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의 책 중에서 퀴즈쇼를 읽다보면, 마치 한국판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또한 한편으론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와도 같은 몽환적인 느낌을 풍기며 엄청난 흡입력이 있고...
무엇보다 책이 술술 잘 읽혀서 지루하지않게 읽히며 성장소설로서 추천할 만한 최고의 작품이죠.
김영하라는 한 인간에 대해 또 한번의 놀라움을 겪을 수 밖에 없게 만들어 버린 책입니다.
김영하의 작품들은 처음에는 제목에서 지나친 토속의 냄새가 나서 선뜻 책장을 넘기기가 꺼려졌는데,
그런데...어쩌면 이렇게나...이토록이나... 김영하의 발상의 기발함은...아마 이후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거 같습니다.
특히, <검은꽃>처럼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 오다 셀 수도 없는 가감과 윤색을 거쳐, 그저 역사책이나, 종이 나부랭이 한 구석에 몇 줄로 마무리되는 전설들, 아니 전설도 아닌 민담 수준의 이야기로 장편 소설 한 권을 만들어 내다니...
그것도 현대의 독자들이 지루하지 않게 너무나도 적절하게 속도를 조절해 가면서,
내리 혀를 내두르게 하면서, 혹 심리 스릴러 전을 보는 듯한 미스터리와 반전을 거듭하는 기술에 정말 놀랄 뿐 입니다.
이 사람...정말 보통 사람이 아니구나... 대학교 시절 까지 글과는 도통 인연이 없었다는 사람.
어찌 보니 소설가가 되어 있더라는 사람. 그런 사람도 소설을 쓸 수 있구나싶고,
부러워 하는 동시에 나도 용기를 가질 수 있게 만들어주고 하지만 작가는 글만 잘 쓴다고 훌륭한 작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 줌과 동시에 정말 많이 알아야 되고, 많이 느껴야 되고, 많이 볼 줄 알아야 된다는 것을...
따라서 정말 부지런하고, 똑똑해야 된다는 것과 호기심도 많아야 된다는 것을...
내가 느끼는 김영하는 어떻게 보면 세상을 향한 도발적인 장난꾸러기 같습니다.