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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황홀 - 우리 마음을 흔든 고은 시 100편을 다시 읽다
고은 지음, 김형수 엮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8월
평점 :

"시가 무어냐고 묻지 말아. 시인 노릇 56년이라지만 이 노릇으로 그 무슨 황홀한 대답이라는 것 아직 마련하지 못하고 말았어." 시인 고은의 말입니다. '시인 생활 56년, 시집 여럿'이 소개의 전부입니다. 굳이 설명이 필요없는 원로 시인 고은의 명구 100선을 모은 아주 의미있는 시집이 바로 이 <시의 황홀>입니다.
물결이 다하는 곳까지가 바다이다
대기 속에서
그 사람의 숨결이 닿는 데까지가
그 사람이다
(그리움 中)
1980년 이래 나는 절대로 구름하고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리운 사람 하나 없이
하루하루 견디는 일이 가장 괴로웠습니다
(구름에 대하여 中)
문학평론가이기도 한 김형수 시인이 고은의 문학세계, 사상, 인생이 집약된 시 100편을 가려 고은의 시집들을 천천히 살피며 100개의 귀한 구절을 뽑고, 이따금 시구에 대한 해설을 짧게 적어서 한국의 대표 시인이자 노벨문학상 단골 후보인 고은의 시 정수를 담은 작품이 바로 이 작품 <시의 황홀>이죠.
그 안에는 1958년 고은 시인이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할 때 추천작 중 하나였던 '천은사운'부터 가수 양희은에 이어 재즈가수 나윤선이 노래해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은 '세노야', 미국 시인 게리 스나이더가 극찬한 단시들,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어내며 쓴 '구름에 대하여' 같이 역사의식이 살아있는 작품 등이 담겨 있습니다. 김형수 씨는 이 작품을 통해서 “더운 여름에 내리는 소나기 같은 느낌을 주는 구절들을 뽑았다”며 “시를 잘 읽지 않은 이들에게 특히 권하고 싶다”고 했다 합니다.
반세기 문학 인생은 한국 역사가 걸어온 발자취와 다름없었으며 "밥상은 초라했으나 마음은 찬란했다"는 시인의 말처럼 가난과 전쟁, 독재, 폭력 속에서 고은은 황홀한 노래를 불러왔습니다. 특히 책의 제목에 붙은 ‘황홀’은 고은이 그의 시에서 자주 쓰고, 또 좋아하는 표현이며, 고은은 책 서문에서도 “시가 무어냐고 묻지 말라. 시인 노릇 56년이라지만 이 노릇으로 그 무슨 ‘황홀’한 대답이라는 것 아직 마련하지 못하고 말았어”라고 썼듯이, 56년 시력의 대시인이 이례적으로 시의 의미에 대해 언급하지만, 아직도 마련하지 못한 황홀한 대답, 그것이 바로 시였다고 합니다.
아주 함축적인 의미를 많이 담고 있으며 대부분 생활 주변에서 얻어낸 시여서 누구라도 쉽게 읽어나가며 그 의미를 얻어낼 수 있는 것이 또한 고은의 시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죠. 난해하지 않으면서 시인의 말하고자는 의도와 시가 전하려는 의미를 잘 조화시켜 버무려놓은 이 작품 대부분 담겨있는 글들이 매우 짧은 글들이여서 정말 단번에 이 책을 다 읽어나갈 수 있지만 곰곰이 되뇌이며 생각하면서 보면 살아가면서 우리가 놓치기 쉬운 것들에 대해서 구도자와 같은 역할로 우리에게 깊이 전달하고 있는 것들을 알 수 있습니다.
독서의 계절인 이 가을에 한번 의미있는 고은이 시의 세계로 한번 빠져보는 것도 좋을 듯 싶은 아주 의미있는 시집임에는 틀림없는 작품입니다. 꼭 한번 봐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