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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그대 쓰러지지 말아 - 삶의 굴곡에서 인생은 더욱 밝게 빛난다
김재식 지음, 이순화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아무런 희망이 없다고 생각되는 순간마다 예상치도 못했던 도움이 사방에서 쏟아졌어요. 그럴 때마다 내 삶은 행복하도록 설계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죠.”
일명 ‘3시간 남편’으로 불리는 김재식 씨는 지난 6년 동안 아내 안정숙 씨 곁을 3시간 이상 벗어난 적이 없다고 합니다. 단 두 번,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와 라디오에 출연하여 자신의 속 얘기를 풀어놓았던 때를 제외하고는 말이죠.
아내는 6년 전, 정확히 결혼 20주년 기념일에 다발성경화증이라 불리는 희소난치병 판정을 받았다고 합니다. 목을 빼곤 손가락 끝도 꿈틀대지 못할 만큼 사지가 마비되고 폐 한쪽과 눈 한쪽마저 모두 잃어 대소변까지 받아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남편은 그런 아내가 하루만이라도 더 버텨주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묵묵히 병간호를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희귀 난치병을 앓고 있는 아내의 곁에서 6년간 아내 곁을 지키며 차마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애틋한 심정과 감동적인 일화를 틈날 때 마다 담담하면서도 깊이 있게 기록해왔던 김재식 씨는 그동안의 간병일기를 엮어 써내려간 간병일기를 담은 에세이가 바로 이 책 <그러니 그대 쓰러지지 말아>입니다. 직장까지 그만두고 병수발에 매달리는 남편, 대학까지 포기하고 엄마를 간병하는 아들, 가진 돈 다 털어 부부의 커플 반지를 선물한 딸 등 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끈끈한 가족의 모습이 진하게 그려져 있어서, 읽는 내내 눈시울을 붉히게 합니다. 나는 정말 이들에게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정말 행복한 편에 속하는구나 싶으면서 말이죠.
“힘들 때마다 주문을 외우듯 ‘오늘 하루만 생각하자! 오늘 하루만 버텨내자!’ 다짐하며 살다보니 스스로 하루살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각인되었다”며 “나는 오늘도 하루만 사는 하루살이다. 그래서 내일이면 못 만질지도 모르는 아내의 뺨을 만져 보고, 등짝도 주물러 보고, 아픈 다리를 무 같다고 놀리면서도 어루만진다”는 김재식 씨의 말은 가슴 뭉클한 감동을 주기에 너무도 충분합니다.
더불어 서울 응급실로 실려 가는 아내에게 반지를 빼어주며 기도하겠다고 눈물짓던 간병인 아주머니, 아내를 간병하느라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꼬박꼬박 한 달치 월급봉투를 내밀던 직장 사장 등 선한 이웃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 가슴 뭉클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아직도 우리사회가 그렇게 각박하거나 매정하지 않은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들이 아직 이렇게 있을 수 있었으며 정말 그 온기로 인해 살맛이 나는 세상이구나 싶은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하루살이인 김재식 씨에게도 사랑과 꿈이 있습니다. 어쩌면 하루뿐이기 때문에 더욱 절실하게, 군더더기 없이 알맹이를 원하게 된다고 합니다. 말도, 행동도, 그리고 사랑도 희망도 말이죠. 불편한 몸이지만 곁에 남아 있어 주는 아내가 바로 남편 김씨의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인 것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까지 사랑을 할 수 있다니 정말 사랑의 힘이란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상황이라도 ‘함께 있는 것이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이 책은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자신을 되돌아보고 반성하며 때로는 위로받게 하는 소중한 계기가 될 것이며, 삶을 기적으로 만든 선한 이웃들의 이야기와 함께 연말과 새해에 따뜻하게 적셔줄 책이여서 정말 읽는 내내 의미있고 뜻깊었던 시간이었으며 가족과 따뜻한 이웃들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던 좋은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