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남자를 말하다 - 손목 위에서 만나는 특별한 가치
이은경 지음 / 책이있는풍경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여자는 핸드백이고 남자의 패션은 수트, 구두, 만년필 그리고 시계로 완성된다고 하듯이.

정장 중심의 패션에 특별한 변화를 주기 힘든 남성 직장인들에게 있어서 시계는 사실상 차별화를 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패션 포인트입니다. <시계, 남자를 말하다>는 시계 컨설턴트로 활동 중인 저자 이은경이 그간 모은 자료들과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기계식 시계의 모든 것을 알기 쉽고 생생하게 정리한 책이자 시계매니아의 입문서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시계의 역사와 흐름, 경향, 시계 속의 각종 무브먼트(기계식 시계가 작동하게 만드는 내부 장치) 외에도 각종 명품 시계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어 읽는 재미를 주어서 지루하거나 너무 시계광고에만 할애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페이지마다 담긴 각종 브랜드 시계 사진도 볼거리이며 아울러 저자는 ‘짝퉁’ 시계 때문에 일어난 일화들인 ‘5만원 명품 시계’ 사건, 전자시계와 기계식 시계의 혼동 때문에 생긴 오해 등 시계 컨설턴트로 활동하면서 겪은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어 정말 재미있게 페이지를 넘겨갈 수 있죠.

 

1965년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전세계를 누비며 아주 특별한 손목시계를 찾아 다녔습니다. 우주에서 강렬한 태양광선을 버티고 영하 160℃에서 영상 120℃를 넘나드는 극한 환경을 견딜 수 있는 손목시계가 필요했기 때문이죠. 정작 최종 테스트를 통과한 것은 단 하나 뿐인데 명품시계 메이커인 오메가가 만든 스피드마스터가 그 주인공이였습니다. 4년 뒤 3명의 우주 비행사는 우주선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에 착륙했고, 그들의 손목에는 오메가 스피드마스터가 있었습니다. 이들이 착용한 시계는 ‘문 워치(Moon Watch)’라는 별명을 얻게 됐죠.

 

2010년 서울 신사동에서 열린 한 경매에는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인 순종의 국장이 새겨진 회중시계가 출품됐는데, 순종은 시계광이었다고 합니다. 그는 여러 시계의 알람 소리가 한꺼번에 울리는 것을 좋아했으며, 덕수궁에 있는 고종에게 전화로 문안을 드릴 때에는 덕수궁 시계의 시각을 물어 창덕궁 시계와 똑같이 맞추고는 했다합니다. 그는 거처하던 창덕궁에 따로 시계방을 차리고, 스위스에서 여러 개의 시계를 주문해 국장을 새긴 다음 선물로 하사하기도 했는데, 경매에 나온 시계도 순종이 누군가에게 하사했던 시계였다고 합니다. 구한 말 왕가가 몰락한 뒤 어렵게 살아온 후손이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순종이 준 시계를 경매에 출품한 것이죠. 이 시계는 1억25000만원에 낙찰됐다합니다.

 

이 책 <시계 남자를 말하다>는 패션 기자 출신의 저자 이은경씨가 우리가 모르는 시계의 모든 이야기를 풀어낸 책인데, 저자는 롯데백화점 명품 매거진인 ‘에비뉴엘’의 패션 기자 출신이라고 합니다. 그는 시계 박람회인 ‘바젤 월드’, ‘SIHH’를 취재하면서 시계에 푹 빠졌으며, 그리고 8년간 패션 기자로 활동하면서 전 세계 유명 시계 박물관, 시계 제작 공방을 수없이 찾아 다녔고 시계를 만드는 장인들로부터 이야기를 들은 내용을 책에 고스란히 담았습니다.

 

이 책은 시계의 역사와 흐름, 남자들이 왜 시계를 좋아하는지, 좋은 시계의 조건을 무엇인지, 스위스 시계가 시계의 대명사로 불리는 까닭, 시계에 얽힌 유명인들의 에피소드, 짝퉁 시계 때문에 발생한 일화 등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담아 놓았죠.

특히, 남자에게 있어서 손목시계는 자동차, 셀러브리트, 부의 과시, 럭셔리 따위의 상징대열이라고 하지만 그저 시간이나 잘 맞는 소박한 시계는 요즘 스마트폰에 밀려나는 서글픈 세대에도 불구하고 남자의 스타일 연출에 필수인 손목시계는, 언어의 힘을 빌리지 않고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몇 안되는 페이버릿 오브제이며 한 번 장만하기가 까다롭고 돈이 많이 들지만 자기 과시에는 더 없이 효과적이며 약한 남자의 전투 장비로 칼을 없어도 방패의 역할모델에 손목시계만한 게 없다고 합니다. 그 필수부가결한 손목시계의 전부를 저자가 큐레이팅 해주고 있습니다.

 

더불어 이 책은 시계 애호가를 위한 시계 이야기책이자 입문서라고 할 수 있죠. 시계 브랜드에 대해 전혀 몰라도 풍부한 이야기와 사진을 접하면 어느새 시계의 세계에 빠져들게 될 겁니다. 그러나 저자는 “이 책은 기계식 시계의 작동 원리나 시계 브랜드에 대한 역사나 설명을 모아둔 책은 아니다”라고 경계한다. 다만 ‘시계 좀 안다는 사람’을 만나도 위축되지 않을 정도의 시계 이야기 거리를 잔뜩 배워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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