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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3개월은 거짓말 - 암 전문의사의 고백
곤도 마코토 지음, 박은희 옮김 / 영림카디널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암’에 대한 독특한 시각을 가진 책입니다. 암을 치료하려다가 오히려 몸상태를 더욱 악화시켜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경우가 많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최근 20년 이상‘암은 절게 하지 않고 치료한다.’ ‘항암제는 효과가 없다.’ ‘검진은 백해무익하다.’ ‘암은 원칙적으로 방치하는 편이 낫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편은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의 의사를 사기꾼으로 몰아붗이는 듯한 인상을 주지도 합니다.
보통 시한부 선고를 받을 때 3개월, 6개월 등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의사는 선고받은 기간보다 오래 살기를 바라는 환자들의 욕구로 인해, 그리고 시한부 선고 기간보다 짧게 살았을 때 환자들로부터 받을 원망이나 비난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짧게 선고한다는 것입니다. ‘1년은 괜찮습니다.’라고 했는데 3개월만에 환자가 사망하면 의사로서 체면이 말이 아닐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일반적인 의사들이 이런 행태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저자는 의료산업이 하나의 공포산업이며 불안산업이라고 주장합니다. 한편 이해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안해도 되는 수술을 하라고 권하는 경우도 있으며, 없었던 병이 이후에 생기는 경우도 비일비재 하니까 말이죠.
의료는 종교나 교육과 마찬가지로 공포산업이다. “치료하지 않으면 큰일 납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습니다.”라고 불안을 부추길수록 의존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의사는 환자를 불안하게 하며 수술을 한 뒤, 너무도 태연히 몸을 부자유스럽게 만들거나,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P.25)
내용을 읽다보면 의사와 의료업계에 대한 저자의 뿌리깊은 불신을 느낄 수도 있다. 병원에 멀쩡하게 걸어 들어온 환자에게 초진 혹은 초진을 반고 얼마 후에 ‘시한부 3개월’이라고 선고하는 의사는 사기꾼(P.29)이라고 단언합니다. 대부분 암에 대한 인식은 무서운 병, 낫기 힘든 병, 죽음으로 가는 병 등의 인상을 갖게 되는데 그 이유도 역시 암 치료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무의미한 수술과 항암제 치료가 초래한 고통스러운 상황 그 자체가 무서운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암 말기 환자들이 살아난 사례도 많으며, 현재 암 치료기술이 발달하여 암은 더 이상 불치병이 아니라 난치병이며 치료 가능성의 수준이 더욱 놓아지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저자의 주장은 지나치게 비관적이고 부정적 이라는 생각도 언뜻 들기도 합니다.
정말 낫기 힘든 상황, 가능성1%의 상황이라고 희망을 가지고 도전해 보고자 하는 것이 인간의 욕구가 아닐까. 저자는 만약 그런 상황이라면 현실을 인정하고 남은 기간을 어떻게 살지 고민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주장합니다. 이 또한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평생을 병원 신세를 지며 각종 항암제와 치료제로 망신창이가 된 채 생을 마감할 것인지, 아니면 단 3개월이라도 자연을 즐기며 가족과 마지막 여생을 지낼지의 선택이라면 당연히 후자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람은 1%의 가능성이라는 것에 약간의 희망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이 질문에 대해서 사람마다 다르므로 정답없는 질문이 될 것 같습니다.
완치되기 힘든 상황의 환자들 입장에서 불필요한 치료에 연연하느니 암을 방치하고 자연상태에서 지내는 치료를 권하는 것이 다소 현실적으로 인간의 욕구를 무시한 조언이라고 하더라도 부분적으로는 경청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한편 저자의 말처럼 지나치게 공포를 조장하여 반드시 지금이 아니면 안된다든지, 반드시 수술을 해야 한다고 권하는 의사도 실제로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이 가진 지식과 경험, 그리고 주위 환경 및 정보에 근거하여 저자의 조언 중 받아들일 부분은 받아들이면 될 것 같습니다.
적어도 암에 걸렸을 때 한 번쯤 주병을 돌아보고,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암이라는 것이 당장 고통스런 죽음의 세계로 인도하는 무서운 질병이 아니라 내게 찾아온 조금 불편한 만성질환이라는 자세로,,, 그 암이라는 녀석과 의연하게 마주할 수 있는 얼마간의 여유와 용기를 준 좋은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