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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밟기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5년 3월
평점 :

멋지고 놀랍고 매우 훌륭한 요코야마 히데오의 연작 단편소설입니다.
출소한지 얼마 안 된 마카베 슈이치는 2년 전에 자신이 체포되던 날 느낀 의문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시작이 됩니다.
요코야마 히데오의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조직과 사람이 연결된 관계와 숨겨진 현실을 예리하게 도려내는 요코야마 히데오의 특유의 장점이 잘 나타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특별한 작품입니다.
법조인을 꿈꾸던 마카베 슈이치는 쌍둥이 동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15년 전 어머니가 현실과 동생의 일에 비관한 나머지 극단적인 동반자살을 시도하고 그런 가족을 구하기 위해서 뛰어든 아버지마저 불에 의해서 타 죽게 됩니다. 그로인해 한꺼번에 가족을 잃은 후 충격과 견딜 수 없는 고통과 죄책감으로 인해서 비록 성적은 우수한 학생이었지만 학교를 중퇴하고 매일을 도둑질로 연명을 하는 나날을 보내게 됩니다.
그리고, 어느날부턴가 그의 귀에서 은밀히 들려오는 죽은 쌍둥이 동생의 영혼이 마카베의 마음에 깃들어서 매일같이 대화를 나누게 되죠. 두 사람은 머리속에서 대화를 하고 싸우기도 같이 머리를 맞대고 추리를 하곤 하면서 일반인이 이해할 수 없는 두사람만의 비밀을 간직한체 그렇게 어느날부턴가 그리 살게 됩니다. 흔한 소재중의 하나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런 장르나 미스터리에서 많이 쓰이는 소재는 바로 쌍둥이의 유대관계라는 것이죠. 흔히 쌍둥이는 눈으로 볼 수 없는 어떤 연결고리로 인해서 연결이 된 하나라고 하죠. 그런 소재가 이 작품에도 잘 녹아들어 있다고 여겨집니다. 그러나 쌍둥이를 강한 유대에서 오는 망상의 산물로 치부 해 버리는 것도 좋지만, 순수하게 동생이 이승에서 성불하지 않고 형의 마음속에 남있는 상태로 이렇게 있는다는 건 한편에선 조금 문제가 있어보이지만 그건 작품전체를 볼 때 별 문제는 없어보인다고 여겨질 정도로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이 듭니다. 이 또한 요코야마 히데오의 특유의 필력이 발휘된 부분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의 일반적인 이런 작품의 주인공은 경찰이 대부분이거나 열혈 검사나 변호사, 또는 기자가 되어 왔지만 이 작품은 유독 특이하게도 도둑입니다. 그것도 이제는 의적(?)과도 같은 ‘노비카베’라고 불리우는 도둑입니다. 도둑이라면 도둑이지 도둑이면서 노비카베라니... 일반적으로 도둑은 사람이 모두 잠 들어 있는 집에 조용해 심야에 몰래 침입해서 연명하는 것을 생업으로 삼는 이들을 도둑이라고 생각을 하겠지만, 은근 도둑도 종류가 다양한가 봅니다. 여기서는 노비카베는 일반적인 빈집털이와는 격이 다른(?) 구분된 도둑으로 나옵니다. 장르가 장르이다 보니 이 노비카베는 도둑의 입장에서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을 내 안에 있는 쌍둥이 동생과 함께 풀어나가는 일을 하는 것으로 나오죠.
일단 다른 요코야마 히데오의 작품같이 않다고 여겨질 정도로 그림 무거운 내용이나 압박이 없이 가볍게 읽어나갈 수 있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마음속에 살아 숨쉬는 동생과 티격태격 싸우고 다투곤 하는 모습도 많이 보이면서 나름 인간미가 많이 보이는 작품이죠. 흔히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을 법한 그런 문제와 사건들을 초신비적인 상태에 놓인 마카베 형제가 풀어나가면서 이야기를 진행해 나가는 이 작품은 기존의 요코야마 히데오의 작품과는 확연히 다른 색체를 띠곤 있지만 그럼에도 대단히 만족스럽고 신선하고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사건들로 인해서 먹먹해지거나 좀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깝깝한 슬픈 사연과 상황에 놓인 사회의 이면과 현실을 보여주기에 턱 막히는 먹먹함을 느끼지만 그럼에도 사람을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이 작품은 역시 요코야마 히데오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게 하기에 충분한 작품임을 보여준 작품입니다. 따스한 그리고 너무 무겁지도 그렇다고 너무 날아갈 듯 가볍지도 않은 독특한 소재의 요코야마 특유의 필력이 느껴진 이 작품 ‘그림자 밟기’ 너무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었던 작품입니다.
그러고 보니 ‘그림자밟기’라는 이 단어 참 많은 작품의 제목에 쓰이는 단어 같네요.
제가 아는 것만 루이스 어드리크, 미야베 미유키 그리고 이 작품 요코야마 히데오의 작품의 제목으로 쓰였으니까요. 뭐 원작의 제목은 다른 이름으로 쓰였을지 모르지만 이 요코야마 히데오의 작품은 원작 이름 그대로 인 것 같아요. ‘影踏み=그림자 밟기’ 이죠. 확실한건 미미여사의 ばんば憑き는 그림자 밟기가 아니라 밤바 빙의라는 뜻 이라죠. 그냥 그림자 밟기가 많이 쓰여서 잠시 써본 겁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