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된 평화
존 놀스 지음, 신소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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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학교라는 한 공간에 모인 10대가 서로를 향해 품게 되는 적대감, 폭력성을 그린 1959년에 쓰인 이 소설은, 존 놀스가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를 다니던 무렵의 경험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랍니다. 원제인 ‘Separate Peace’는 원래 군사 용어로 동맹국에서 벗어난 한 국가가 적대국과 단독으로 맺는 강화, 즉 ‘단독강화’를 뜻한다고 합니다. 폐쇄된 한 공간에서 자신의 존재를 각자의 방식으로 증명해나가려는 아이들은 어떤 상황에 놓이게 될까를 그린 작품으로 인간의 숨겨진 시기심과 야수성이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전쟁’이라는 시대적 격랑 속에서 자신들만의 무겁고 모진 성장통을 겪는 소년들에 대한 이야기로, 빌 게이츠가 자신의 아들에게 읽게 하였을 정도로 제2의 셀린적의 ‘호밀밭의 파수꾼’으로 불리우는 미국에서 아주 유명한 영미 문학계의 대표적 성장소설이자 훌륭한 작품이죠.

 

2차 세계대전이 한참 치러지고 있는 미국 뉴잉글랜드의 데번 스쿨. 마치 따로 분리해놓은 것처럼 전쟁의 사슬이 옥죄어 오지 않은 듯 한 평화로움을 유지하고 있는 이곳에서 진과 피니어스는 친구입니다. 활발하며 리더십이 강하고 모든 면에서 완벽한 피니어스와 그를 경쟁상대로 느끼며, 한편으로는 동경하던 진은 ‘자살클럽’이라는 모임을 결성하게 되는데 이 클럽의 의식인 나무에서 뛰어내리는 의식을 진행하던 중, 알 수 없는 충동으로 진이 나뭇가지를 흔들어 피니어스가 아래로 떨어지고 다리가 부서진다. 이 사건으로 피니어스는 장애를 갖게 되고, 진은 피니어스에 대한 죄책감과 자신도 모르게 마주한 자신의 야수성에 괴로워 하는데, 피니어스가 학교로 돌아오고 모든 것이 원래로 돌아가는 듯 하지만 징병의 그림자와 그들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던 시기심과 의심에 의해 피니어스는 결국 죽음을 맞이하고, 진은 군대에 입대하게 되죠.

 

2차세계대전이라는 시대의 비극적 상황을 배경으로, 기숙학교라는 폐쇄적인 한 공간에 모인 청춘들이 서로를 향해 품게 되는 적의와 악이라는 주제를 치밀하게 그려나가고 있는 이 작품은 언뜻 전쟁과 분리되어 평화로운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인간 본성의 야수성을 드러내며 그 누구보다도 순수해 보이지만 깨지기 쉬운 유리알 같은 섬세하면서도 연약하면서도 잔인한 내면의 전쟁을 치루는 진과 피니어스, 그리고 소년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그들은 이념이나 사상과는 무관한 순수한 젊음을 간직한 소년들이지만 그들에게도 시대적 비극인 전쟁과 징병이라는 무거운 사슬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으며, 거짓 된 일상의 평화 속에서 그들은 자신들만의 전쟁을 치르게 되면서 그 속에서 나타나는 인간 군상의 모습들은 주인공인 진과 피니어스를 비롯한 데번스쿨 소년들의 모습이 담담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문장으로 묘사되어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 소설에 등장한 인물 중에 가장 행복하고도 슬픈 결말을 이룬 인물은 죽음을 맞이한 피니어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피니어스는 인간의 야수성을 직접 대면하게 되는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채 죽게 되는데, 어찌 보면 전쟁의 야수성을 직접 목적하고 정신적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들이나 자신의 야수성을 마주하고 고뇌하는 친구들에 비해서 가장 행복한 인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쟁’이라는 인간의 이중적 본성이 드러나는 시대적 격랑과 그 속에서 자신들의 야수성을 마주하고 고뇌하는 소년들의 모습을 잘 그려낸 성장 소설 <분리된 평화> 이 책은 단순한 소년들의 성장을 다룬 소설을 넘어, 우리 인간의 나약하고 이중적인 모습을 상징적으로 잘 나타내고 그린 또 다른 고전이자 명작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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