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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유다의 별 - 전2권 ㅣ 유다의 별
도진기 지음 / 황금가지 / 2014년 7월
평점 :

1930년대 백백교 사건 모티브로 신흥종교 교주의 도주·사체 발견 등 매우 유사한 사건을 모티브로 쓴 한국형 본격 추리소설.
지명수배중이던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사체로 발견된 사건은 강한 기시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한 현재진행형의 어마어마한 사건이죠. 오대양 등 교주와 신도가 경찰에 쫓기던 여러 신흥종교 사건과 유사할 뿐 아니라 일제강점기 시절 신흥종교 백백교 교주가 도주 중 산속에서 사체로 발견된 사건과는 결말까지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유병언 전 회장은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의 사실상 교주 역할을 해왔다고 하죠.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구원파의 기독교복음침례회는 기독교의 침례교와는 전혀 연관성이 없는 단어만 붙여놓은 이단교도라고 합니다.
그런데 시체로 발견된 사람은 정말 교주가 맞을까? 공교롭게도 유씨 시신 발견이 발표되기 얼마전 백백교 교주는 살아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의문을 제기한 추리소설 <유다의 별>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그럴 것도 사건의 검거과정부터 시작해서 시신발견까지 무수히 많은 의문과 석연치 않은 부분이 너무도 많아서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많기에 이 사건은 현재진행형이라고 하죠.
도진기 작가는 현직판사로서의 경험을 살려 2010년 데뷔 이후 다양한 작품을 통해 정교한 트릭과 전문성, 리얼리티를 선보이며 국내 추리 소설 독자들의 지지를 받아왔으며 현직판사라는 독특한 이력을 지니며 그 이력을 발판으로 스토리와 진행과정등 한국형 추리 소설의 새 장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분이죠. 그 중에서도 저자의 최신작 <유다의 별>은 1920~1930년대에 실존했던 사이비 종교 집단 백백교를, 현대에 벌어지는 잔인한 살인사건과 접목시켜 기발한 상상력으로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작가의 전작 '정신자살', '붉은 집 살인사건', '라 트라비아타의 초상'에서 재치 있는 유머와 예리한 추리로 활약했던 주인공, '어둠의 변호사' 고진이, 열혈 형사 이유현과 함께 다시 한 번 맹활약을 펼친다고 하니 기대가 남다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1937년 4월 경기도 양평 용문사에서 일본 경찰의 수색에 쫓기던 백백교 교주 전용해가 사체로 발견되었고, 산에서 발견 당시 이미 산짐승들에 의해 훼손된 사체를 두고 교주가 맞는지 확인한 사람은 전용해의 아들과 백백교 간부였습니다. 시체의 주머니에는 그의 것으로 알려진 금시계와 돈 80원이 들어있었고, 부검 결과 그는 죽은 지 50일이 지난 뒤 발견된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수사가 시작되고 불과 일주일 뒤 죽었다는 것이죠. 일본 경찰은 그로부터 일주일 뒤 “사교 결사 백백교 일당이 일망타진되었다”는 말로 수사를 종결짓습니다. 백백교는 동학의 한 분파에서 나왔지만 시작부터 타락과 부패를 거듭한 사교집단으로 신도들의 재산을 가로채고 반대하는 신도들을 무참히 살해하는 등 전례없는 만행을 일삼았으며, 경기도 가평에서 발원한 백백교는 양평, 연천, 붕산, 사리원, 세포, 유곡, 평강 등 전국 20여곳에 비밀 아지트를 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와 비슷하게 구원파의 유병언씨는 검찰이 유씨 일가 비리 수사에 착수한 지난 4월20일 구원파 수뇌부의 대책회의 끝난 직후 본산 경기도 안성 금수원에서 빠져나갔으며, 검찰은 5월25일 밤 유씨 은신처인 전남 순천의 별장 ‘숲속의 추억’을 덮쳤지만 구원파의 연락을 받고 사라진 뒤였으며, 이로부터 두달 가까이 유씨의 흔적은 끊겼지만 이미 6월12일 ‘숲속의 추억’에서 불과 2.5㎞ 떨어진 밭에서 시신이 발견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되었죠.
교주의 죽음 뒤에도 의문이 여전하다는 점에서도 이 두 사건은 매우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백백교 교주가 죽은 뒤에도 당시 신문에는 “시중에는 교주 전용해가 다른 사람으로 위장하고 도망친 것 아니냐는 소문이 여전하다”는 보도가 있었다고 합니다. 소설 <유다의 별>은 교주의 죽음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하고 있습니다. 이 소설을 쓴 작가는 인천지방법원 도진기 부장판사이며, 도진기 판사는 백백교 사건에 대한 당시 신문 기사와 국가기록원에 보관된 백백교 판결문, 일본 경찰의 수사 자료 등을 참고해서 이 소설을 썼다고 합니다. 도 판사는 언론과의 통화에서 “이 소설은 1년 전에 쓰여졌고 여러가지 사정으로 뒤늦게 출판됐는데, 출판 직후 유병언 사체 발견 소식을 접하고 보니 기묘한 느낌이 들었다. 각자 자신의 왕국에서 황제처럼 살며 최대한의 향락을 추구했으며 사체를 두고서도 과연 당사자가 맞는지 논란을 낳는 것도 비슷하다”고 했다합니다.
이 책은 혼란스러운 시기를 틈타 부와 영생을 추구하며 국내 역사상 최악의 사교범죄를 저지른 백백교란 소재를 다루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지만 이러한 소재를 추리 장르라는 특성을 십분 활용해 정교한 짜임새를 갖춰 높은 몰입도와 완성도를 선보이고 있으며, 이밖에도 촘촘하게 짜여진 복선과 트릭, 수수께끼 같은 암호 등은 독자의 두뇌를 자극하고, 또한 적지 않은 분량임에도 뛰어난 완급 조절을 통해 자칫하면 지루해질 수도 있는 추리 전개 부분에서 시선을 뗄 수 없게 하여 속도감 넘치는 전개를 보여 줌으로써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저자 특유의 이력이 묻어나는 수사 과정의 디테일한 묘사와 깊이 있는 서술은 재미를 배가시키는 백미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기발한 트릭과 충격적인 반전이 빛나는 소설 <유다의 별> 눈과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한 현재 꼭 필요한 작품이라 할 수 있는 강력히 추천하는 최고의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