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의 위안
랜디 수전 마이어스 지음, 이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살인자의 딸들>의 작가 랜디 수전 마이어스의 두 번째 소설 <거짓말의 위안>은 한 남자를 중심으로 연결된 각기 다른 세 여성의 삶을 병렬식으로 펼쳐 보이며 결혼과 양육이라는 여성적 삶의 핵심 테마를 다루고 있는 한마디로 ‘사랑과 전쟁’과 같은 작품입니다.

 

작품은 보스턴을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의 서사는 젊고 매력적인 사회학과 교수 네이선과 대학을 갓 졸업한 그의 제자 티아가 불륜에 빠지는 것에서 시작이 됩니다.

 

“다른 사람을 희생시켜 얻은 행복은 대가를 요구했다. 네이선과 첫 키스를 나눈 순간부터 티아는 그것을 예감했다. 그와 사랑에 빠져 보낸 한 해 내내 그녀는 벌이 내리길 기다렸고, 실제로 어떤 결말이 다가오든 감내할 수밖에 없다고 믿었다.”

 

사건은 속도감 있게 전개되며, 임신 사실을 고백하는 티아에게 ‘처리’를 요구하며 떠나버리는 네이선과 그것을 마지막으로 네이선에게 버림받은 티아의 비참한 심경이 첫 장면에서 그려지다가 입양을 진행 중인 임신 6개월의 티아가 재등장합니다. 2장에서는 뷰티업계의 거물로 성공하는 아름답고 세련된 네이선의 아내 줄리엣이 남편으로부터 불륜을 저질렀다는 참혹한 고백을 듣고, 3장에서는 성공한 금융가이지만 불임인 남편 때문에 아이 없이 살아가는 소아암 병리학자 캐롤라인이 등장해 남편에게 입양을 제안 받습니다. 소설은 아이를 떠나 보낸 후 은둔자처럼 살아가는 티아와 티아의 아이를 입양하는 캐롤라인 부부, 가까스로 불륜의 상처를 다독이며 살아가는 줄리엣이 티아가 입양 5년 후 네이선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파국의 위기에 직면하게 되기까지를 거침없이 질주하는 슬픔의 박동으로 강렬히 그리고 속도감있게 그려나가고 있죠.

 

가짜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끝내 거짓말의 위안에 매달리던 세 여인은 결국 쓰라린 진실을 받아들임으로써 화해에 도달하지만 그 과정과 그 시간이 정말 너무도 비극적이고 절망의 나락으로 빠뜨린 너무도 힘든 시간이었죠.

남편을 사로잡은 여자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확인하기 위해 몰래 길을 나선 성공한 여성 사업가 줄리엣은 “살로메처럼 남편 위로 미끄러져 올라갔을 그 여자의 야들야들한 몸”을 훔쳐보며 절망하고, 학문과 일을 너무나 사랑하는 의사 아내 캐롤라인은 입양한 딸을 위해 엄마 역할에만 집중해주기 바라는 남편과 아이에게 자신을 온전히 내던지지 못하며 고독에 함몰되면서, 아픈 아이들을 낫게 하기 위해서는 뭐든 할 수 있지만 입양한 딸과 온종일 인형놀이를 하고 있으면 미쳐버릴 것 같은 자신을 용서하고 이해하기 너무도 힘들어하죠.

가질 수도, 가져서도 안 되는 것을 욕망한 티아가 끝내 네이선을 잊지 못한 채 가끔 자신의 인생을 네이선이 전부 마셔버린 것처럼 느끼고 그래서 다시는 그 잔을 채울 수 없을 것처럼 생각하며 외로움을 자처할 때는 인간 감정의 아둔함은 속수무책임을 확인하게 됩니다.

 

작가는 진부한 사건과 갈등구조에 실감을 부여하는 능력이 탁월하며 여성의 삶에 대한 깊은 통찰, 치밀하고 세밀한 심리묘사, 빼어난 구성적 리듬감에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들에, 뻔한 상황에서도 분노와 슬픔이 매 장면 절박하게 그려나가고 있는 <거짓말의 위안>. 흔한 ‘사랑과 전쟁’을 보는 듯 한 인상을 많이 받은 작품이지만 이 시대 여성들이 마주할 수 있는 ‘불륜’, ‘모성애’, ‘양육’ 등의 문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이렇게 잘 표현한 작품은 없으리라 보이는 훌륭한 작품이라 여겨지는 신선한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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