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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수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9월
평점 :

섬뜩한 경고 "마지막 방문은 열지말라"
샤를 페로의 <푸른 수염>은 300년도 더 지난 유럽의 대표적인 동화이죠. 하지만 지금도 문학, 음악, 무용, 영화 등의 예술에 영감을 불어 넣고 있는, 믿음과 배신, 돈과 사랑, 욕망과 후회가 뒤섞인 섬뜩함과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유럽의 동화는 키류 미사오의 ‘알고 보면 무시무시한 그림동화’라는 작품에서 볼 수 있듯이 동화의 이면과 기원을 알면 굉장히 무시무시하고 소름끼쳐서 절대로 동심의 세계에 있는 아이들이 알면 안되는 양면을 가진 것이 바로 동화라고 하죠.
프랑스 현대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 아멜리 노통브의 신작이자 스무 번째 소설인 이 작품은 샤를 페로의 잔혹동화 <푸른 수염>을 재해석한 작품입니다. 노통브 특유의 빈틈없는 문체와 천연덕스럽게 던져 대는 대사들은 작품 속에서 엄청난 빛을 발하고 있으며, 독자들의 지적 호기심과 상상력을 사정없이 자극하고 있죠.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신나는 박자를 이어 나가고 있는데 노통브는 ‘<푸른수염>을 왜 재해석해서 다시 쓰려했냐’는 질문에 “내게는 아주 중요한 일이었다. 나는 한 순간도 빠짐없이, 늘 ‘푸른 수염’에 사로잡혀 있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고 의미있는 동화이며, ‘푸른 수염’은 내가 깊이 이해하고 있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는 살인자기이기 전에, 비밀의 의미를 제대로 아는 인간이다.”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동화 속 푸른 수염은 노통브의 '푸른 수염'에서 황금과 중세 사상에 사로잡힌 에스파냐 귀족 '돈 엘레미리오 니발 이 밀카르'로 재탄생하고, 푸른 수염의 젊은 아내는 영리하고 아름다운 벨기에 여자 '사튀르닌'입니다.
여자 주인공인 사튀르닌은 파리에서 미술 보조 교사로 일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광고를 보고 대저택에 싼값의 월세로 입주하게 됩니다. 이 집은 세 들어 살던 여자가 8명이나 실종된 집이었지만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집주인은 마흔넷의 남자로 20년 째 저택 밖으로 나가지 않고 계란과 황금에 집착하는 이상한 사람이었죠. 집주인은 집안에 있는 곳 중 암실문을 절대 열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사튀르닌도 암실에는 관심이 없다. 하지만 사튀르닌은 시간이 지날수록 집주인 남자에게 매력을 느껴지고 사라진 8명의 여자에 대한 궁금증이 날로 커져가다가 결국 그 호기심에 못 이겨서 사튀르닌은 집주인 남자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식칼을 쥐고 집주인 남자의 침실로 들어가게 됩니다.
이 작품은 196쪽의 매우 짧은 소설로 지루함을 느끼기기 보단 매우 흥미진진하게 펼쳐나가는 작품입니다. 특히 작품의 재미를 더해주는 최고의 요소는 뭐니뭐니해도 노통브 특유의 비유와 위트, 냉소적 유머가 작품 곳곳에 자리잡고 있어서 역시 노통브라고 찬사와 함께 짧은 작품이 아쉬울 정도입니다. 특히나 여성작가로서 집주인 남자에게 빠진 사튀르닌의 위험한 사랑에 빠진 여자의 심리와 묘사가 아주 일품으로 작품에 잘 나타나고 있죠.
암실은 돈 엘레미리오의 비밀공간입니다. 그는 저온 생성 장금장치를 작동시키고 여덟 명의 여자들의 죽음을 즐기며 희열을 느끼죠. 아홉 번째 희생자가 될 운명에 놓인 사튀르닌은 저온 생성 잠금장치가 해제된 암실로 초대받고, 그곳에는 실종된 8명의 여자들의 사진이 색깔로 구분되어 걸려 있었습니다. '빨, 주, 초, 파, 남, 보, 흑, 백' 중 노란색만 빠져 있었고, 자신이 그 빠진 색깔인 '노란색'을 채워줄 희생자가 될 것을 예감한 사튀르닌은 반전을 일으킵니다.
엽기적인 내용과 결말은 여성의 호기심과 불복종을 길들이기 위해 쓰여졌다고 합니다. 여자들은 호기심이 많아 언제나 중요한 일을 그르치니, 남자가 알려주는 것 이상을 알려고 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알리기 위해 쓰여졌으며, 돈 엘레미리오가 직접 지어 선물한, 황금빛 치마 안감의 우아한 노란빛을 보고 그를 믿기로 결심했노라고 말하는 사튀르닌에게 돈 엘레미리오가 “노란색은 클레브 공작 부인의 색이며, 당신도 그녀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하죠. 결국 이 모든 비극은 사튀르닌이 온 순간부터 예고된 비극이었던 것입니다.
노통브 특유의 비유, 위트와 냉소적 유머가 십분 발휘될 뿐만 아니라 넘쳐나는 이 소설 노통브의 재해석인 <푸른 수염>은 해외에서 무척 많은 호평을 받았다고 합니다. 정신없이 읽다보니 금방 읽어지면서도 허전함보단 마치 엄청난 무언가에 맞은 듯이 통쾌함을 느낄 수 있었던 노통브의 <푸른 수염> 왜 노통브가 최고의 작가이자 모두가 열광하는지 재해석한 이 작품만 봐도 알 수 있었던 사실입니다. 노통브 벌써부터 그녀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고 기대가 됩니다. 정말 노통브의 미궁속의 암실로 들어갔다 나온 재미있던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