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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자와 죽은 자 ㅣ 스토리콜렉터 3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5년 6월
평점 :

정말 오랜만에 돌아온 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시리즈 그 7번째 이야기인 <산 자와 죽은 자>입니다. 이번 출간 전에 77인의 서평단에 당첨되어서 사전 리뷰를 할 수 있는 영광을 얻었죠.
6번째까지 나오다 스탠드 얼론 형식의 작품인 <상어의 도시>와 <여름을 삼킨 소녀>로 잠시 외도를 하다가 다시 돌아온 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 정말 기대한 만큼 그 작품은 엄청났습니다.
이야기는 어느 한적한 마을의 아침에 강아지와 산책을 나온 노파가 괴한의 저격총에 피살되면서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그때까지 크리스토퍼와 휴가의 두근거림과 기쁨으로 우리의 피아는 이 일이 그렇게 큰 일로, 혼돈의 소용돌이 안으로 사정없이 빠져들게 될거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있었죠. 휴가기간의 경찰서는 이 사건이 일어남으로 인력부족으로 휴가중인 피아를 임시로 불러들입니다. 2012년 12월 19부터 2013년 1월 3일까지 피아와 보덴슈타인은 정말 대수롭지 않은 무차별 난사사건이려니 했던 이 사건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큰 소용돌이에 빠져들어서 마치 ‘살인의 추억’의 두 형사와 같이 사건과 베일에 싸인 범인에 대한 노이로제에 걸리게 되죠. ‘꼭 잡고 싶었다.’라면서요.
첫 번째 사건까지는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전혀 탐문수사를 하면 할수록 죽을 이유가 없는 사람이 죽고 얼마지나지 않아 2번째 희생자에 3번째 희생자가 똑같이 저격총에 맞아 죽게 됩니다. 전혀 연관성도 원한도 살 것 같지 않은 희생자에 대해서 무차별 난사사건이다. 뭐다하면서 혼란에 혼란을 돌던 그때 범인은 놀리기라도 하듯이 버젖이 부고를 보내는데 여기서부터 10년전에 거슬러 올라가 희생자들과 얽혀있는 엄청난 비밀에 범접하게 됩니다.
10년전 뇌사판정을 받았지만 엄연히 살아있는 키르스텐은 당시 재해병원의 의사들로 인한 욕심과 의학발전이라는 명분의 희생양이 되어서 막무가내로 장기기증 도너가 되는 일이 벌어집니다. 장기기증 자체는 숭고한 겁니다. 그러나 그 과정이 어땠느냐가 문제가 된 것이죠. 순수한 기증과 정식절차속에서 숭고하게 이루어진 장기기증이라면 문제도 뭐도 되지 않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바로 오늘날의 현실이여서 오늘날에 흔히 메체나 뉴스와 영화에서도 장기브로커와 인신매매로 인한 강제 장기 적출 등 많은 문제가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새로운장기를 원하는 환자와 그 어려운 수술을 바탕으로 성공가도를 올라가고 싶은 의사의 야욕이 이상하게 맞물려서 의학적으로 죽었을지 모르지만 엄연히 살아있는 환자을 가족동의 없이 아니 속여서 동의를 얻어서 안락사시키고 장기를 적출해 내면서 10년뒤에 이 ‘스나이퍼’사건이 일어나게 됩니다. 내가 당한 고통과 억울함 죽을 것 같은 이 고통을 너희도 가족을 눈앞에서 잃음으로서 같이 맞봐야 한다고 하면서 재판관이라는 이름으로 희생자의 가족에게 부고를 보냅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엄연히 피아와 보덴슈타인 콤비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세 번째 주인공이 있죠. 바로 카롤리네 알브레히트. 두 번째 희생자의 딸이자 10년전 장기수술에 깊이 관여되었던 의사 디터 루돌프 교수의 딸인 그녀는 어머니의 받아들일 수 없는 죽음 속에서 부고로부터 시작한 범인에 대한 체포가 아닌 순수한 아버지와 10년전의 비밀을 밝히고 싶은 마음에서 접근해가다가 결정적인 힌트를 보덴슈타인에게 건네주게 됩니다.
이번 작에서도 역시 등장인물이 많이 등장하죠. 처음엔 독일작품이다 보니 이름부터 생소해서 정신이 없다가도 과연 타우누스 시리즈답게 사정없이 이야기가 돌아가서 어느순간엔가 빨려드어가 있는 자신을 보게 됩니다. 이번작에선 특별히 피아의 여동생 킴이 등장해서 심리학자에 걸맞는 깨알같은 도움을 줍니다. 그리고 보덴슈타인과 피아의 가족사도 비춥니다. 그 외에도 간간히 전작들에 대한 언급을 하면서 전작에 대한 새록새록 기억을 더듬게 하죠. 범인은 처음부터 끝까지 보덴슈타인을 괴롭하고 농락하죠. 얽혀있는 주변인들의 비협조와 유력한 용의자인 것 같은 주변일을 등장시켜서 혼선에 혼선을 거듭하게 하고 정말 마지막까지... 힘빠지게 합니다. 정말 살인의 추억의 명대사 ‘죽을 만큼 잡고 싶었다.’라는 말이 나오게 하죠. 그런데 개인적으로 이번 작품의 범인에 대해서 공감이 가는 건 왜일까요. 아마도 그런 말도 안되는 거대한 의학계에 대한 피해와 그로 인한 무기력감과 억울함 그리고 그로 인한 가정파탄 등을 겪으면 누구라도 그런 범인과 같은 마음을 들지 않을까 합니다. 오늘날 많은 이런 일들이 매체와 언론등에서도 많이 다뤄지다 보니 공감대가 형성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톰슨과 보덴슈타인의 대화 중 왜 진작에 말해주지 않았냐라는 말에 톰슨의 ‘그놈들 중 한 놈이라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려 했다.’, ‘죄 지은 사람은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합니다.’라는 말이 깊이 울림을 주는 것이 바로 오늘날 이와 유사한 억울한 일들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기에 더 씁쓸하게 정당한 살인이라는 ‘스나이퍼’, ‘재판관’들이 등장하게 되고 이들의 행보에 대해서 그저 그럴수도 있겠다라는 공감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의학계의 어두운 이면을 들추면서도 너무 딱딱하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게 이야기를 진행해 나간 이번 타우누스 시리즈 7번째 작품 <산 자와 죽은 자> 기다린 만큼 큰 재미가 있고 가독성이 엄청났던 작품으로 역시 넬레 노이하우스라는 감탄과 찬사를 마음껏 보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던 작품으로 앞으로의 후속 시리즈가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작품입니다. 빨리 다음작품이 나왔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