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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새 여인이 죽기 전에 죽도록 웃겨줄 생각이야
바티스트 보리유 지음, 이승재 옮김 / arte(아르테)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1985 년에 태어난 프랑스의 의사이자 작가인 바티스트 보리유(29)의 소설 <불새 여인이 죽기 전에 죽도록 웃겨줄 생각이야>는 남다른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소설임에는 틀림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자신의 블로그 www.alorsvoila.com를 생성하여 병원과 응급실에서 일어나는 여러 일들과 우리 모두에 영향을 미치는 생활, 질병 및 사망들에 대해서 재치있고 단순한 그러면서도 휴먼을 느낄 수 있는 방법들로 이 모든 이야기들을 읽는 이들에게 많은 생각과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책은 종합병원 인턴으로 일하는 27살 주인공이 생과 사의 죽음의 문턱에서 고군분투를 하고 죽음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죽음을 앞둔 말기암 환자에게 고통을 덜어주고 희망을 심어주고자 응급실에서 일어나는 일화들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마치 이 책을 보면 응급실에서 일어나는 여러 일들을 이야기하고 있으면서도 거기엔 사람이 있고 이야기가 있는 것을 보면서 예전 미국 의료드라마 ER이 생각나는 것은 왜 일까요?
'불새 여인'은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50대 말기 암 여성 환자에게 저자가 붙여준 별명입니다. 외국에 일하러 간 아들이 어머니를 찾아올 때까지 살아 있지 못할까 봐 겁에 질려 있는 그녀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저자는 한 가지 방안을 떠올리기에 이르죠.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하자. 다른 이들의 사연으로 이 환자의 삶을 연장시키자. 누워 지내는 사람들과, 그들을 일으켜 세우는 사람들의 삶을 통해서."(P.26)

원제는 <자, 보세요. 응급실의 1001가지 삶(Alors voilà: Les 1001 vies des Urgences)>입니다. 그녀에게 희망을 심어주고자 했던 자신의 노력을 '천일야화'에 나오는 왕에게 천일동안 이야기를 들려주며 죽음을 면하려고 1,001일에 걸쳐 술탄에게 온갖 이야기를 들려준 세헤라자데에서 빗댄 것과 유사합니다.
책은 한 종합병원의 실제 있었던 사실들을 바탕으로 한 응급실판 천일야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자는 응급실 인턴으로서 몸소 겪거나 동료나 환자들이 그에게 들려준 종합병원의 일상을 진솔하고 재치 넘치는 글솜씨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여러 상황들을 전달하고 있죠.
의사이기 이전에 젊은 남성으로서 유방암 환자를 검진할 때의 화끈거림, 10대 소녀의 임신을 부모에게 알려줄 때의 난감함, 어머니 모시기를 한사코 거부하고 병원에서 알아서 처리해달라고 요구하는 자식들을 볼 때의 분노 등의 이야기들은 픽션과 논픽션의 영역을 넘나들며 독자들을 한없이 웃기고 울리고 있습니다.
"우리 삶의 일부는 '받아들이다'라는 동사로 요약할 수 있다. 헌신을 거쳐 희생으로, 작은 양보를 거쳐 커다란 실망감으로 다가오는 죽음, 뒤집을 수도 돌이킬 수도 없는 이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는 걸까? 병원은 인류를 인간답게 만들어줄 수 있는 것을 찾기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 환자의 임종을 알리는 순간 가족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을 듣게 된다. 나는 인간적이라는 말이 어떤 뜻인지 알기 위해 그 말들을 다 받아 적어놓았다."(P.295)
프랑스 응급실에서 벌어진 7일간의 일상이지만 사실 이 이야기는 문화와 언어의 차이와는 무관하다고 여겨지며, 이 이야기는 인간과 의료 사회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복원하며, 우리 모두, 즉 고통과 죽음을 마주한 크고 작은 그리고 아름답고 추한 인류 모두의 삶이자 이야기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수지가 공항에서 들고 있어서 더 유명해진 일명 '수지책' <불새 여인이 죽기 전에 죽도록 웃겨줄 생각이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