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기담집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5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비채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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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만의 독특한 상상력을 그대로 옮겨담은 다섯 편의 소설로 구성된 <도쿄기담집>. 그동안에 하루키가 쓴 단편소설들과는 다소 분위기부터가 다르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공포특급의 한 장면처럼, 실제 일어날 법한 기묘한 이야기처럼, 한 마을에 떠도는 무시무시한 괴담처럼, 하루키 그 특유의 기법으로 소설만으로도 살짝 오싹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작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하루키의 장점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는 이 단편집에는 각각 신초라는 잡지에 2005년 3월에서 6월까지 기고된 “우연한 여행자”, “하나레이 해변”, “어디가 됐든 그것이 발견될 것 같은 장소에”, “날마다 이동하는 콩팥 모양의 돌”과 개별단행본에 수록된 “시나가와 원숭이” 이 5편이 묶어져 한 작품으로 나왔습니다.

 

하루키의 작품과 단편소설은 워낙 많아서 제목만 들으면 잘 기억하지 못할 정도이지만 <도쿄기담집>은 읽으면 쉽게 잊혀지지 않는 독특하고 생생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도쿄기담집>은 하루키의 가장 독특하고 개성 있는 단편집이라 소개하고 싶으며 이미 2006년에 문학사상사에서 출간되었던 작품이지만 다시 나와서 새로 읽는 <도쿄기담집>의 맛은 어떨지 오랜만에 그리고 새로 나온 하루키의 작품은 기대와 설레임을 주며 새로운 새계로 인도해주는 듯 합니다.

 

직계가족의 실종, 불합리한 사별, 이름의 망각 등 가장 중요한 것들을 갑자기 빼앗긴 사람들이 도시의 한구석에서 헤메는 것은 우연과 놀라움으로 가득한 이 세상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고독한 피아노 조율사의 마음에 희미한 빛의 행방을 쫓는 "우연한 여행자" 서퍼의 아들을 잃고 애도하는 어머니의 인생을 그리고 있는 “하나레이 해변” 등 익숙한 세계와 순간의 맹점들과 불가사의 한 운명의 서로 다른 5개의 이야기입니다.

 

이 단편집에서 느낀 것은 진짜 불가사의, 그리고 우연과 소멸입니다. 특히 "어디가 됐든 그것이 발견될 것 같은 장소에"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써내려간 소멸에 대한 그리고 그 소멸을 그리고 있는 작품같고, "시나가와 원숭이'는 바로 불가사의 한 것이지만, 설정은 어떤 의미 신비스럽고, 그러면서도 매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죠.

그중에서도 "하나레이 해변"은 조용하면서도 애도의 분위기가 강하게 나는 사치의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외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심리, 그리고 우연히 만난 날라리 학생 서퍼가 이야기를 해주는 이 작품은 정말 긴 여운을 물씬 풍겨줍니다. 이를 보면 느끼는 생각은 ‘인생은 우연의 연속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강하게 느끼게 됩니다.

특히 마지막 작품 “시나가와 원숭이”의 스토리 전개는 예측불허의 연속이라 할 수 있으며, 각각의 단편들이 유치하는 힘은 엄청나며, 읽고 있으면 어딘가 다른 세계에 들어가 버린 것 같은 인상을 강하게 받습니다. 말그대로 하나에 묶여있는 단편의 기담집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왠만한 장편보다도 짧지만 강하고 긴 여운을 보여주는 이 단편들의 모음집인 <도쿄기담집>은 작가 자신이 냉정하게 자타와 과거의 기억과 우연들을 되돌아보고 한 결과 태어난 필연적인 소설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일본이라는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표현의 무대에서 활약하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의 작품활동을 응원하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꾸준히 애독하고 싶어집니다. 단편집이라고 매력이 조금도 줄어드는 것이 아닌 정말 짧지만 강렬했던 좋은 작품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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