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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평점 :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한 남자의 묵묵한 일생을 그린 소설. 50년 전에 나왔는데 정작 미국에선 주목받지 못하다가 유럽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며 반세기가 지난 오늘날 폭발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작품입니다.
긴 인생 사이에는 가끔 기인 또는 괴짜를 흔히 보게됩니다.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괴짜라면 좋지만, 유아독존에 자신의 세계 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고 강박관념에 사로잡혀서 격렬한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남에게 과격한 행동으로 피해를 입히는 사람들이 많음을 알 수 있죠. 그것이 만약 자신의 주변인인 배우자이라면, 또는 지인, 직장 동료라면...... 참으로 불운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착하고 순수한 상식인인 영문학자 스토너가 그 불운에 휩쓸린 상태에서 태어나게 됩니다. 특히, 그와 대립하는 주임교수 및 그 애제자와의 베틀은 굉장하다고 해야할지 궂이 저정도까지 갈 필요가 있었는지... 세 사람이 등장하는 구두시험장면 등 법률 서스펜스 뺨치는 긴장감에 숨이 멎어서 괴로워 질 정도 이죠. 한편, 스토너는 가정에서도 불행한 결혼 생활을 이어가게 되는데, 크든 작든 비슷한 처지의 힘든 가정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분들이 많다고 하죠. 대체로 인생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인생을 사는 것 자체가 전쟁의 연속이라고 하지만, 그런 비극속에서도 주인공으로도 행복의 시간이 찾아옵니다.
정말 뜻하지 않은 엄청 좋은 작품을 만난 듯이 이 소설은 너무 훌륭한 소설입니다. 책을 다 읽고 놓은 후에도 차분하게 그 감동이 가슴 속에서 자리잡아서 감동의 여운은 깊고 높이 치솟아 오릅니다. 한 남자가 자신이라는 존재를 이해하고 타협하고 생을 마감할때까지, 가족을 포함한 다른 사람, 그리고 세상과의 갈등을 극도로 냉정하고 억압된 필치로 담담하게 그러나 뜨겁게 그려나가고 있는 것이 너무도 놀라울 정도입니다. "문장에 기품이 있고 타오르는 정감이 지성의 싸늘한과 명확성이라는 외피를 두르고 있었다"라고 하는 것은, 작중에서 주인공이 한때 사랑했던 여인의 저서를 평했던 말이지만 그대로 이 책을 평하는 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작품을 표현하는 가장 확실하고 정확한 말이라고 할 수 있는 글이겠습니다.
읽는 사람에 따라 각각 다른 주제를 찾을 수 있게 됩니다. 요약하자면, 평생 책 속에 살다간 한 남자의 일생을 그린 장편소설이다. 금주령이 시행됐던 1920년대 미국과 1·2차 세계대전 등이 소설의 시간 배경, 미주리 대학이 있는 미주리주 컬럼비아 등이 공간 배경이죠. 주인공은 대학에서 주로 영문학을 가르치는 조교수입니다. 거기에서 대학이라는 학문 장소에서 펼쳐지는 몸도 뚜껑도 없는 학내 정치의 노출뿐만 아니라 스승이 제자의 자질을 발견하고 자신이 뒤를 투입이라는 주제를 보인다.
남자와 여자가 남편과 아내가 되었지만 후반에 시작되는 가정 내에서의 갈등을 주제로 한 소설이기도합니다. 자신을 잃은 중년 남자가 이상형을 같이 세 젊은 여성에게 감춰진 정사 속에서 다시 자신을 회복 해 나간다는 지극히 사소할 수도 있는 별문제 없는 것들이지만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도 있죠. 자신보다 자신을 아는 친구와의 만남과 이별. 또한 그 반대로 알 수 없는 악의를 품은 경쟁자와의 치열한 투쟁, 그리고 잘도 이만큼의 주제를 벗어나지 않고 줄기의 흐름 속에 끼워 수 있었던 그 구성력에 놀라울 뿐이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 작품은 전쟁이라는 큰 배경속에서 만들어진 주제를 가진 작품이라는 것이죠. 주인공이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있을 때는 두 양차대전이 치열하게 벌어진 기간동안에 있었던 일입니다. 뛰어난 소질을 가지면서, 주인공이 일생 부교수라는 위치에서 있는 동안 전쟁과 관련해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뇌하고 괴로워했던 것은 빠질 수 없는 요소라고 말할 수 있죠. '너는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로의 길을 선택 했는가?를 그리고 자신이 하려는 것의 중요성을 생각하지 않으면 않되며, 인류의 일 중에는 전쟁과 같은 무력에 의한 승리도 패배도 있지만 그것은 역사책에 기록될 정도로 중요한 것은 아니다."는 것이다. 과연 문학을 가르친 교육자다운 말로 가슴깊이 명심하게 되는 말 같습니다.
그런 타고난 뚝심과 학문을 통해 연마된 상식을 바탕으로 스토너는 인생의 위기와 고난의 순간들을 조금씩 헤쳐 나간다. 소설은 스토너에 대한 박한 평가로 시작한다. 죽고 나자 아무도 그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평범한 인물일 뿐이었다는 것이다. 반어법이다. 그의 모든 행복과 슬픔, 쾌락과 좌절, 영광의 기억을 간직한 채 스토너는 누구보다 생생한 삶을 살다간 인물이었다. 보통 사람이었지만 긴 시간의 관점에서도 그 인생의 가치가 빛바래지 않는 위대한 보통사람이었다.
문학은 우리의 삶 전반에 대한 모든 것을 이끌고 제시해 주지 않지만 그럼에도 이 스토너와 같이 다른 이의 삶을 통해서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자리를 마련해 줄 수 있다는 것을 다시한번 알게 됩니다. 정말 읽고난 뒤에도 많은 여운과 생각을 하게 만든 반세기만에 빛을보고 우리곁에 찬아 온 <스토너>, 오십 년이라는 세월을 거쳐 다시 이 소설이 햇빛의 눈을 볼 수 있는 것이 무엇보다 기쁘고 이제라고 이 작품을 만나게 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