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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1970
유하 원작, 이언 각색 / 비채 / 2015년 1월
평점 :

눈부신 경제발전과 전세계가 눈여겨 놀란 고도성장의 이면에 비춰진 추악하고 부끄러운 우리의 현주소를 그린 유하 감독이 신작 '강남 1970'은 뒤틀린 바쁘게 돌아가는 성장제일주의와 자본주의에 대한 깊은 반성과 다시한번 뒤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담은 의미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유하감독은 한 시사회장에서 이 영화를 구상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하죠. "2004년에 만든 '말죽거리 잔혹사'는 내 자전적인 이야기다. 학창시절 친구 이야기를 많이 담았는데 하지 않은 이야기 중에 넝마주의 생활을 한 친구에 대한 것이 있었다. 그래서 언젠가 그 친구의 이야기를 영화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합니다.
또한 유하 감독이 결정적으로 이 작품을 만들게 된 계기는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라는 책을 읽고 나서 "그 책을 보면 강남 개발 배경에 1970년대 대선 자금이 결탁돼 있다는 내용이 있더라 그것에 착안해 이야기를 발전시켰다"고 설명했다고 합니다. "그 시절의 서울개발 계획의 이야기를 통해 돈의 가치가 도덕적, 민주적 가치보다 더 우월한 세상을 그려보고 싶었고 이를 통해 지금의 뒤틀린 자본주의에 대한 반성을 할 수 있겠다."고 영화의 연출 의도를 강하게 전했다고 합니다.
'강남1970'은 모두가 힘들고 어렵고 앞만보고 오로지 개발과 발전만을 향해서 달리던 시대에 가진것도 무엇도 없었던 이들이 1970년대 서울, 개발이 시작되던 강남땅을 둘러싸고 당시의 분위기와 나름의 꿈과 야망을 위해서 두 남자가 뛰어들면서 욕망과 배신, 그리고 당시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오늘날 찬란하고 멋있게 보이는 강남과 그 일대의 어두운 이면을 그린 '말죽거리 잔혹사'와 '비열한 거리'에 이은 유하 감독의 거리 3부작의 완결편입니다.
고아출신의 김종대와 백용기는 서로에 대해서 너무 잘 알고 가난과 배고픔을 누구보다도 일찍 뼈저리게 느끼고 알고 자라온 둘도 없는 친구이죠. 그런 그들의 목표이자 꿈은 배고프지 않고 배불리 그리고 누구보다도 떵떵거리며 살아보는 것이 소망인 이들입니다.
당시에 이런 가진 것 없는 이들이 커가면서 자연스럽게 발을 들이게 되는 곳이 가장 낮은 곳이자 어둡고 깡만 있으면 갈 수 있다는 문턱 낮은 건달의 세계이죠. 당시의 건달들도 살아남기 위해서 그들이 가진 것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정치인들의 뒤를 봐주며 그들 대신 손에 피를 뭍히는 정치깡패가 되는 것이 었는데, 우연히 야당전당대회를 습격하는 일에 이 둘이 참여하게 되다가 아수라장에 난장판이 되어서 서로 뜻하지 않게 헤어지게 되고맙니다. 그러다 종대는 복부인인 민마담을 만나게 되면서 부동산투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부동산시장에 발을 들이게 되죠.
흔히 있는 일입니다. 이런 건달이 부동산 시장에 발을 들인다는 건 투자를 하게 되는 것이 아닌 그 뒤에 있는 정치인이나 가진자들의 토지와 개발정보를 토대로 종대와 같은 이들을 앞세워서 현재 거주민들을 반 강제로 이주시키거나 도장을 찍게 만드는데 쓰이게 되는데 종대가 딱 그런 케이스이죠. 그 과정에서 또다른 세력이 나타나면 권력자들은 이런 종대와 같은 무리를 앞장세워서 서로 부딫치게 하죠. 영화 <비열한 거리>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모습입니다. 그들에겐 이런 건달은 체스나 장기의 희생해도 별 상관없는 말이 뿐입니다.
그렇게 서로 대치하고 부딫치는 와중엔 종대는 죽은줄만 알았던 용기가 자신과 적대세력인 양기택파의 꽤 높은 위치에서 자신과 대립하고 있다는걸 알게 되고 처음엔 서로 정보를 교환하면서 그렇게 잘 위기를 넘겨오다가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시한폭탄이 터지게 되고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을 붙게 됩니다.
서로가 서로을 잘 알고 애틋하지만 결국 이렇게 회오리 속에 휘말리는 모습을 보이게 되죠. 결코 자신들이 원한 것은 아니고 다만 잘 살고 자신의 땅을 가지고 싶은 것 밖에 없었지만 시대는 그들에겐 낭만과 꿈을 실현시켜 주기엔 너무도 가혹한 현실에 있었습니다.
모두가 힘들고 못살던 시절에 정부와 기득권의 발전과 경제개발의 일환으로 일어난 부작용과 찬란한 모습의 이면을 보여주면서 단지 잘 먹고 잘 살고 싶은 꿈 하나로 그곳에 뛰어든 많은 젊은이 들이 있었습니다. 그런 순수한 이들이 결국엔 하나의 장기말로써 이용되다가 버려지고 손을 더럽히고 희생하는 건 이런 이들이 하고 결국 부와 영애는 뒷짐지고 바라만 보던 권력자와 기득권이 다 챙기는 모습을 보면서 참 오늘과 변함없는 모습을 보는 듯해서 씁쓸했습니다.
비록 비상한 머리와 실행력과 판단력이 있지만 세력이 약하다거나 세력이 있지만 투철하고 냉철한 모습이 부족한 이 둘은 닮은 듯 하지만 다른 모습을 보이면서 결국엔 이용만 당하다 실패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여주어서 더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깝고 안쓰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데 마치 70년대에 국한된 그들의 모습이 아니라 오늘날 이 순간에도 현재 진행형으로 일어나는 우리와 나의 모습을 비추는 듯해서 더 씁쓸하게 와 닿는 것 같습니다. 진흙탕을 뒹글면서 살아남으려던 이들의 모습에서 오늘날 우리의 모습이 오버랩되어 비춰지는 건 지금과 별반 다름없는 우리의 모습이 보여져서 그런가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던 약간은 우울함을 느끼게 하는 70년대를 통해서 보는 오늘날 우리의 자화상을 보는 듯한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