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빼빼로가 두려워
박생강 지음 / 열린책들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수상한 식모들'로 2005년 문학동네소설상을 받으며 문단에 나온 소설가 박진규씨가 신작 장편 '나는 빼빼로가 두려워'를 냈습니다. 열린책들에서 출간된 흔치않은 국내작품인지라 무척 기대되고 두군거리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읽어나가게 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작가에게 있어서 네 번째 장편소설이지만 작가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박생강'이라는 필명으로 처음 발표하는 작품이자 소설가로서의 '자신'을 발견하고 쓴 첫 의미있고 뜻 깊은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생강이란 필명은 생각이 몸에 좋다는 건강 서적의 표지를 서점에서 보고 충동적으로 정했다고 합니다.

 

"그럴듯한 소설을 쓸 생각이 없다"는 작가는 그 대신 "그럴듯함과 그럴듯하지 않음 사이에서 꿈틀대는 어떤 자리들을 발견하고 또 찾아보려 애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고 하죠. 그러면서 이런 생각을 깨닫는 데 등단한 지 10여 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고 그간의 노고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나는 빼빼로가 두려워'는 이런 발견들에 대한 소설가 '박생강'의 첫 번째 보고서다. 작가는 '눈물과 울림의 시약' 대신 '달콤한 독'을 페이지 곳곳에 묻혔다면서 "앞으로도 정결함과 천박함이 마주하는 은밀하지만 시끄러운 문학의 장소로 인도할 것"이라고 했다.

 

이 의미있는 작품 <나는 빼빼로가 두려워>는 시작부터 무척 기발하고 엉뚱하게 시작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심리 상담소에 갈색 머리에 창백한 피부를 가진 스무 살의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 '한나리'가 찾아옵니다. 그녀의 고민은 빼빼로를 병적으로 두려워하는 남자 친구때문 입니다. 상담사 '민형기'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몬드 빼빼로, 딸기 맛 빼빼로, 누드 빼빼로, 다크 빼빼로 등 여러 가지 빼빼로를 입에 배어 뭅니다.

 

"민형기는 잠시 생각을 접어두고 누드 빼빼로를 입에 물었다. 이놈이 가장 위험할 확률이 높았다. 전형적인 빼빼로와 모양새가 다르고 그러면서도 달콤함은 배로 가중되었다."(P.14)

'빼빼로 포비아'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간 민형기는 마침내 문제의 인물과 대면하게 되는데… 거기서부터 좌충우돌 사건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작품이 진행되어 나갑니다.

 

작가는 소설 속 주인공이 쓰고 있는 '소설'과 주인공이 살고 있는 '현실'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기묘한 세계를 펼쳐 보여줍니다. 빼빼로를 두려워하는 '빼빼로 포비아'라는 기발한 아이디어에서 이야기를 시작한 작가는 인간 존재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지며 읽는 독자로 하여금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게 유도하고 있죠.

 

"이 시대의 인간은 어쩌면 빼빼로 피플이네. 인간은 태어나기를 딱딱하고 맛없는 존재로 태어났지. 하지만 거기에 자신의 개성을 묻히지, 타인을 유혹할 수 있는 존재로 특별해지기 위해. 하지만 그 개성의 비율 역시 언제나 적당한 비율로 손에 개똥 같은 초코가 묻어나 불쾌감을 주지 않는 적정선의 비율로 필요하네. 그게 넘어가면 괴짜라거나 변태 취급을 받기 쉽지. 그렇게 이 시대 인간은 모두 독특한 개성을 추구하는 양 착각하지만 실은 모두 똑같은 봉지 안에 든, 더 나아가, 똑같은 박스 안에 포장돼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초코 과자 빼빼로와 비슷하다네."(P.145~146)

 

이 시대의 인간을 모두 똑같은 봉지와 박스 안에 든 채 아무것도 못하는 빼빼로에 견주고, 막대과자를 인간이 의존하고픈 대상의 상징으로 여기는 ‘빼빼로론’을 듣다보면 왠지모를 공감과 함께 그럴싸하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때로 괴담이었다가 유희가 되는 이야기는 소설 속에서 다시 현실과 소설의 경계를 사정없이 넘나들면서 작품을 읽다보면 이게뭐지? 싶으면서도 그럴싸하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가상과 현실을 넘나들면서 누구도 생각지 못한 빼빼로를 통해서 이런 작품을 낸 작가에게 엄청난 대단함을 느끼며 이런 작가가 나와 준 것에 대해서 의미있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너무 좋았던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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