고 오랜시간을 봉인시켜 놓은 이유가 납득이가는 대목이죠.
그러나 전작과 많이 달라진 애티커스의 모습에서 이 이야기를 그런 편견과 시점에서만 바라보고 "애티커스가 어둠에 빠진 변절하고 타락한 사람!"과 같이 결정짓고 끝마치는 것은 경솔한 독서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앵무새 죽이기 사건이 일어난 20년 후 뉴욕에 사는 26세의 스카우트가 휴가차 앨라배마의 고향 메이콤에 귀성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뉴욕에서 진보적인 젊은이 진 루이스 핀치(Jean Louise Finch)로 우리는 스카우트라고 부르고 통하는 그녀는 아버지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말 그대로 구토증 증세와 혐오감과 혼란속에서 아버지와 대립을 하게 되죠. 결국 그녀가 얼마나 이 가치관의 차이를 소화하고 발전하는지는 그 점이 이 소설이 쓰여진 1950년대의 시대적 배경을 기반으로 한 주제처럼 생각합니다.
그러나 작품에서는 애티커스와 스카우트에 대립만 볼 것이 아니라 스카우트의 다정다감하고 추억이 서려있는 어린 소녀 시대의 회상 또한 볼만 합니다. 오빠의 친구로 어릴 때부터 즐겨 다니던 헨리와의 관계, 이모와 삼촌과의 대화... 고향 메이콤에 대한 생각. 그리고 저자가 가장 그리고 싶었던 것은 역시 흑인에 대한 인종 차별을 인간으로서 어떻게 파악 할까,입니다. 그리고 그 점에서 스카우트는 어린 시절의 재판에서 흑인을 변호하고 싸운 아버지 애티커스의 이상적인 모습과 현재 72세의 애티커스의 "백인은 백인, 흑인은 흑인"이라고 하는 모습과 차이에 아연 실색을 하게되죠. 그러나 1950년대의 남부 알라바마에서는 그것이 당연한 일이었을 것 입니다. 그 속에서 행동의 동기와 양심의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었던 것이 읽으면서도 아픔이 느껴지죠. 마지막 장 근처에서 아버지와 딸의 대치는 긴장감과 박진감 속에서 책의 대미를 장식하는 최고의 장면이죠.
책의 원제인 Go Set A Watchman(가서 파수군을 세워라)는 성경에서 구약의 이사야(21:6)에서 “주께서 이르시되 가서 파수꾼을 세우고 그가 보는 것을 보고하게 하되.”에서 유래한 제목이라고 합니다. 파수꾼은 어린 시절 스카우트의 아버지 애티커스의 모습이자 스카우트의 이상형이지만, 백인 우월주의 마을회의에 나와있는 현재의 애티커스에게서 실망감을 감출 수 없는 스카우트의 혼란속에서 삼촌이 말하는 파수꾼은 개인의 양심인 것이다.라는 말은 그 결말속에서 의미있고 깊게 와 닿는 의문으로 남게하죠.
전체적으로 작품은 미스터리 소설, 모험과 또 다른 의미의 성장 소설, 그리고 법정 드라마로도 뛰어난 측면이 있었던 작품입니다. 전작에 비해 다소 평평한 분위기에 빠져 있습니다만, 워낙 전작의 인기와 영향과 작품에 대한 비교가 되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인지라 많은 아쉬움과 충격과 실망감은 없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사실인 그런 작품입니다. 그러나 과도한 기대를 하지 않고 위의 애티커스의 변화에 각오를 하고 그 아버지의 숨겨진 비밀이 발각되는 장면, 아버지와 딸의 논의 등은 이 작품의 백미이자 최고의 장면이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 그런 작품으로 반세기만에 봉인이 풀려서 세상에 나온 정말 나름의 최고의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